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제제 연구, 티온랩테라퓨틱스 연구원 이야기
[IT동아 한만혁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해당 인재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예를 들어, 같은 부서, 같은 직함을 가진 구글의 인재와 페이스북의 인재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人은 최고영 티온랩테라퓨틱스 선임연구원입니다. 티온랩테라퓨틱스는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큐젝트 스피어(Quject Sphere)’와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표적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큐젝트 지질나노입자(LNP)’를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입니다.
큐젝트 스피어는 한 번 약물을 투여하면 약효가 최대 6개월까지 지속되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매일 약물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습니다. 큐젝트 LNP는 표적성을 강화한 기술로 원하는 부위에 보다 많은 약물을 전달합니다. 약물을 적게 투여해도 되니 부작용 발생 확률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티온랩테라퓨틱스는 현재 큐젝트 스피어 기술을 비만치료제에 적용한 개량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내년에 임상실험을 시작하고 2028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티온랩테라퓨틱스에서 큐젝트 스피어 관련 제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최고영 연구원을 만나 제제 연구원 업무와 티온랩테라퓨틱스 사내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약물의 제형 연구하는 제제 연구원
IT동아: 안녕하세요, 최고영 연구원님.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고영 연구원: 안녕하세요, 최고영입니다. 저는 티온랩테라퓨틱스에서 제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식품공학을 전공했는데, 제약 분야로 옮기면서 제제 연구를 선택했습니다. 보통 식품공학에서 제약 분야로 옮길 때 성분 분석이나 미생물 분석 등 분석 연구 쪽으로 많이 가요. 기존 전공과 관련이 많기 때문이죠. 그런데 약물을 만드는 여러 과정 중에서 약물의 제형을 만들고 그 결과물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거든요. 그래서 제제 연구를 택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식품공학 전공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유기합성 연구를 전공하면서 유기화학을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했습니다. 이후 제약회사에 입사해 제제 연구를 하며 식약처 품목 허가를 4건 이상 받았어요. 티온랩테라퓨틱스에서는 당뇨병 치료제 허가도 진행했습니다. 지금까지 6년째 제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IT동아: 제제 연구라는 분야가 좀 낯선데요. 어떤 연구를 하나요?
최고영 연구원: 간단히 말하면 약물을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일정한 형태로 만드는 연구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약물은 약효를 내는 유효성분으로만 만들지 않습니다. 유효성분만 섭취하면 원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 전에 대사 과정을 거쳐 없어질 수도 있고 독성을 나타내는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약물의 모양을 유지하는 성분, 특정 위치까지 전달되도록 보호하는 성분, 특정 위치에 도달했을 때 보호 성분을 녹이는 성분 등을 같이 넣어요. 의약품을 보면 약물이 몇 mg 들어 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더 크죠.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특정 성분을 첨가하기 때문입니다. 제제 연구는 이런 성분을 조합하는 연구를 합니다.
약물을 섭취하는 방법도 결정해요. 보통 약물을 섭취하는 방법은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로 투여하거나 패치 형태로 붙이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요. 약효, 복약 편의성, 특허 관련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떤 제형으로 만들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지를 연구합니다.
수득률을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제조 공정을 찾는 역할도 해요. 수득률이란 원래 투입한 양 대비 추출되는 결과물의 양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원료 물질을 1kg 넣으면 최종 추출물은 1kg이 안 되거든요. 이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공정을 찾는 것이죠.
IT동아: 그러면 현재 티온랩테라퓨틱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최고영 연구원: 티온랩테라퓨틱스는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큐젝트 스피어와 표적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큐젝트 LNP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저는 그중에서 큐젝트 스피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약물을 장기지속형으로 개량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요즘 만성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데, 이분들은 매일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약효가 하루밖에 지속되지 않거든요. 제가 연구하고 있는 큐젝트 스피어는 약효가 한 달 이상 지속됩니다. 약물을 매일 먹을 필요가 없어요. 복용 시간을 놓칠 염려도 없고요.
IT동아: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최고영 연구원: 큐젝트 스피어는 특수 제형에 속해서 일반 의약품에 비해 기존 사례가 많지 않아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고요. 그래서 제조 방법, 성분 분석 등 자료나 가이드라인이 많이 부족합니다.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연구 방향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방법이 없어요. 실험을 많이 해보는 수밖에요. 실험하고 결과가 나오면 팀원과 논의하면서 개선점을 찾고 다시 실험합니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죠.
제제 연구원, 성실함·탐구정신 필요
IT동아: 티온랩테라퓨틱스에서 제제 연구를 하기 위한 연구원의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최고영 연구원: 다른 연구직도 마찬가지지만 연구라는 것은 실험, 실패, 최적화의 반복이에요. 이게 계속되면 지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성실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패한 실험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실험 전 과정을 되짚어 보고 실패 요인을 찾아내는 탐구 정신이 필요해요. 왜 실패했는지 알아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다면 연구가 진전되지 않거든요. 실패 요인을 개선할 방법도 찾아야 하니까 어느 정도 창의성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티온랩테라퓨틱스의 경우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있어요.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부서별로 세분되어 있지만 저희는 제제, 분석 두 파트로만 나뉘어 있어요. 본연의 업무인 연구 외에도 자료 조사, 개발, 인허가 등의 업무를 연구원이 직접 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에 관심을 갖고 경험을 쌓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IT동아: 연구만 하기에도 벅찰 것 같은데, 그 외의 업무까지 하면 무리가 가지 않나요?
최고영 연구원: 사실 저는 이것이 단점이 아니라,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업무와 관련된 모든 일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흔한 기회는 아니거든요. 물론 경험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지금 당장 보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직급이 올라가고 중요 직책을 맡게 되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지금 스타트업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제 인생의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하기 좋은 환경
IT동아: 연구원으로 근무하기에 티온랩테라퓨틱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직접 경험하신 사내 문화나 분위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고영 연구원: 저희 사내 문화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연구하기 좋은 문화’입니다. 연구하다 보면 동료 연구원과 논의하면서 의견 교환할 일이 많아요. 그런데 상하관계가 명확하면 자유롭게 의견 내기 어려운 직원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희는 수평 문화가 기본이에요. 저희 모두 직급이 있고 직급상으로는 상하관계가 명확하지만 실제로는 이름을 부르고 뒤에 ‘님’을 붙여요. 소장이나 실장도 OO님으로 부릅니다. 서로 존댓말을 쓰고요. 덕분에 거리낌 없이 의견을 낼 수 있어요.
물론 개발하는 약물이나 분야에 따라 상하관계가 명확한 것이 유리할 때도 있어요. 가이드라인이 있고 정해진 틀에 따라야 하는 경우가 그렇죠. 그럴 때는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한 상사 의견을 따라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합니다. 특히 저는 가이드라인이 없는 특수 제형을 만들고요.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모든 직원이 두루두루 친해요. 직장동료가 아니라 친구 같아요. 평소에도 농담하면서 편하게 지내고 근무 시간 이후에 같이 놀러 갈 때도 있어요. 얼마 전에도 주꾸미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낚시나 야유회를 통해 서로 친목을 다지고 연구할 때 볼 수 없었던 개인적인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이런 부분도 ‘연구하기 좋은 문화’를 만드는 요소입니다.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연구 일정을 자신이 직접 정하니까 어느 정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요. 출퇴근 시간은 가급적 지켜지고 있고요. 물론 연구 일정에 따라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주어집니다.
IT동아: 제제 연구원을 희망하는 이들이 준비할 점이나 알아야 할 점이 있을까요? 제제 연구원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고영 연구원: 제제 연구원이 되려면 일단 모든 일에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일도 과학적인 사고로 접근하면 명확한 근거가 있고 그에 따른 결과거든요. 그것을 파악하고 탐구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연구할 때도 더 좋은 케이스나 생각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연구 효율성도 좋아지고요. 그런 습관이 없으면 사고가 막힐 수 있어요. 말 그대로 쳇바퀴 돌 듯 제자리를 맴돌게 됩니다.
IT동아: 마지막으로 티온랩테라퓨틱스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포부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고영 연구원: 단기적으로는 현재 연구 중인 큐젝트 스피어 기반 의약품을 무사히 상용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제 연구가 다른 회사나 연구원이 장기지속형 플랫폼을 연구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참조할 수 있는 자료가 되는 것이죠. 그것을 제가 만들었다는 족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저희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모든 의약품을 상용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서 회사가 성장하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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