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홍현석 아웃으로 시작된 새로운 경쟁
클린스만호에서 잠시 사라졌던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젊은 피’ 홍현석(24·헨트)의 갑작스러운 부상이 만들어낸 변수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왼쪽 정강이 부위에 미세한 피로골절이 확인된 미드필더 홍현석 대신 수비수 박진섭(28·전북)이 대체 발탁돼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진섭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1차전 싱가포르전부터 태극전사의 일원이 됐다.
박진섭 개인에게는 극적인 반전이다. 3부리거(대전 코레일)로 출발해 2부(안산·대전)와 1부(전북)로 발전을 거듭했던 그는 뒤늦게 빛을 본 터라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도 실패해 올해 입대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기회를 얻어 금메달과 함께 병역혜택을 얻더니 이젠 생애 첫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본업인 미드필더 뿐만 아니라 전북 입단과 함께 수비수로 변신에 성공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포지션 적응 능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진섭의 등장은 너무 이른 시기에 고착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대표팀에 새로운 경쟁을 불어넣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0월 소집과 비교했을 때 이번 소집에선 골키퍼 1명만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박진섭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불어넣을 대상들도 적잖다.
박진섭이 먼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위치는 역시 수비수다. 클린스만 감독은 북중미월드컵으로 향하는 첫 관문에서 중앙 수비수를 단 3명(김민재·김영권·정승현)만 뽑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실 각 포지션별로 2배수를 생각했는데, 우리 최전방 공격수 세 명이 너무 잘하고 있어 중앙 수비수 1명을 뺐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4번째 수비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진섭은 수비에서 과감한 태클과 몸싸움을 벌일 정도로 투쟁적일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 출신이라 패스도 정교한 편이다. 왼발잡이 수비수가 아니라 오른발이 주발인 김민재와 조합이 아쉽지만, 최근 클린스만 감독이 ‘오른발(정승현)+오른발(김민재)’ 조합도 꺼리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은 열려있다고 봐야 한다.
박진섭이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도 있다. 일단 박용우(알 아인)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주전에 가깝지만 대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또 다른 수비형 미드필더 이순민(광주)은 수비의 보호자 역할을 하기에는 체구(178㎝·73㎏)가 조금 작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수비수로도 인정받은 박진섭은 새로운 카드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진섭 본인도 “항상 왔다 갔다하면서 보고 있기에 불편하지 않다”며 두 가지 포지션에 모두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평소 꿈으로 여겼던 대표팀에 승선했으니 최선을 다할 일만 남았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박진섭이 대표팀에도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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