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리 마음을 훔친 남자’…교육장 생일에 걸린 플래카드

고귀한 기자 2023. 11. 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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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영광교육청 직원들이 집무실에 게시
도의회 감사때는 하루짜리 ‘꽃길’ 만들어
수능일 끼고 ‘2박3일’ 관광성 연수 추진도
전남영광교육지원청 교육장 집무실에 걸려 있던 플래카드. 독자 제공

2024대학수학능력시험일에 ‘관광성 연수’를 추진해 물의를 빚었던 전남영광교육지원청이 황당 행정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교육장 생일이라며 낯뜨거운 문구의 플래카드를 집무실에 걸어놓는가 하면 도의원 방문 일정에 맞춰 예산으로 하루짜리 ‘꽃길’을 만들기도 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4일 영광교육청 교육장 집무실에는 교육장 생일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플래카드는 행정지원과 직원들이 문구를 정하고 제작했다고 한다.

집무실 책상 뒤편 벽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우리들의 마음을 훔친 남자! 따스한 OOO교육장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공적인 공간인 집무실에 낯뜨거운 내용의 플래카드를 건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정모씨(63)는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내용의 플래카드를 많은 업무 관계자들이 드나드는 교육장 집무실에 걸어놨다니 부끄럽고 이해도 안 된다”고 말했다.

영광교육청은 최근 전남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때에는 도의원들을 위한 꽃길을 만들기도 했다. 감사가 진행된 지난 10일 영광교육청 청사에는 평소에 없던 국화 화분 50여 개가 배치됐다.

화분은 청사 입구에서부터 감사가 진행되는 2층 대회의실까지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의 이동 동선에 맞춰 빼곡하게 놓였다. 화분 구매 비용으로는 100만원 예산이 들었다.

지난 10일 전남영광교육지원청 청사에 배치된 국화 화분. 독자 제공

청사 외벽에는 ‘미래형 학습공간 조성’ 등 치적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 3장도 걸어 놨다. 교육청 관계자는 “외부 손님맞이 겸 청사 미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놓였던 화분은 현재 대부분 사라졌다. 현수막도 모두 철거됐다. 또다른 주민은 “국화 화분은 감사가 끝난 뒤 직원들이 대부분 가져가고 10여 개만 남아있는 상태”라면서 “교육청이 도의원들을 위해 보여주기식 행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시대적 행정이라고 시민단체는 비판한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교육지원청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본청에서도 감독하기 어렵다 보니 과거 보수적인 문화와 행태가 그대로 이어져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구시대적 과한 의전 등 잘못된 공직 문화와 분위기는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광교육청 소속 행정공무원 18명은 지난 15일 2박3일 일정으로 경북 경주와 부산으로 관광성 연수를 떠났다가 비판이 일자 일정을 취소하고 복귀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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