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오사카 대표 구단 한신 타이거스 홈구장은 오사카에 없다

손덕호 기자 2023. 11. 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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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일본 오사카 중심부 도톤보리강에는 37명이 뛰어들었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가 38년만에 우승하자 흥분한 팬들이 1300명이나 투입한 경찰의 경계를 뚫고 다이빙하며 기뻐했다.

오사카 야구 팬들이 옆 지자체 팀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제2 경제권인 게이한신 지역 오사카·교토·고베를 잇는 철도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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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일본 오사카 중심부 도톤보리강에는 37명이 뛰어들었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가 38년만에 우승하자 흥분한 팬들이 1300명이나 투입한 경찰의 경계를 뚫고 다이빙하며 기뻐했다. 그런데 한신과 맞붙은 오릭스 버팔로스의 홈구장은 오사카에 있다. 정작 한신의 홈구장인 고시엔(甲子園)은 오사카가 아닌 옆 지자체 효고현 고베시에 있다.

오사카 야구 팬들이 옆 지자체 팀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제2 경제권인 게이한신 지역 오사카·교토·고베를 잇는 철도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덕분이다. 오사카 도심(우메다)에서 고시엔 구장까지 직선거리로 약 13㎞(서울역~수서역이 이 정도 된다)이지만, 직통특급 전철로 13분이면 닿는다. 몇 해 전 교토의 한 대기업에 출장 갔을 때 만난 직원들이 사는 곳은 오사카, 나라, 고베 등 다양했다. 모두 전철을 타고 편하게 출퇴근한다.

이 사례는 광역철도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려준다. 수도권이야 그나마 철도망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지방 도시 간 광역철도는 불과 2년 전인 2021년 12월에야 부산~울산에서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했을 정도로 한국의 사정은 열악하다.

논란이 된 ‘김포시 서울 편입’ 주장도 철도망이 부실해서 나왔다. ‘지옥철’ 김포골드라인, 강남을 가지 않고 부천에서 끊으려다 서울역까지 가는 것으로 매듭지어진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D), 언제 노선이 연장될지 알 수 없는 5호선 등에 김포시민들이 지쳐 있는 빈틈에서 불쑥 서울 편입 주장이 등장했다.

그러나 김포시가 서울시 김포구가 된다고 철도망이 잘 갖춰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서울 내에서도 지하철이 닿지 않아 낙후된 지역에 발이 되어 줄 강북횡단선, 목동선, 난곡선, 면목선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 발이 묶여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은 예타에서 탈락했다.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자’는 주장은 주민 편의와 부동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교통망 확충 논의에서 벗어나더니 ‘메가 서울’로 발전했다. 이마저도 집권여당은 ‘주민이 원하면’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서울과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서울과 경기도 행정구역을 어떻게 개편하는 게 좋을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금은 주민이 원한다고 특정 지자체를 서울로 넣자는 주장을 할 게 아니라 낡을 대로 낡은 한국 행정구역을 어떻게 재편하는 게 좋을지 머리를 맞댈 때다. 1896년 그어진 경계가 유지되고 있는 사이, 경기도 인구는 1400만명에 육박하게 됐고 바로 밑인 충북도 인구는 160만명밖에 안 될 정도로 축소됐다.

프랑스는 2016년 행정구역을 대규모로 재편해 본토에 22개 있던 레지옹(광역자치단체)을 13개로 통합했다. 비효율성을 줄여 지방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수도권인 일드 프랑스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는 파리의 메가시티 전략인 ‘그랑파리’ 계획도 추진 중이다. 총 연장 200㎞의 새 전철망을 만들고, 신규 노선을 따라 산업단지와 상권,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여당은 특별법으로 빠르게 행정구역을 재편할 태세다. 하지만 철저한 계획과 인프라 투자 없이 행정구역만 합쳐봤자 메가시티는 성공하지 못한다. 지금은 어떤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할지 고민부터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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