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일본판 노란봉투법 이미 시행… 尹대통령 수용해야”

정지용 2023. 11.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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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실현되고 있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어서 '미국판 노란봉투법'으로도 불린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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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법학연구소 ‘원하청 단체교섭의 쟁점’ 학술행사
법학자들 "하청 노동자 교섭권 확대 해외선 이미 실현"
지난 9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실현되고 있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업주에게 하청업체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한양대 법학연구소와 노동법인 해밀이 함께 주최한 ‘원ㆍ하청 단체교섭의 쟁점과 미래’ 학술행사에서 “하청업체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하청업체는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원청업체에 미루고, 원청업체는 형식적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하청업체에 미루면서, 결과적으로 노조는 어느 쪽과도 교섭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은 ‘공동사용자 법리’로, 일본은 ‘실질적 지배력 법리’로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업체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강 교수가 언급한 ‘공동사용자 법리’는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공동사용자 판단기준 시행령’을 일컫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노동자의 ‘필수 노동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을 결정하는 사용자라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 ‘필수 노동조건’은 임금, 근로시간, 직무배당, 직무감독, 취업규칙, 고용기간, 산업안전 등 7가지다.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어서 ‘미국판 노란봉투법’으로도 불린다.

일본에서는 1995년 최고재판소(헌법재판소)의 아사히방송 판결 이후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원청은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를 진다는 법 규범이 정착했다. 아사히방송 사건은 아사히방송과 사내 하청 근로자 사이의 분쟁에서 “아사히방송이 단체교섭에 나서야 하는 사용자”라고 인정한 판결이다.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법리는 원ㆍ하청 간의 노사분쟁을 원활히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강성태 교수는 “대통령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원ㆍ하청 격차)와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고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향상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노동법)은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이미 2006년부터 원청 등 ‘실질적 사용자’가 단체교섭권에 나서게 조치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해 왔다”고 지적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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