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손배소송 포항시민 승소…1인당 위자료 200만~300만원

강진구 기자 2023. 11. 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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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명 기준 1조2000~1조5000억
공소시효 2024년 3월 20일 5개월 남아 관건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공동대표 모성은)는 16일 오전 포항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7년 발생한 포항촉발지진과 관련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2023.11.16.dr.kang@newsis.com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지진피해 시민들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청구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그 의미와 향후 전망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박현숙)는 16일 오전 8호 법정에서 열린 포항지진피해 위자료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포항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원고들에게 위자료 200만~300만원 씩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급 대상을 포항시민으로 한정하고 지난 2017년 11월 14일 규모 5.4 포항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여진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 300만원을, 두 지진 중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 2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피고 대한민국 정부 등은 포항시민들의 무더기 소송과 대규모 배상액 지급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지진발생 당시 포항에 거주한 포항시민이면 누구나 소송을 제기하면 지진트라우마 등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2017년 12월말 기준 포항시 인구는 51만3820명으로 정부는 위자료 소송에서만 1인당 200만~300만원 씩 최소 1조276억원에서 1조5414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5만여 명을 제외한 46만여 명이 소송에 참여하면 무더기 소송으로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법원과 행정기관은 주민등록등본, 피해 증명 등 준비 서류 발급으로 인해 전 행정력을 동원해야 하는 곤경에 처할 입장이다.

이에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머지 지진피해시민 46만여 명을 대신해 포항시가 전체 시민을 대리해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류 발급이나 처리, 확인 등을 위해 결국 포항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번 판결로 인적·물적 피해까지 추가되면 배상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특별법(포항지진의진상조사및피해구제등을위한특별법)을 제정해 지진피해에 대한 구제금을 적절하게 지원한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피해 청구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 시민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피해시민들의 주장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1년 간 지진피해액에 대한 보상 지급을 진행했으나, 청구액 대비 지급액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손해사정법인 천지(대표 황경종)에 따르면 ‘천지’에서 평가·청구한 총 1500여 건을 결산한 결과 청구액에 비해 실제 지급액은 평균 37.5%에 불과했다. 그 중 청구액 대비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포항시 지진피해 구제지원금 접수 및 지급결정 현황에 따르면 ‘피해자 인정 및 지원금 지급 결정 현황’ 표에서 상정 건수 총 11만1301건 중 10만6008건(95.24%)에 대해 4918억 원을 지급했고 4816건(4.33%)은 불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선고에 따른 위자료 지급은 원고 항소를 거쳐 대법원 판결을 가정할 경우 2~3년 시간이 걸려 실제 지급은 승소를 기준해 2025~2026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항지진범대본은 이번 위자료 청구 소송 과정에서 피고들을 특정함에 있어 대한민국 등 6개 기관(대한민국, 포스코, ㈜포항지열발전, ㈜넥스지오, 박*운, 윤*상)에 대해서만 적시했다.

하지만 피고 대한민국은 지난 6월 30일 소송고지신청을 통해 ‘수리자극을 가한 공작물의 설치, 굴착 등에 관한 각종 행정행위가 포항시와 관련이 있고 포항지진의 원인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포항시를 소송고지인으로 지정해 줄 것을 법원에 청구’해 재판부가 허가함에 따라 포항시도 이번 재판결과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다.

포항지진범대본은 정부조사단 발표 직후 산업부 장관 등 정부책임자에 대한 형사 고소도 제기해 현재 서울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상태다.

무엇보다 특별법에 따라 포항지진 피해에 대한 소송 시효가 5년으로 제한됨에 따라 오는 2024년 3월 20일까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적·물적 피해액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포항지진범대본은 판결 선고 직후 포항지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고 승소 선고에 대한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단은 높이 존중하나, 위자료 결정 부문은 너무나 불합리하고 미흡하므로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이동 주민 A(59) 씨는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며 "지진 당시 미소지진 등으로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 정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어 보상 금액의 다소를 떠나 법원의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r.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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