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패러다임을 바꾸자]〈5·끝〉자율규제로 토종 플랫폼 우대…혁신이 춤추게 하라

2023. 11. 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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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플랫폼 발전 방향 좌담회
미·중 플랫폼 국가 자본주의 심화
EU '브리쉘 이팩트' 주도권 강화
韓 기업, 빅테크와 견줄 기술력 갖춰
강점 극대화…외교·산업적 역량 집중
사전규제 현실화 땐 창의성 옭아매
AI 산업계, 글로벌 시장 도태 우려
명확한 방향성으로 경영 혼돈 막고
진정한 자율로 공정경쟁 보장해야

전자신문은 4회에 걸쳐 '연중기획:플랫폼 규제 패러다임을 바꾸자'를 연재하고 마지막 5회차로 '올바른 플랫폼 발전 방향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전규제 추진은 완전히 철회하고 진정한 자율규제 시행을 촉구했다. 미국에서 플랫폼 규제 법안들을 폐기하고 자국 플랫폼 산업 육성을 위해 자율규제에 맡기겠다는 기조로 돌아선 것처럼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토종 기업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쳐주길 희망했다.

좌담회에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열강의 플랫폼 패권주의 속에서 생존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내 플랫폼 기업을 믿고 지켜봐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에서 플랫폼 '자율규제' 국정철학을 바탕으로 관련 법 개정 등 제도를 정비한 만큼, 규제 당국도 무조건적 '사전규제' 만들기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자국 기업과 산업 발전 관점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빅테크와 견줄만한 기술력을 갖춘 토종 플랫폼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을 극대화해 글로벌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생존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플랫폼 기업 혁신을 막는 규제를 만들지 않고, 시장이 가진 정화기능을 믿고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사전규제는 규제 방법 중에 가장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라며 “사전규제가 현실화되면 창의성을 핵심으로 하는 플랫폼, 인공지능(AI) 산업계는 돌이킬 수 없는 큰 타격을 입고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플랫폼 발전 방향 좌담회가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참가자(가나다순)]

△김대원 카카오 정책팀 상무

△김용환 네이버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 지원팀 박사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수경 법무법인게이트 파트너변호사

△사회=김정희 전자신문 플랫폼유통부장

◇사회=디지털 패권을 둘러싸고 이른바 플랫폼 국가 자본주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패권 경쟁이 과열되는 근본적 요인이 무엇이고 우리나라가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패권 다툼은 세계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 방안으로 디지털경제가 중요한데 핵심은 플랫폼이다. 미중 모두 중요성을 인정하고 자국 플랫폼을 우대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 우리나라가 독자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그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국 플랫폼 경제를 발전시켜 아시아권 디지털 경제구역을 공략하고 이를 위해 외교적·산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김대원 카카오 정책팀 상무=빅테크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EU가 제도와 규정을 통해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것을 '브리쉘 이팩트'라고 한다. EU에서 시행된 사전규제 디지털시장법(DMA)이 대표적이다. 이런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는 함의된 의미를 들여다보고, 그 내용을 우리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자국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세계적으로 손꼽을 정도니, 우리나라만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등을 설계해야 한다.

◇김용환 네이버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 지원팀 박사=플랫폼 국가 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좀 더 과격하게 '플랫폼 제국주의'라고도 한다. 모든 산업이 디지털전환되고 연계되면서 플랫폼이 각 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거대해졌다. 디지털 주권을 쥐고 있는 것이 플랫폼이라는 자각이 생겼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자국 플랫폼 기업을 지원하고 유럽은 제도를 통해 이를 통제하려는 양상이다. 우리도 디지털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최상위 플랫폼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용환 네이버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 지원팀 박사

◇사회=우리나라 플랫폼 산업 수준은 주요 국가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가. 플랫폼 주권을 지키고 디지털 강국이 되는 데 있어서 우리가 가진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박성호=한국의 디지털 경쟁력 순위가 조사에 따라 들쭉날쭉해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지만,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위권에 랭크될 것으로 판단한다. 스타트업 시가총액 총액으로 보면 미국이 60%, 중국이 20% 정도이고 우리나라가 약 1~2% 정도로 단일 국가 기준 상위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2위와의 격차가 크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람'이다. 기회만 주어지면 금방 따라갈 수 있는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빠르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윤수경 법무법인게이트 파트너변호사=해외 빅테크와 맞설 수 있는 토종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다만 정부가 민간 주도로 자율규제를 추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유럽과 비슷한 '사전규제'를 검토하는 등 플랫폼 업계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정책방향은 약점이다. 중국에서 텐센트나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키우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업계에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윤수경 법무법인게이트 파트너변호사

◇김용환=K팝이나 드라마, 웹툰 같은 우리나라 콘텐츠가 최근 글로벌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20년간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도 자국 시장을 지켜왔다. 이제는 오히려 해외로 진출하며 역공하는 상황이 됐다. 그 과정에서 쌓은 '사업 노하우'가 우리 경쟁력이다. 아쉬운점은 1·2위 국가들과의 투자 등 규모의 경쟁에서 따라가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우리나라 특성상 플랫폼 산업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 역시 넘어야 할 부분이다.

◇사회=우리나라는 다양한 플랫폼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잘한 정책과 더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저해한 잘못한 정책을 꼽는다면.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특정 정책을 꼽기보다 인터넷산업 태동기에 별다른 정책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플랫폼 등 인터넷산업은 변화 속도가 빠르고 규제가 아직 포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구글이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사의 무덤, 스마트폰 제조 강국 등의 명성은 모두 최소한의 정책과 규제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시장에서는 일단 지켜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플랫폼산업이 지금 그 시기다.

◇김용환=규제 때문에 사업이 어려운 것이 보통이지만 그 와중에 정부가 규제를 깨기 위해 노력해 수출까지 성사되는 사례도 있다. 정부에서 5G 통신망을 통신 사업자가 플랫폼 사업자가 쓸 수 있게 허용해줘서 네이버가 클라우드·로봇 등 인프라로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네이버 1784 사옥 등에 잘 적용했다. 이는 최근 네이버가 중동에 디지털트윈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는 계기가 됐다. 규제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기업에 새로운 산업 발전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회=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제정에 대한 정치권의 주문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규제법 제정이 끼칠 여파와 플랫폼 업계가 바라는 가장 적합한 방안은 무엇인가.

◇박성호=반려식물조차 잘 자라길 바라기보다 조각조각 분해되길 바라고, 억압하는 신호를 계속 주면 잘 자랄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규제는 산업에 가장 안 좋은 요소다. 정치권에서는 필요하다고 하는데 왜 필요한지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른 유럽 예를 든다든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정치적 관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와 소상공인을 만족시킨 기업만 살아남은 상태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지금은 가만히 있는 '기다리며 지켜보는' 자율규제를 지지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우리 플랫폼이 미국과 중국에 경쟁하는데 무슨 도움이 필요할지를 고민하고 대책을 만들어줘야 할 때다.

◇사회=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플랫폼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영수=최근 글로벌 동향은 어느 나라든 플랫폼 국수주의 또는 자국 이기주의 형태로 흘러가고 있다. 철학, 이념, 가치 등 보편 타당한 초국가적 개념이 전혀 없고, 경제 영역이라는 판단으로 심하게 자국 중심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권은 유럽의 DMA를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이례적 형태로 중립적·초국가적 접근을 지향하는 모습이다. 과연 정치권에서 사전규제를 만드는 종착지가 무엇인지, 어떤 플랫폼 시장을 원하는지가 의문이다. 국내 규제 환경에서 살아남은 대형 플랫폼만 남거나, 해외 빅테크 플랫폼으로 대체되는 것을 국민이 원하겠는가. 시장 규모가 큰 국가와 작은 국가는 플랫폼 규제에 대한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우리 지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접근해야 한다.

◇사회=정부는 플랫폼 '자율규제' 법안을 만들면서, 한편으로 공정위를 통한 '사전규제' 법안 제정도 검토 중이다. 이런 이중 규제가 서로 충돌이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가.

◇윤수경=플랫폼 규제는 크게 두 가지로 거래 공정화와 독과점에 대한 것이다. 이전 정부에는 두 분야 모두 입법하려고 했는데, 현 정부는 거래 공정화는 민간 자율에 맞겼다. 기업 스스로 공정 경쟁을 하고 독과점 폐해를 막겠다는 것으로 플랫폼 혁신은 저해하지 않고 정부가 법률로 이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이제야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과 같은 사전규제 도입은 업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에 혼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플랫폼을 자율규제 하겠다고 방침을 정했으면 진정한 자율이 보장돼야 한다. 미국에서 각종 플랫폼 규제 법안이 추진이 됐다가 다 폐기가 됐다. 그 배경은 플랫폼 규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좋지 않고 미래 산업 동력을 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사회=네이버는 자율규제위원회를 꾸리고 디지털 환경에 맞춰 이용자 보호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와 소비자가 우려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김용환=독립성과 지속성을 바탕으로 플랫폼 자율규제의 롤모델 'K-자율규제'를 만들어 보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이용자나 소비자 보호의 지향점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 가장 최고 수준의 보호 또는 그 정도의 눈높이에 맞춰 어떤 정책이라든지 자율규제 개선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플랫폼 자율규제로 돌아섰다고 하지만 사실 디지털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 사례가 아직 없다. 그걸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는 의지로 여러 시행착오와 경험 내지는 효과 있는 제도들을 누적하며 앞으로 더 좋은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범사례로 만들 것이다.

◇사회=자율규제가 기업에 어떤 의미이고, 플랫폼 주권을 넘어 AI 주권을 지키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김대원 카카오 정책팀 상무

◇김대원=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해악이 되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기업 자체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고, 이를 자율규제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이 사회 속에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관련된 기술이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자율규제는 기업이 당연히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기업의 자율규제 속도가 더뎌보이고, AI 윤리와 같은 프로세스 확립 등 과정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기업이 사회 속에서 더 나은 구성원이 되려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 자율규제 전반적인 방향 등을 과거의 규제 틀로 보기보다는 패러다임을 조금 바꿔서 보면 새로운 시각에서 조금 더 많은 얘기가 되지 않을까. 특히 플랫폼과 AI는 그래야만 가능성이 커지는 영역이다.

정리=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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