미소 찰칵, 추억 공유, 산책 엄지척 해놓고···바이든, 뒤돌아서 “시진핑 독재자”
1년 만에 얼굴을 맞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년 전 서로 ‘2인자’ 시절 만났던 첫 인연을 떠올리며 친분을 과시했다. 두 정상은 2시간에 걸친 회담에 이어 오찬과 산책을 함께 하며 부드러운 어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미·중을 축으로 점점 더 갈라지고 있는 세계를 보여주듯 회담이 열리는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는 반중, 친중 집회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다.
ABC뉴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회담 장소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회담 장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저택이자 박물관인 ‘파일롤리 에스테이트’로, 고대 그리스·로마 건축 양식 건물에 중국식 정원이 갖춰진 곳이다. 파일롤리(Filoli)라는 이름은 저택을 지은 윌리엄 번 가문의 신조인 ‘대의명분을 위해 싸우고(Fight), 동료를 사랑하며(Love), 선한 삶을 살아라(Live)’의 첫 두 이니셜들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회담 장소가 APEC과의 구분을 원한 중국 측 의중을 반영해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곳을 디자인한 윌리스 폴크가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건축가이고 정원이 중국식이라 시 주석에게도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 30여분 늦게 시 주석이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도착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반갑게 맞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의 의전 차량을 칭찬하자 시 주석은 “중국 국산 차량인 훙치(紅旗)”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입장하기 직전 나란히 마주 서서 포즈를 취했고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이후 두 정상은 핵심 측근들을 대동하고 격의 없이 마주 앉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사람 모두 ‘2인자’였던 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을 언급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오랜 시간 서로를 알아 왔다”면서 “모든 문제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미국은 항상 솔직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 역시 “내가 부주석이었던 당시 우리가 중국에서 만났던 때를 생각한다”며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의 소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부주석이었던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지방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이듬해 시 주석이 부주석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자 이번엔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워싱턴 등의 일정에 동행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금문교를 배경으로 한 휴대전화 사진을 가리키며 “이 청년을 아느냐”고 묻자, 시 주석이 “오! 맞다. 38년 전”이라고 답변했다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1985년 샌프란시스코의 명소 금문교를 찾은 30대 초반의 청년 시 주석의 모습이었다.
2시간의 회담이 끝난 뒤 양국 정상을 포함한 핵심인사 각 3명만 자리한 가운데 업무 오찬을 함께 하며 협의를 이어갔다. 미 측 인사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 측에서는 시 주석 핵심 측근인 차이치 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 외교부장이 각각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1시간여에 걸친 오찬 후 회담장소 안에서 산책을 함께 하며 단독으로 일대일 대화를 나눴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바이든 대통령은 손을 흔들고 양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등 여유를 보였다고 풀 기자단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이 잘 되고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잘 됐다(Well)”고 짧게 답했다. 산책을 끝으로 약 4시간에 달하는 두 정상의 회담은 막을 내렸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간 껄끄러웠던 분위기를 모두 덜어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날 회담 뒤 기자회견 막바지 한 백악관 출입기자가 소리치면서 “(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그를 독재자(dictator)라고 부를 것이냐”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자) 맞잖아”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정부 형태를 기반으로 공산주의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독재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칭해 중국 정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매우 잘못되고 무책임한 정치적 농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회담이 열리는 동안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도 엇갈린 분위기가 감지됐다. 중국 대표단이 머무르고 있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 인근에서는 중국을 반대하는 반중 시위대가 “자유 티베트”와 “자유 홍콩”을 외쳤다. 반면 시 주석과 중국 대표단을 환영하는 친중 무리도 거리에 나와 중국 오성홍기를 흔들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