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윤심' 압박에 왕년 '윤심 주자' 김기현 "당 문제에 대통령 언급 말라"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당 지도부 등 불출마, 험지 출마' 권고로 촉발된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의원정수 축소 등 2호 혁신안에 이어 청년 공천과 관련된 3호 혁신안도 의결하지 않고 '존중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혁신위는 '조기 해체' 카드에 이어 '윤심(尹心)'이 혁신위에 있음을 시사하며 연일 강공을 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6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 비례대표 50% 청년 공천 의무화 △ 청년 후보만 경쟁하는 전략 지역구 선정 등 3호 혁신안을 오신환 혁신위원에게 보고받았다며 "혁신위의 치열한 논의와 발전적인 방안에 대해 당 최고위는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줬다"고 말했다.
'의결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박 수석대변인은 "사면 관련 안건은 바로 정리할 수 있지만, 지금 나오는 것들은 다 절차가 필요하다"며 "법률제정 사항도, 의원총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도 있고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할 사항, 당헌당규가 걸린 것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검토될 것이고 특히 오늘 있었던 것은 대부분 공관위 결정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혁신위에 대한 당 지도부의 태도는 지난 23일 출범 당시 김 대표가 "혁신을 위한 전권을 주겠다"고 밝힌 것이나, 지난 2일 '당 징계자 사면'을 내용으로 하는 1호 혁신안을 발표 3일만에 의결한 것과 대비된다. 최고위는 지난 3일 인 위원장이 '당 지도부·윤핵관·중진 불출마, 험지 출마'를 권고한 의원정수 축소, 의원세비 감축 등 2호 혁신안도 10일이 넘도록 의결하지 않고 있다.
혁신위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 3호 혁신안을 보고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을 계속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위가 자체적 판단으로 할 수 있는 해체 뿐"이라며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위가 계속 안건을 내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배수진을 쳤다.
갈등의 시작점으로 해석되는 '총선 험지출마 권고'와 관련해서도 그는 "인 위원장도 저도 희생과 기득권 내려놓기가 당 혁신에 있어 국민께 다가가는 첫걸음이 되지 않겠냐는 시각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인 위원장이 100% 확신한다니까 좀 기다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재차 수용 압박을 가했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는 인 위원장이 윤심을 등에 업고 있다고 주장한 일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인 위원장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거침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열흘 전에 제가 여러 사람을 통해 '뵙고 싶다'고 했다"며 "(그러자)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이 온 것은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은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니 그냥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하라). 당에 필요한 것을 그냥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밝혔다.
오 혁신위원은 이에 대해 "저는 (인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피드백은 언론을 통해 처음 들었다"면서도 "그 전에 (인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만남을 요청했다는 것은 들었고, 그것이 한 10일 전이니까 피드백이 온 것 같다"고 부연 설명했다.
지도부는 이에 대해 거듭 불쾌감을 표했다. 특히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윤심 주자'로 지목됐던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의 '윤심' 시사 발언에 대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당 내부 문제는 당의 공식 기구와 당내 구성원들과 잘 협의해서 해야 한다. 그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면서 "혁신위도 그 공식 기구 중 하나이고, 혁신위가 제안한 여러 발전적 제안에 대해선 존중하고 그것이 공식 기구에서 잘 논의되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자신의 험지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당 대표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하겠다"고 에둘러 불편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인 위원장의 '윤심' 시사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인 위원장에게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게 맞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런 건 없었다.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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