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예술 분야 장애인 직무 개발로 고용 문턱 낮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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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실학자 홍대용은 그의 시문집에 '소경은 점치는 것으로, 궁형 당한 자는 문지기로, 벙어리와 귀머거리 앉은뱅이까지 모두 일자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썼다.
"장애인 고용이라는 게 단순히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절감한다든지 내지는 법적인 질타를 면한다든지 그런 수준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법적으로 장애인 고용 비율을 3.1%로 정해놨지만 앞으로 5%까지 점진적으로 상향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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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ESG 경영과 일하는 장애인을 위한 플랫폼 만들어
필부필부의 면면을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역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높은 관직에 오른 장애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전기 척추 장애를 앓았던 허조는 좌의정에 올랐고, 영조 때 우참찬 이덕수는 청각장애인이었다. 뇌전증으로 고생했던 권균과 왜소증 이원익도 우의정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현대에도 장애인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인식개선이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1991년부터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의 의무 고용 비율을 법으로 정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고용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통해 의무 고용률은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됐으며 이에 따라 장애인 고용 비율도 조금씩 증가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존재한다.
장애인 고용을 꺼리는 기업들은 의무 고용률을 달성하기보다 고용 부담금 납부를 선택했다. 2019년 전체 기업체 가운데 부담금을 납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 비율은 45%에 달한다.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에게 취업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까, 아직도 장애인 고용을 어려워하는 기업에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용률을 높일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들을 하나씩 느낌표로 바꾸는 길 위에 문화·체육·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장애인과 기업을 IT로 이어주는 플랫폼 스타트업 WE하다(위하다)가 있다.
위하다는 기업의 ESG 경영과 일하는 장애인을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장애인 구인 구직을 돕고 채용 이후 인사와 노무 관리까지 앱 하나로 가능하게 했다.
김윤오 위하다 대표는 장애인 고용을 원하지만, 인사관리와 마땅한 직무 찾기, 노무 관리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을 때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한국에는 장애인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활동하는 장애인을 볼 수 있는데 한국에 오면 장애인들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은 없는 게 아니다. 장애인들은 이동하거나 활동할 수가 없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장애인 시설이나 체육관, 자립센터에 가보면 많은 장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장애인들을 사회에 복귀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
▲ 위하다의 핵심 서비스를 소개한다면.
"일단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기, 특히 우리는 문화·체육·예술 특기를 가진 장애인들을 기업의 직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채용된 사람들의 근무 활동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 위하다의 채용 프로세스는.
"일단 예체능 장애인들을 발굴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다양한 루트로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나 그 산하 기관들, 내지는 복지 센터 등 장애인들이 있는 공간들을 찾아다니며 문화예술 및 체육 쪽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앱으로 이력서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특수분야다 보니 소개를 받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 고용을 원하는 기업은 어떻게 찾고 있나
"중소기업중앙회 자료를 바탕으로 10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하는 기업에 일일이 연락해서 홍보 중이다"
▲ 채용으로 그치지 않고 관리도 한다고.
"인사 관리와 노무 관리까지 위하다 앱을 통해서 가능하다. 기존에는 채용된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지문을 찍는 출퇴근 관리 정도만 해왔다. 하지만 문화·체육·예술 분야의 장애인들은 회사라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각각의 공간에서 운동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연계했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사람들이 실제로 출근해서 일일이 했는지 안 했는지 매일 확인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앱을 통해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위치 기반을 이용해 회사 사무실이 아닌 훈련장 등의 특수 공간으로 출근하면 이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기업에 제공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근로자의 출퇴근과 근무 현황을 알 수 있다"
▲ 지금 등록된 장애인들은 몇 명인가.
"등록된 장애인만 4백 명가량이다. 취업한 사람도 있고 대기 중인 사람도 있다"
▲ 그간 기업 입장에서 장애인을 고용한다 해도 알맞은 직무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런 점은 어떻게 보완했나.
"우리가 핵심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근무의 형태가 바로 문화·체육·예술 분야다. 일반 기업에서는 뭔가를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적합한 형태의 직무를 찾는 게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예술 체육을 특화해서 그 업에 종사하는 자체를 근로의 내용으로 하는 직무를 개발한 것이다. 때문에 고용과 더불어 알맞은 직무 매칭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우리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종목은 운동만 약 30여 가지고 문화 예술 분야는 그 이상이다 "
▲ 위하다 플랫폼을 통해 고용된 장애인의 하루 근무를 가상으로 소개한다면
"그 중 탁구선수라고 소개해 보겠다. 이 선수는 일주일에 4일, 4시간 동안 근무를 한다. 먼저 탁구장 같은 곳으로 출근해서 앱으로 출근 등록을 한 뒤 훈련을 시작한다. 물론 4시간 내내 훈련하는 건 아니고 정해진 훈련을 마치면 코칭을 받거나 탁구와 관련된 프로그램 등을 이수할 수 있다. 근무를 마치면 마찬가지로 앱을 통해 퇴근 등록하면 끝이다"
▲ 매우 간단하다.
"간단해 보이지만 필요한 모든 것들이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출근 등록을 하고 나면 그날그날 해야 하는 운동이나 훈련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종목과 관련된 7종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행하면 된다. 또한 이 내용들은 일종의 업무일지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 내용들은 앱을 통해 자동으로 기업에 제공된다."
▲ 최근 들어서 이런 장애인 구인·구직 웹사이트나 플랫폼을 늘고 있다. 위하다 만의 차별점이 있을까
"우리는 무조건 장애인을 우선한다. 우리의 목적은 장애인들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플랫폼의 기능적 차별점이라면 우리는 모든 과정이 모바일화돼 있다는 데 있다. 위하다는 관제센터다. 모든 데이터와 관리는 실질적 고용관계에 있는 장애인과 기업이 하게 돼 있다. 출퇴근부터 근무 관리 휴가 등 근무 전반적인 부분을 앱상에서 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우리는 관제센터의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락이 안 되거나 하는 경우에는 기업보다 먼저 상황을 알아본다. 우리는 기업으로 부터 장애인 근로자 관리에 대한 부분을 수탁 받아 업무 처리를 하는 형태로 기업과 관리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고 있다. "
▲ 다른 장애인 고용 사이트나 플랫폼에서는 취업 컨설팅이나 설명회 등을 연다는 데 위하다에서 진행하는 것들이 있나.
"아무래도 특수한 분야의 장애인 고용을 주로 하고 있다 보니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플랫폼에 직접 등록·문의하는 장애인들 또는 단체에는 취업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 플랫폼 위하다의 최종 목표는 뭘까.
"우리 슬로건인 기업의 ESG 경영과 일하는 장애인을 위한 플랫폼으로써의 최종 목표를 말한다면 모든 장애인이 일할 수 있게끔 연계하는 플랫폼으로 확대다. 지금은 문화·체육·예술 분야의 장애인들을 주로 연계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직무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을 취업시키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들이 일 한 만큼 벌어갈 수 있는 구조를 정착시키고 싶다"
▲ 채용도 중요하지만 고용 유지도 중요하다.
"사업을 시작한 지 약 1년 반가량이다. 그동안 간혹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지만, 비장애인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또 사업이 성장 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탈하는 인재(근로자)보다 고용유지되는 인재(근로자)가 많다."
▲ 아직까지 고용을 망설이고 있는 기업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장애인 고용이라는 게 단순히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절감한다든지 내지는 법적인 질타를 면한다든지 그런 수준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법적으로 장애인 고용 비율을 3.1%로 정해놨지만 앞으로 5%까지 점진적으로 상향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 왜 5%인가.
"대한민국 인구 중 5%가 장애인이다.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은 모두 고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법적으로 5%라고 정해둔 것이다. 현재 일반 기업의 의무 고용률은 3.1%, 공기업은 3.6%로 정해져 있고 순차적으로 5%까지 늘리는 중이다. 이런 법의 취지에 따라 기업들이 장애인들의 사회 복귀 돕기에 나설 때 말 그대로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에게 조언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안다. 그렇기에 우리 같은 플랫폼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도 열심히 홍보하겠지만, 장애인 여러분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섰으면 좋겠다. 우리를 찾아주시는 장애인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 아무래도 특화 종목의 구인·구직이라 어렵지 않을까.
"앞으로 모든 장애인의 일자리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이유가 그것이다. 가급적 많은 장애인의 구인·구직과 더불어 노무 관리까지 하는 게 목표다. 그렇게 점점 문턱을 낮추겠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위하다의 로고를 보면 W와 E가 있다. W는 서있는 사람, E는 앉아 있는 사람이다. 각각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상징한다. W를 눕히면 E와 완벽하게 겹치는데,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싶었다. 또 구인·구직 플랫폼이나 사이트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인력관리나 노무관리까지 하는 앱은 우리가 유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대해 어려워하지 않고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길 희망한다"
[김선영 마니아타임즈 기자 / scp2146@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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