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선 디렉터 "소통은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
금강선 스마일게이트알피지 CCO는 지스타 게임 컨퍼런스에서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며 진심으로 이용자에게 다가갈 것을 강조했다.
지스타 게임 컨퍼런스 연단에 선 금 CCO는 "아까 CCO라고 소개했는데, 로스트아크 디렉터 금강선입니다"로 강연의 첫 마디를 시작했다. 그는 2011년부터 7년 간 로스트아크 개발과 서비스 기간 5년 간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게임업계 소통의 아이콘으로서 자신의 비법을 공개했다.
로스트아크 개발 과정에서 흔들렸던 시점은 개발 3년째였다. 지지부진한 개발에 팀원들이 불안해하며 리더십마저 흔들리자 금 CCO는 지스타 출품을 결정했다. 지스타에서의 대성공이 로스트아크 개발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시즌 1의 실패에 대해서는 "실패가 우울하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즐겁게 게임하려고 왔는데 실망한 이용자에게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었다"라고 당시 심경을 소회했다. 이어 "실패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빠르게 대응하다보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로스트아크는 시즌 1의 부진을 딛고 눈부신 도약에 성공했다. 하루 최고 123만 명이 접속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MMORPG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굳혔다. 북미에서도 좋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2위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로스트아크의 장점으로 꼽히는 소통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중요 공지를 작성할 때는 운영팀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디렉터와 권한을 가진 매니저가 함께 작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미래의 기획자 혹은 개발자들에게 "저는 항상 솔직하고 성실하려고 노력했다. 윈스턴 처칠의 '성공이라는 것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말을 꼭 간직해주시길 바란다"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함께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긴 개발 기간의 원동력
로스트아크는 누군가의 인생 게임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세계관과 하이 컨셉을 우선적으로 작업했다.
세계관은 철학보다 기능성을 중시해, 개발자의 취향보다 유저의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세계관을 목표로 했다. 하이 컨셉은 방향성인데, 초기 로스트아크의 방향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쿼터뷰 놀이의 블록버스터화'라고 할 수 있겠다.
키워드 문서를 제작해 팀원들이 게임의 컴포넌트를 쉽게 이해하고 확인하도록 했다. 그림을 많이 넣으면 지치지 않고 계속 읽을 수 있다. 전투 이터레이션으로 빠른 전투 매커니즘을 검증했는데,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급적 개발 초기 R&D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프로그래머와의 대화는 기획자가 꼭 지키고 싶은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지형을 이동하는 것'과 '지형이 이동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전혀 다르다. 개발은 가장 복잡한 레벨부터 작업했는데, 아시다시피 카양겔은 10년 뒤에 출시됐다. 꼭 순차적으로 개발할 필요는 없다.
개발 3년차에 경험한 레임덕은 게임 개발이 늘어지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현상이다. 3년 간 누적된 개발 피로에 성취가 동반되지 않으면 동기 부여가 흔들린다.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2014년 지스타 출품을 결심했다.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거뒀고 무사히 게임을 완성할 수 있었다.
■ OBT의 눈부신 성공과 추락, 시즌 2의 재도약까지
2018년 11월 7일 대망의 OBT가 시작됐고, 동시 접속 35만 명이라는 런칭 신기록, 2018년 구글 검색순위 1위, 대한민국 게임대상 6관왕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었다. 시즌 초반 대기열 문제, 공산주의식 성장, 엔드 콘텐츠 부재, 이용자 친화적이지 않은 기능 등 지표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3개월만에 지켜야 할 가치와 버려야 할 가치를 명확히 구분해 시즌 2 비전 문서를 작성하고, 엔드 콘텐츠이자 아이코닉 콘텐츠가 될 군단장 레이드 개발을 시작했다.
언제 어느 때든 실패의 순간이 온다. 실패를 빨리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너무 크게 받아 들여서 내가 한 것들을 모두 부정하는 염세주의까지 가면 안된다. 이 게임에서 7년 간 쌓아올린 포텐셜, 좋은 가치들은 존중했다.
로스트아크 개발은 탑다운과 바텀업, 두 가지 방식을 모두 혼용했다. 가령 군단장 레이드를 예로 들자면, 군단장의 키워드나 방향성, 포지션 등은 탑다운 방식을, 실무진의 아이디어나 룰, 새로운 놀이 등은 바텀업 방식을 사용했다.
디렉터가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다. 잘 맡기는 것도 중요하다. 바텀업 방식으로 개발자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열정적이고 업무의 성과나 능률도 증대된다. 결국에는 개발하는 사람 하나하나가 재미를 느껴야 한다. 기여한 게 있고, 보람이 있어야 퀄리티가 나온다.
시즌 1의 부진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개선해나가며 시즌 2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진심이 가장 중요한 소통
로아온은 감사제부터 시작한 콘텐츠다. 대단한 포부는 없었고, 죽어가는 게임을 살리고 유저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목적이었다. 가급적 솔직하게 말씀드리고자 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
소통은 주기적으로 문제점을 정리하고, 유저 니즈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개발자와 유저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게임을 사랑해주는 유저를 직접 만나면 동기부여 자체가 달라진다.
유저들과 소통할 때는 말의 표면이 아닌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연대 기믹을 없애 달라는 말은 유격 수준으로 과도한 현재 상황을 해소해달라는 말이다. 연대 기믹을 정말 없애면 피지컬만 남아서 큰일난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지인들로부터 소통하는 방법, 사과 공지 작성하는 법 등을 자주 질문받는데 특별할 건 없다. 진짜 미안하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마음 없는 억지 사과는 절대 닿지 않는다. 개발사가 억울할 수도 있지만, 유저들이 어디서 화가 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공지 한 번을 쓰기 위해 81번 수정한 적도 있다. 한국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공지는 반드시 책임자인 디렉터가 직접 작성해야 한다. 함께 책임져야 하는 해당 사안 매니저와 협의하는 것은 물론이다.
소통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 몇 시간동안 즐겁게 방송하는 것도 제가 재미있어서, 이용자들이 제 얘기 들어주는게 좋아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도 사람이고, 이용자도 사람이다. 마음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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