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윤석열 총장과 닮은꼴? ‘정치인 한동훈’ 정말 임박했나
韓, 출마설 강한 부정 안 해…野 “진은정, 김건희처럼 스포트라이트”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현재 출마 생각은 없다. (다만)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정계 진출 계획을 묻는 여야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그동안 딱 잘라 부인했던 윤 총장의 달라진 기조에 '정치인 윤석열'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받았다.
이 답변을 한 지 5개월 후 그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그리고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의 대립은 극에 달해 있었다. 다시 그로부터 2개월여 지난 2021년 6월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머잖아 확실한 대선주자가 필요했던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년 전 윤석열 검찰총장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실제 현재 한 장관이 처한 상황과 한 장관의 발언 및 태도 등에서 정치 입문을 앞두었던 당시 윤 총장과 유사한 지점이 적잖이 발견되고 있다.
우선 한 장관과 민주당 사이 갈등이 최근 다시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장관은 정부 출범 초부터 민주당과 번번이 대립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이전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말 폭탄'을 주고받고 있다. 충돌의 빈도도 잦아졌다. 이번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의 '건방진 놈'-'후지다' 설전이 대표적이다. 이것이 가져올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한 장관이 거대 야당과의 대립을 통해 정치적 체급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윤석열 총장 역시 정치 입문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수사지휘권 등 문제로 극심한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을 겪었다. 윤 총장은 당시 "총장은 장관 부하가 아니다" "비상식적"이라는 등 추 장관을 향해 날선 발언을 이어갔고 이에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반격을 이어갔다. 지금까지도 당시의 추‧윤 갈등이 '정치인 윤석열'의 체급을 키워준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 당시 윤 총장은 검찰총장 사상 처음으로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것이 그로 하여금 더는 총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총장직 사퇴와 정치 입문 결심에 더욱 불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 한 장관 역시 야당으로부터 계속해서 탄핵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한 장관이 야당을 향해 더욱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정치 입문 전 지지층에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로 다시 민주당과 서로 독설하고 싸우고 있다"며 "결국 전통적 어르신 보수층에게 '내가 민주당이랑 싸우고 있어요, 봐 주세요' 이걸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년 전에도 지금도 인물난 시달리는 국민의힘
실제 여당 안팎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기현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 어필할 '얼굴'이 부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강서 보궐선거 참패 이후 더욱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한 장관이 내각을 지키길 원했던 윤 대통령도 그의 출마를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당 안팎에선 한 장관의 정치 입문과 출마를 두고 '견제' 분위기가 적잖이 흘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 장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그의 등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또한 '인물난을 극복하고 분위기 반전에 나서야 한다'는 위기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유력한 '대선주자'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던 국민의힘이 윤석열 총장을 영입해 띄운 흐름과 유사하다.
"진은정씨 공개는 허락이 필수…출마 돕기로 한 것"
당사자 한 장관은 아직 뚜렷한 출마 의지를 드러내진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그의 메시지에 다소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 대한 비대위원장설에 대해 "저에 대해 여러 가지 예측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내용을 다 보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에 집중하겠다"는 등 앞서 정계 등판설을 일축했던 것에 비해 부인 강도가 약해졌단 분석이다.
그런 가운데 같은 날 한 장관의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적십자사 봉사활동으로 첫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진 변호사가 공개된 후 그의 학력‧직장 등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진씨의 등장이 곧 한 장관의 정계 진출 신호탄이란 해석에도 힘을 받고 있다. 이에 한 장관은 "국무위원 가족들은 적십자 활동을 아주 오래 전부터 해왔다"며 "통상적인 행보"라고 답했지만 역시나 강한 부정은 하지 않았다.
야당에선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은정씨 공개는)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 김건희 여사가 얼마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의 정치 참여는) 당연히 하는 것"이라며 "한 장관이 나가서 변호사 하겠나, 돈도 많고 집안도 좋다는데"라고 덧붙였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진씨를 향해 "제2의 김건희 여사님인가. 국민은 김건희 여사 하나만으로도 버겁다"며 "아마도 제일 거시기(?) 한 사람은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아닐까. 아직 임기가 창창히 남았는데 한 장관 부인까지 주목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작지만 레임덕을 알리는 신호 같아서"라고 적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국무위원 부인들이 통상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건 맞지만 저렇게 진씨의 사진이 여러 장 보도되기 위해선 법무부와 한 장관 부부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즉 한 장관의 정계 진출과 총선 출마를 집에서 허락했다, 적극 돕기로 했다 이런 의사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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