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할까' 긴박한 순간…부모·교사·후배 등 수험생 응원 [2024 수능]
[29시험장 연수구 박문여고]
순찰차 태워주고 선생들 응원 이어져…긴박했던 아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8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박문여고 앞.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온 순찰차가 교문 급하게 멈춰. 앞 좌석에서 내린 경찰관이 뒷문을 열자 안에 타고 있던 수험생이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시험장으로 뛰어들어가.
앞서 연수지구대는 오전 7시40분께 연수구 청학사거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수능 보러가야 하는데 지각할 것 같다”는 112 신고를 접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수험장 입실 마감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이렌을 켜고 6.8㎞ 떨어진 시험장까지 안전하게 이동시켜.
경찰 관계자는 “수능 당일 혹시 모를 지각생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며 “수험생을 늦지 않게 시험장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해.
이날 박문여고 앞에는 인천고잔고·인천여고·해송고등학교 담임교사들의 응원도 잇따라. 정문 앞에서 팻말을 든 교사들은 학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거나, 두손을 불끈 쥐며 “화이팅”을 외쳐. 다른 교사들은 초콜릿을 나눠주며 “떨지 말고 잘해”,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어” 등 힘찬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를 곳곳에서 건네.
김효진 인천고잔고 교사는 “수능을 앞두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기 위해 응원을 나왔다”며 “학생들이 평소 하던 대로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전해.
[27시험장 계양구 계산여고]
“안경 두고왔네”…출근길 차 돌려 시험장 달려온 아빠
오전 7시20분께 인천 계양구 용종동 계산여고 앞. 수험생 A양은 버스를 이용해 학교에 도착했지만 한동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A양은 평소 안경을 쓰는데 이날 평소보다 10여분 늦게 일어났고, 급히 나오느라 학교에 도착해서야 안경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인지.
회사로 출근하던 아빠는 딸의 연락을 받고 급히 집으로 다시 차를 돌린 뒤 흰색 뿔테 안경을 가지고 딸이 기다리는 계산여고 시험장으로 달려와.
입실 시간이 19분 남은 오전 8시1분께 . 흰색 점퍼에 가방을 맨 수험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 안으로 급히 들어가. 학교 안에 서 있던 교사들은 수험생이 “시험 보려고 왔어요”라고 외치자 급히 주차장 쪽으로 경광봉을 흔들어.
1분 뒤인 오전 8시2분께 용종사거리 지하차도 방면 서부간선로에서 한 경찰차가 학교 정문 쪽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와. 경찰차가 정차 하자마자 앞 좌석에 있던 경찰관이 내려 뒷문을 열었고, 후드티를 입은 한 남자 수험생이 가방을 맨 채 급하게 내려.
수험생은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도 경찰에게 깍듯이 인사한 뒤 정문으로 달려가. 경찰은 “대중교통으로는 제 시간에 도착하기 어려워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급히 현장에서 학생을 태워 학교로 왔다”고 전해.
입실 마감 시간이 임박하면서 곳곳에서 달려오는 학생들이 눈에 띄어. 오전 8시4분께 흰색 후드티를 입은 한 수험생이 200여m에 달하는 구간을 전력으로 달려. 이 수험생은 교문 앞에 있던 교사들이 천천히 오라고 말하자 “입실이 10분까지인 줄 알았다”며 겨우 한시름 놔.
8시9분께 서부간선로 방면으로 달려오던 한 택시가 보행자 신호등이 켜지자 급하게 불법 유턴. 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자 급히 한 여학생이 뒷문에서 내려. 이 여학생은 학교로 달려오려다 다시 돌아가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운전자에게 건네.
이날 계산여고 앞에서는 오전 6시30분부터 서운고 남학생과 여학생 2명이 시험을 보러 들어서는 선배들에게 기념품을 전달. 이들은 학교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에게 “서운고세요?”라고 물었고 “맞다”고 대답하는 이들의 손에 기념품을 쥐어줘. 또 서운고가 아닌 학생들에게도 “수능 잘보세요, 파이팅”이라며 일일이 인사를 건네.
[34시험장 중구 인일여고]
아이들 긴장하지 않도록…선생님의 응원에 힘 얻는 수험생
오전 6시50분께 인천 중구 전동 인일여자고등학교.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이른 시각, 수능을 치러 온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 교문 앞 교통 정리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온 경찰관들 옆에는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은 한승희 옥련여자고등학교 교사가 서 있어. 그는 시험장에 온 학생들 하나하나 껴안아주며 “화이팅!”을 외쳐.
옥련여고의 마상서양(18)은 한 교사와 포옹을 하고 보다 밝은 눈빛으로 시험장에 들어서. 마양은 “선생님이 응원을 와주셔서 너무 힘이 된다”고 말해. 이어 “지금까지 했던 대로 열심히 시험을 보고 나올 것”이라며 “끝나고 친구들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치킨 먹으면서 축구를 볼 예정”이라고.
한 교사는 “옥련여고에서 45명의 학생이 인일여고로 시험을 보러 온다”며 “아이들이 긴장하지 않고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말해. 이어 “올해부터 재수생 투입이 많아지고, 난이도도 어려워지면서 수험생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1년동안 열심히 고생한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어.
[34시험장 중구 인일여고]
우리 아이 시험 잘 보고 나왔으면…마음 담아 수험생 배웅하는 부모들
오전 8시께 인천 중구 전동 인일여자고등학교. 입실을 10분 앞두고 교문 밖은 학생들을 데려다 주러 온 부모들과 각종 차들로 분주. 멀리서부터 가방을 메고 자녀와 함께 등교길을 걸어올라오는 부모들. 자녀는 부모에게 “잘 보고 올께”라며 손인사.
차를 한 켠에 세워두고 트렁크를 열어 우산을 손에 꼭 쥐어주는 훈훈한 모습도 눈에 띄어. 학부모 A씨는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혹시 몰라 우산을 챙겨줬다”며 “긴장하지 말고 잘 하고 오길 바란다”고 말해.
8시6분께 입실을 4분 남겨두고 학생들이 급하게 교문 안으로 뛰어가. 민수아양(18)을 배웅하기 위해 차에서 내린 김미선씨(52)는 가방부터 도시락, 우산 등을 챙겨줘. 김씨는 “아침부터 수아가 긴장을 했는지 도시락도 깜빡하는 등 정신이 없었다”고 전해.
김씨는 “수아가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라며 미소지어. 이어 “아침 메뉴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스프랑 볶음밥을 해줬다”며 “밥을 먹으면서 수능도 경험이고, 추억이 될 수 있으니 마음 편하게 보고 오라고 했다”고 말해. 그러면서 “무사히 시험을 치르고 오길 바란다”는 소감 전해.
[56시험장 남동구 인천남고]
장애 수험생 시험 보내는 부모 마음 더욱 ‘애틋’
오전 7시8분께 인천 남동구 인천남고등학교. 엄마가 까치발을 들고 자신보다 훌쩍 큰 아들을 꼭 끌어 안아. 다른 시험장에 비해 유난히도 조용한 인천남고 시험장. 장애를 지닌 시험편의제공학생 33명이 수능을 보는 장소. 때문에 자녀를 시험장으로 보내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애틋.
학부모 진아남씨(49)는 “집이 청라인데, 늦을까봐 6시반에 택시를 탔다”며 “아이가 청각장애가 있어 이곳에 시험을 보러 왔다”고 말해. 이어 “지난해에도 시험을 봤는데, 아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 1년간 인강도 듣고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했다”며 “준비한 만큼 최대한 열심히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아들 조모씨(20)는 “간호학과에 들어가 119구급대원이 되고 싶어 재수를 했다”며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전해.
인천남고는 유일하게 학부모가 함께 시험장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곳. 교통약자 이동차량들이 학교 현관 앞까지 들어가 휠체어에 탄 수험생을 내려주기도. 이곳에는 뇌병변, 운동장애, 시각, 자폐, 지적장애, 청각장애 등의 수험생들에게 카세트로 듣기평가를 하거나 1.5배 시험시간을 운영.
[50시험장 부평구 부평여고]
아빠의 마음 점심 도시락 새우죽…사회에서 행복한 시간만 가득했으면
오전 7시30분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 부평여자고등학교 정문 옆 인도. 아버지 임용남씨(55)와 딸 임가윤(18)양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정문으로 걸어가.
임씨는 그동안 수능 준비로 고생한 딸을 위해 평소 딸이 좋아하는 새우죽을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 딸이 좋아하는 고기 반찬들을 잔뜩 준비해주고 싶었지만 혹시 시험을 보다가 속이 더부룩할까 소화가 잘되는 죽으로 마련.
임씨 부녀가 정문 앞에 다다를 때 쯤, 임씨는 딸에게 “한번만 안아보자”며 딸을 꼭 끌어안아.
임씨는 딸이 정문을 지나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자리를 떠나. 시험장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수능을 마치고 나오는 딸을 반겨줄 예정.
임씨는 “딸이 많이 긴장하고 추워하는 것 같아 온기를 전하고자 안았다”고 말해. 이어 “결과와 상관없이 그동안 고생했다"며 "앞으로 사회에서 행복한 시간들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말을 딸에게 전하고 싶다”고 덧붙여.
[5시험장 미추홀구 선인고]
해병대 정신으로…수능도 파이팅!
오전 7시50분께 인천 미추홀구 선인고등학교 앞. 해병대 군복을 입은 이예찬씨(24)가 ‘해병대’라고 쓰인 파란 티를 입은 김강륜씨(23)의 손을 잡고 “수능 잘 봐!”라며 응원.
둘은 해병대 선후임 사이. 김씨는 이씨에게 빼빼로 선물을 받고 활짝 웃어. 이씨는 해병대 기운을 주기 위해 군복을 입고 왔다고. 이씨는 “후임은 강해보여도 속은 여린 친구”라며 “군대 제대 후 1년 동안 수능을 열심히 준비해 응원하러 왔다”고 말해.
[36시험장 미추홀구 인화여고]
동생 응원 위해 동아리 언니 오빠들 총출동
오전 7시40분께 인천 미추홀구 인화여고 앞. 수능을 보는 이민주씨(20)를 껴안고 교회 동아리 멤버 양덕현씨(25), 임주경씨(24), 서종원씨(25)가 간절히 기도해.
기도가 끝나자 동아리 멤버들은 이씨를 향해 웃으며 “떨지 말고! 파이팅!”이라고 외쳐. “피곤해도 재수하는 막내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다같이 나왔다”며 “담대하게, 떨지 말고 수능을 치르길 기도했다”고 전해.
[43시험장 남동구 석정여고]
수능 교통지원 나온 남동모범운전자회
수능 시험일인 이날 석정여고에는 ㈔인천남동모범운전자회 회원 14명이 교통 지원 나와. 오전 5시반부터 현장에 나온 이들은 수험생들을 데려다주는 차량들이 정체되지 않도록 경찰과 함께 교통 통제 나서. 이들은 경찰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차량 안내.
김영덕 수석부회장(54)은 “이곳에만 7~8번 정도 수능 지원을 나왔는데, 올해는 유난히 한가한 것 같다”며 “아이들이 시험 잘 보고 나오면 좋겠다”고 전해.
[28시험장 남동구 문일여고]
하늘나라 간 동생 조카 위해 수능시험장 동행…인생의 가장 중요한 날에 함께할 수 있어 기뻐
서구에 사는 김기리씨(61)는 조카를 위해 오전 3시에 일어나 불고기, 콩나물국 등을 준비해 첫차를타고 남동구 만수동의 문일여자고등학교 시험장에 와.
김씨는 “동생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서 조카를 위해 왔다”며 “부모님들이 응원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위축될까봐 걱정했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평소에 챙겨주지 못한 만큼 오늘이라도 챙겨주고 싶다고.
김씨는 수능이 끝나는 오후 4시30분까지 인근에서 기다린 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에 갈 계획. 그는 “조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모쪼록 평소실력보다 잘 볼 수 있기를 빌며 기다리겠다”고 전해. 인천종합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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