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주 운전' 배우, 피해자에 "난 취준생" 거짓말

김세린 2023. 11. 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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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 전과'에도 재차 범행…"제대로 된 사과 없어"
피해자 사고 후 일자리 잃어…가해자 태도에 '울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주 전과가 있던 90년대생 배우 A씨가 재차 만취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최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A씨는 피해자에게 '취업준비생(취준생)'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선처와 합의를 요구하면서 유명 연극에 출연해온 정황이 파악됐다. 

16일 한경닷컴이 입수한 녹취록에서 A씨의 모친은 B씨를 향해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사고로) 2주 진단받았다고 했는데 이게 회사 일을 그만둘 정도의 사안이냐"라고 반문하거나, "(아들이) 취업도 못 하고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면서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죄송하지만 (피해자 측에서) 봐주셔야지 어떡하겠냐. 젊은 놈 하나 살려준다 생각하시고 봐달라"고도 호소했다.

해당 녹음은 상호 동의하에 진행됐고, 피해자와 A씨의 모친 사이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3시 14분께 서울 성동구 금호역 인근의 5차선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던 중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위해 정차 중이던 20대 피해자 B씨의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고 발생 장소까지 약 2.8km를 만취한 상태로 운전했으며,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5%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B씨는 부상을 입었고, 차량의 조수석에 타고 있던 B씨의 여자친구는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허리뼈의 염좌 및 긴장 등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8월 1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정은영 부장판사)은 A씨에게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준법 운전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동종 전과가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넘는 전과는 없는 점, 종합보험에 가입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의 조건을 참작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B씨는 한경닷컴에 "(A씨와) 재판 내내 마주쳤음에도 인사는커녕 사과도 안 하고 도망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음주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해 B씨는 직장을 잃었지만, A씨는 재판받으면서도 유명 연극 무대에 계속 올라왔고, 현재까지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재판 진행 후 A씨가 자신에게 신분을 속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한 달 뒤였던 지난해 12월 20일 A씨 측이 먼저 합의를 요구해왔으나, 당사자는 자리에 나오지 않았고, A씨의 모친이 대신 등장해 선처를 호소했다는 것. B씨는 "가해자 본인 말로는 취준생이고 돈이 없기에 어머니가 대신 나간 거라고 말해 처음에는 이해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전 무대세트 정비 등 업무를 했다는 B씨는 "직업 특성상 무거운 짐을 많이 들고 온종일 서 있는 일을 했다. 사고 이후 어쩔 수 없이 일을 관두게 됐다"며 "사고 이후 나는 일자리를 잃었는데 가해자 본인은 무대에 올랐다"고 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재판 3일 전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B씨는 "가해자가 반성문을 써냈다고 하지만 피해자인 저는 받은 게 없다"며 "가해자가 동종 전과가 있음에도 받게 된 벌이 너무 약하다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A씨가 출연 중인 연극은 마니아층이 탄탄한 유명작이다. 이번에도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올해 초 서울 공연을 마치고, 현재 지방에서 상연되고 있다.

해당 극단 관계자는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피해자에게 신분을) 속인다기보다 감추고 싶었을 거다. 피해자에게 마음을 담아 사과하라고 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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