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탈퇴서 한 장에 만 원"...SPC, 500명 탈퇴시켰다
"노조원 진급 차별, 배치 불이익"
"총 760명 중 500명 넘게 탈퇴"
검찰, SPC 압수수색 등 수사 속도
'노동조합 탈퇴 종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SPC그룹이 노조 탈퇴서를 받아오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조직적으로 노조 탈퇴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채업자처럼 탈퇴서 받아 가"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SPC그룹의 노조 탈퇴 종용 의혹에 대해 "노동조합 탈퇴 작업이 회사 업무처럼 회의 주제로 올라가고 PPT로 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민주노총 노조원) 명단을 만들어서 (한국노총에) 제공하기도 했다"며 "탈퇴서를 보고해야 돼서 만약에 오늘 탈퇴서 5장 받으면 내일 보고할 게 없을지도 몰라서 2장을 빼놓고 오늘은 3장만 보고하는 식으로도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이런 거 보면 한두 명의 충성심으로 한 건 아닌 것 같고 다 조직적으로 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SPC그룹의 노조 탈퇴 종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4일 자회사인 PB파트너즈 간부 정모 전무와 정모 상무보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승진 등 인사 불이익을 주며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 노조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사내 다른 노조인 한국노총에 넘긴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에 있는 허영인 회장 등 임원 3명의 사무실과 사내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 14일 SPC그룹 전 부사장이자 계열사 'SPC GFS'의 비상근 고문 김모(62)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 지회장은 사측의 탈퇴 종용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제빵기사들 매장 배치에 불이익을 준다든가 육아휴직자들한테 전화해서 복직이 안 될 거라고 협박하면서 탈퇴서를 써라(압박했다)"며 "'오늘 꼭 탈퇴서를 받아가야 된다' 하면서 빵 만드는 사람 옆에서 사채업자처럼 서 있다가 노조탈퇴서를 받아가면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노총 탈퇴서를 받아 가면 1만 원을 주고, 한국노총 가입까지 시키면 추가로 3만 원을 더 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측의 이 같은 압박에 결국 노조원 3분의 2가 탈퇴했다고 한다. 임 지회장은 "(사측이) 본격적으로 노조 탈퇴 작업한 시기가 2021년 3월인데 그때 당시에 760여 명 되던 조합원이 3월 달부터 매달 탈퇴서가 100장씩 들어와서 대략 500명 이상 탈퇴했다"고 말했다.
"불법파견·산재 지적하는 노조 없애려"
임 지회장은 사측이 조직적으로 노조 파괴에 나선 것은 노조가 제빵기사들의 불법파견 문제, 산재사망 사고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가진 국내 1위 식품업체지만, 2017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협력업체 노동자 5,300여 명의 불법파견 사실이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등 '반(反)노동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소비자들은 여러 차례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임 지회장에 따르면 사측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와 2018년 '사회적 합의'를 맺고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을 본사 직원과 맞추기로 했다. 하지만 동일 임금이 적용되는 시점인 2021년 초부터 노조 파괴 작업에 돌입했다고 한다.
임 지회장은 "(사측은)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런 문제 제기를 하는 노조를 없애려고 한 것 같다"며 "SPC 내에서 또 산재 사망 사고들도 있었고 회사 입장에서는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일들인데 SPL(SPC의 계열사) 공장 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더 문제가 커지기도 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좀 싫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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