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간부 공무원, 시 캐릭터 부기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

부산CBS 박중석 기자 2023. 11. 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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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부기 담당 부서장 아내가 대표로 있는 민간 기업, 부기 수익 활동 전개
이미지 훼손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부기 인형탈 공연에 활용
부기 전용 쇼핑몰 운영. 외부에서 '캐릭터 이미지 변형' 지적…부기와 부산시 이미지 훼손 우려
해당 간부 공무원 "부기 활성화 위한 좋은 취지로 시작…오해 소지 있을 수 있다"
부산시 소통캐릭터 부기. 부산시 제공


부산시 한 간부 공무원의 아내가 운영하는 민간 기업이 시 소통캐릭터인 '부기'를 활용해 도를 넘은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을 만큼 박형준 부산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해당 공무원은 '부기' 관리와 운영을 총괄하는 부서의 장을 맡고 있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도 제기된다.

A사의 부기 활용법 ①공연 홍보부터 관객 소통까지…무대에 오른 부기


부산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어린이 오페라 뮤지컬. 지역 민간 기업인 A사가 주관하는 이 공연은 유료 공연임에도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공연의 핵심 콘텐츠는 다름 아닌 부산시 소통캐릭터 '부기'. 부기를 전면에 내세운 공연 홍보 팸플릿은 물론 부기 인형탈을 쓴 배우가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소통하며 흥행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기 활용법은 여타 민간 기업에서는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부산시의 허가를 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청 기업에 한해 부기의 저작재산권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부기 캐릭터를 이용한 수익사업도 가능하다.

다만, 시와 계약을 맺은 특정 배우가 연기하는 부기 인형탈의 대여 및 활용은 시의 허가 아래에 공적인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A사의 어린이 오페라 뮤지컬 공연 무대에 부기 인형탈이 출연했다. A사 SNS 캡처


전국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쌓은 '펭수'와 같이 캐릭터를 하나의 인격체화하기 위해서인데, 부기 인형탈이 민간에서 무분별하게 활용될 경우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인형탈 안에 있는 배우 목소리와 말투 역시 부기가 가진 주요 콘텐츠"라며 "지정된 배우가 아닌 이가 부기 인형탈을 쓸 경우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부기 인형탈이 유독, A사가 주최하는 민간 공연 무대에 반복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A사의 부기 활용법 ②부산시 공식 쇼핑몰? 캐릭터 이미지 변형 지적도


A사의 부기를 활용한 수익 사업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A사는 부기 탄생 직후 자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부기 캐릭터가 그려진 에코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 활용 범위를 넓혀 부기 구급함과 배지, 볼펜, 메모지, 양말, 포스트잇에 이어 부기가 등장하는 오페라 동화책을 연이어 판매했다. 15일 기준 쇼핑몰에 올라온 전체 52종의 상품 중 36종에 부기 캐릭터가 직접 활용됐다.

물론, A사는 부기의 저작재산권 이용을 허가받은 업체다. 다만, 그 활용이 부산시와 원저작권자가 정한 규정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부산시는 부기의 캐릭터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활용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부기가 이마에 얹고 있는 안경의 모양과 부기가 신고 있는 신발에 동백꽃 문양이 있어야 하는 등의 기준이다.

부기를 만든 캐릭터 디자인 업체 콘텐츠코어(주) 역시 매년 새로운 형태의 부기를 제작해 매뉴얼화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캐릭터의 색상이나 선두께 등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기 저작재산권 이용 업체들은 이 매뉴얼 내에서 부기를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A사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 중 일부는 이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볼펜에 사용된 부기의 신발에 동백꽃 문양이 없는 것이 대표적이다.

A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의 명칭 역시 논란으로 남는다. A사는 부기 관련 상품 비중이 높아지자, 애초 사용하던 명칭을 버리고 '부산', '기념품', '부기' 등을 조합해 쇼핑몰 대문을 바꿨다.

A사가 판매했던 부기를 활용한 볼펜. 부기 신발에 동백꽃 문양이 없다. A사 쇼핑몰 사진 캡처


쇼핑몰 상단에 '부기 저작재산권 허가업체'임을 명시해 놨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마치 부산시에서 공식 운영하는 쇼핑몰로 인식될 개연성이 높다.

쇼핑몰과 상품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부기는 물론 부산시의 이미지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콘텐츠코어 안용준 대표는 "부기 활성화를 위한 저작재산권 개방은 캐릭터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며 "캐릭터 훼손은 오히려 부산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수 있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사 대표 남편, 박형준 시장 선거 캠프 출신…부기 총괄 부서 부서장

부산시가 정한 기준을 넘나들며 부기를 통한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는 A사의 대표 남편은 부산시 공무원인 B담당관.

B담당관은 지난 2021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6월 제8회 지방선거 당시 박형준 시장 후보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만큼 박 시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정무직 공무원으로 활동하던 B담당관은 지난해 10월 4급 상당 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해 현재 시청 내 모 부서의 장으로 일하고 있다.

문제는, B담당관이 장으로 있는 부서가 다름 아닌 '부기'의 관리와 운영, 홍보 등을 총괄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B담당관은 부기 운용에 관한 상당 업무의 결재권을 쥐고 있다.

A사의 부기를 활용한 사업 활동으로 비춰볼 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제기되는 대목인데, 이를 의식해서인지 B담당관은 부서장 인사 당시 아내의 사업 연관성을 이유로 이해충돌방지법 관련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A사의 부기를 활용한 수익 사업이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확장됐다는 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B담당관은 "부기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일"이라면서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B담당관은 지난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형준 시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뒤 부산시 정무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부산시 제공


B담당관은 A사의 공연 무대에 부기가 오르는 것과 관련해 "어린이 문화 활성화라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으로, 부서장으로 오기 전 부기 인형탈 대여를 신청해 허가받은 사항"이라며 "배우 섭외 비용은 아내 회사에서 지출하고 있다"고 했다 .

쇼핑몰 운영과 캐릭터 훼손 논란과 관련해서는 "애초 공연에 오는 관객들에게 배포하려는 의도로 굿즈를 만들었다가 쇼핑몰 판매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캐릭터 이미지 기준을 어겼다고 지적받은 상품은 시에서 허가를 받은 뒤 제작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점을 인식한 뒤부터는 디자인을 보완해 해당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2021년 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부기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부산시는 이후 매년 2억원의 예산으로 부기의 운용과 각종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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