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문제에 대통령 언급말라”…인요한에 경고장 날린 김기현

‘대통령실서 소신껏 하라고 했다’ 인요한에
“바람직하지 않아…혁신위는 여러 기구 중 하나”
대통령실도 “당이 알아서 할 일” 선그어
불출마 여부엔 金 “내가 알아서 결단”

지난달 31일 서울 한 호텔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향해 또 한 번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이른바 ‘윤심(尹心)’을 두고서다.

전날 인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불출마·험지 출마론에 대해서도 “당 대표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김 대표가 결국 불출마를 택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불출마 여부는 물론 결정 시점도 자신이 선택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혁신위 활동에 ‘속도조절’을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혁신위 역할·권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당 지도부가 공식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 총선 준비를 하고 당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시스템이 있고, 그것이 잘 작동되고 있다”며 “혁신위는 공식기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권 부여’를 약속하며 인요한 혁신위원회에 힘을 실어줬던 김 대표는 최근 혁신위와 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혁신위를 향해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부 혁신위원이 제기한 ‘조기 해체론’을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규정하며 던진 말이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위가 대통령실을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긴 했지만, 혁신위와 대통령실 사이의 교감을 김 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며 “본인 리더십을 흔드는 데 대한 불쾌감의 표출이거나, 본인 거취에 대해 이미 결단을 내렸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 대표 반응에 혁신위 측은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한 마음으로 합심해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는 짧은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실도 이른바 ‘윤심’ 논란에 대해 거리를 뒀다. 혁신위에 대통령실이 힘을 실어줬다는 인 위원장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런 것 없다.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