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웃기고 울리는 ‘수능 필적확인 문구’…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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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필적확인 문구는 양광모 시인의 시 '가장 넓은 길' 속 한 구절이 사용됐다.
이 외에도 각 모의평가와 수능이 시행될 때마다 각종 SNS에는 수험생들이 올린 다양한 필적확인 문구 이미지들이 공유된다.
SNS에서 수험생 누리꾼들은 "필적확인 문구는 출제자들이 수험생에게 전하는 한 편의 시", "울컥하면서도 힘이 된다", "그 한 줄에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응원과 애정이 담겨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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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가 알려지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많이 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수험생들에게 정말 힘이 되는 글, 시험 보느라 떨릴 아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 가슴이 뭉클한 글” 이라는 반응들이 올라왔다.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
필적확인 문구는 2005년 6월 모의평가 때 처음 등장했다. 윤동주의 시 ‘서시’의 구절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이었다. 가장 많이 인용된 시는 총 3차례 인용된 정지용 시인의 ‘향수’다. 향수 속 한 구절인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은 2006학년도와 2017학년도 수능에 등장했다. 같은 시의 첫 구절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는 2007학년도에 사용됐다.
필적확인 문구 선정은 수능과 모의평가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하고 있는데, 출제위원장단이 문구를 추천하면 위원들이 투표로 결정하고 있다. 필적을 감정하는 목적뿐 아니라 수험생에게 위로와 격려를 줄 수도 있는 메시지를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드시 국내 작가의 작품이어야 하며 글자 수는 띄어쓰기를 제외하고 12~19자 사이로 정해야 한다. 또 필체가 드러나는 ‘ㄻ’ ‘ㄾ’ ‘ㅀ’ 등 겹받침이 1개 이상, ‘ㄹ’ ‘ㅁ’ ‘ㅂ’ 세 자음 중 2개 이상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 낙서에서 캘리그라피까지…수험생들이 해석한 필적확인 문구들
필적확인 문구는 위로와 응원을 담은 내용으로 수험생들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이 중 화제가 된 문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미지화(化) 되며 재미를 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많은 수험생들이 2013년 6월 모의평가의 필적확인 문구였던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한수산 ‘유민’ 속 구절)’를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해 SNS에 공유했다. 이 외에도 각 모의평가와 수능이 시행될 때마다 각종 SNS에는 수험생들이 올린 다양한 필적확인 문구 이미지들이 공유된다.
필적확인 문구는 예술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일부 수험생은 필적확인 문구를 캘리그라피(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로 적어 엽서로 만들거나 확장된 세계관을 덧붙인 소설을 작성하기도 한다. 또 필적확인 문구를 일러스트나 웹툰 작품으로 그려내는 수험생들도 있다.
SNS에서 수험생 누리꾼들은 “필적확인 문구는 출제자들이 수험생에게 전하는 한 편의 시”, “울컥하면서도 힘이 된다”, “그 한 줄에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응원과 애정이 담겨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올해 수능 필적확인 문구에 “올해 수능 필적확인 문구 보다가 별안간 눈물과 콧물이 다 터졌다”고 올렸다. 반면 큰 유머가 없는 구절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 수험생 누리꾼도 있다.
● 역대 수능 필적 확인 문구 |
2006학년도 -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정지용의 ‘향수’) 2007학년도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정지용의 ‘향수’) 2008학년도 -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윤동주의 ‘소년’) 2009학년도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윤동주의 ‘별 헤는 밤’) 2010학년도 -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2011학년도 -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정채봉의 ‘첫마음’) 2012학년도 -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2013학년도 -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정한모의 ‘가을에’) 2014학년도 -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박정만의 ‘작은연가’) 2015학년도 -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문태준의 ‘돌의 배’) 2016학년도 -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주요한의 ‘청년이어 노래하라’) 2017학년도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정지용의 ‘향수’) 2018학년도 -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김영랑의 ‘바다로 가자’) 2019학년도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김남조의 ‘편지’) 2020학년도 -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박두진의 ‘별밭에 누워’) 2021학년도 -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나태주의 ‘들길을 걸으며’) 2022학년도 -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이해인의 ‘작은 노래2’) 2023학년도 -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한용운의 ‘나의 꿈’) 2024학년도 -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양광모의 ‘가장 넓은 길’) |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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