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나’보다 더 중요해지는 세상

이균성 논설위원 2023. 11. 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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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溫技] 빌 게이츠의 상상에 대한 단상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오픈AI가 지피티스(GPTs)를 공개했을 때 이것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지피티스는 누구나 자신만의 챗봇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코딩을 전혀 몰라도 인간의 언어로 지시해가면서 만들 수 있다. 그 점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오픈AI는 특히 그렇게 만든 챗봇들(GPTs)을 유료나 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GPT스토어) 계획도 공개했다.

오픈AI 발표만으로는 이런 시도가 얼마나 거대한 일의 첫걸음인지를 간파하지 못했다.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 사람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였다. 그는 오픈AI가 지피티스를 공개한 뒤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에이전트의 미래: AI는 컴퓨터 사용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나서야 챗봇에 대한 생각이 협소했음을 깨닫게 됐다.

빌 게이츠는 이 글에서 “5년 내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우리는 키보드나 마우스 그리고 터치패드를 통해 컴퓨터(PC든 스마트폰이든)와 통한다. 가끔 목소리로도 소통한다. 컴퓨터와 소통할 때는 하고자 하는 작업과 관련이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호출함으로써 그 앱을 직접 조작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모든 일을 위해선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사진=빌 게이츠 링크드인

빌 게이츠 예언의 핵심은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해 했던 과거 모든 훈련과 교육의 번거로움과 복잡한 과정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등장한다는 건데 그게 ‘AI 에이전트’다. 그는 이에 대해 “자연어에 반응하고 사용자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유형의 소프트웨어”라고 정의했다. 그는 특히 사람은 “작업마다 다른 앱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건 에이전트 몫이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인간의 언어로 AI 에이전트에게 말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풍경은 낯설지 않다. 미래를 담은 수많은 영화에서 목격한 바다. 중요한 사실은 빌 게이츠는 영화감독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상상(想像)을 공상(空想)으로만 치부하기엔 그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더군다나 5년이라 했다. 5년은 긴 시간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잠깐 딴 생각하면 훌쩍 가버리는 시간이다.

게이츠의 상상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 인간 세상은 분리될 수 없고 긴밀히 연계된 두 개의 세계(현실 공간과 사이버 공간)로 구성되고 인간 또한 두 개의 자아(현실의 나와 사이버 공간을 누빌 AI 에이전트)를 갖게 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없거나 이를 잘 활용할 수 없다면 미래 인간의 삶은 반쪽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삶의 상당 부분을 지배할 사이버 공간이 배제되는 것.

자연인이 아닌 바에야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이버 공간이 인간한테 얼마나 큰 위력을 미치고 있는 지는 이미 모두 실감하는 바다.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 이 공간을 살아가고 활동하는 주체는 인간이기보다 인간을 대리하는 AI 에이전트가 될 거라는 점이다. 나와 타인(타인은 개인일 수도 있고 기업이나 기관 등 단체일 수도 있다)의 교감과 소통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는 거다.

사이버 공간에서 AI 에이전트는 인간보다 월등한 두 가지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지식과 정보를 거의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과 절대 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사이버 공간에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되는 인간은 AI 에이전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펜으로 글을 쓰다 이제 글을 쓸 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듯 AI 에이전트도 그렇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진짜 가능할 지에 대한 빌 게이츠의 대답은 철퇴와 같다. 그런 시절이 올까 고민하기보다 AI 에이전트가 대부분의 것을 대신할 때 교육 받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우려는 여기서 말할 주제는 아니다. 분명한 건 인간이 현실과 연계돼 반드시 살게 될 사이버 세계에서는 사람보다 그를 대리하는 AI 에이전트의 역량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거다.

개인의 문제는 이제 어떤 AI 에이전트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로 좁혀지고 있다. 오픈AI의 지피티스(GPTs)는 그 시작이다. 기자들이 나만의 챗봇 만들기 체험 기사를 내놓고 있지만 발 빠른 사람들은 더 깊은 작업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오픈AI보다 더 쉽게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곳이 나타날 지도 모르고, 기성복처럼 거의 다 만들어진 AI 에이전트를 파는 곳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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