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IN] 현대건설 10조 사업 담합 의혹…공정위 현장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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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대건설의 윤영준 대표, 약 36년간 재직하며 대표적인 현대건설의 '원클럽맨'입니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을 거쳐 2021년 3월부터 대표를 맡아오고 있습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암초를 만났습니다.
공정위가 총 사업비 10조 원에 달하는 위례 복정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에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인데요.
최근 현대건설을 현장조사하며 조사 강도를 높여오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윤영준 대표의 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데요.
관련해서 산업부 신성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우선 해당 사업 내용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복정역 일대를 코엑스 약 2.2배 규모의 업무, 상업 등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토지 가격만 약 3조 2천억 원, 총사업비는 약 10조 원에 달하는데요.
지난 7월 LH가 공모를 냈고, 같은 달 21일 참가의향서 접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지난달 사업신청서 접수를 받아 이달 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는데,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한림건설 등이 참여하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와 사업협약 체결 토지매매계약 등 절차를 거쳐 오는 2025년 말에 착공하고, 2030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상당히 규모가 큰 사업으로 들리는데, 이 사업에 어떤 의혹이 있다는 것입니까?
[기자]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의혹인데요.
LH에 따르면, 최초 참가 의향서를 접수한 업체는 50여 곳이 넘는데 실제로 입찰에 참여한 곳은 현대건설 컨소시엄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경쟁 컨소시엄 참여를 논의 중이던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입니다.
강민국 의원은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에게는 경쟁 관계에 서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 사업을 포기시키고, 현대산업개발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하라고 종용했다고 주장하는데요.
강 의원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녹취록도 공개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 :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범 현대가 모아서 가겠다 이렇게 요청이 온 것 같고….]
이 같은 담합을 통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사업 공개 모집을 한 주체인 LH를 향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죠?
[기자]
LH가 현대건설과 같은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진입장벽을 높게 설정했다는 것입니다.
[강민국 / 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6일) : 시공순위 상위 10위 이내 시공사 1개 이상 반드시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는데, 10위 이내 시공사들이 뭉치면 다른 컨소시엄은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단독 입찰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직원 수가 1천500명 이상이면서 연면적 3만 제곱미터 이상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단일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는데요.
이밖에 3개 필지를 통합 공모해 대규모 사업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극소수 대기업에 사업을 주기 위함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LH 측은 3개 필지를 통합 공모한 것은 효율적, 입체적 개발을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는데요.
대기업에 유리한 참여조건을 단 것에 대해서는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 선정이 필수적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국회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공정위가 담합 관련 조사에 나섰죠?
[기자]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사실관계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입니다.
공정위는 최근 현대건설에 조사관을 보내 사업 공모 및 컨소시엄 관련 자료를 확보했는데요.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부당 행위 여부와 책임 소재를 파악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발송할 예정입니다.
현대건설 측은 "LH의 입찰지침에 따라 정당하게 공모한 사업"이라며, "입찰 조건과 관련된 사전 담합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윤영준 대표의 연임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앵커]
잡음은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윤 대표 체제의 현대건설, 실적은 좋지 않았나요?
[기자]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매출 7조 8천600억 원, 영업이익 2천40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현대건설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러닝 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해외 대형 공사가 본격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표 취임 전 수주했던 해외 사업들의 수확 시기가 돌아온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죠.
물론 올해 현대건설이 사우디에서 약 10조 원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사우디 외교 성과와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의 지원 없이 독자 수주가 가능했을지는 의문입니다.
[앵커]
이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은 아쉬움이 남죠?
[기자]
국내 주택 경기가 워낙 어려운 탓도 있겠지만, 윤영준 대표가 현장소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인물임을 감안하면 위기관리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선, 그간 유지해 왔던 도시 정비 수주 왕좌를 포스코이앤씨에 내줄 전망입니다.
현대건설의 올해 누적 수주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4조 원을 훌쩍 넘긴 포스코이앤씨에 크게 밀렸습니다.
또한 현대건설의 매출 원가율은 지난해 1분기 91%에서 약 94%까지 올랐습니다.
대외 리스크 등으로 해외 수주 분위기가 앞으로 계속 좋다는 보장도 없기에 여러모로 윤영준 대표의 연임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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