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가려운 곳 긁어줘야"… 尹, 메시지 이어 인사에도 변화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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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방향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피부에 와닿는 사안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잇단 해외 순방 이후 진행될 연말·연초 인사가 윤 대통령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과 장·차관급 인사는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달 말부터 12월 예산 정국 종료를 기점으로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순차적으로 자리를 떠나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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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보선 후 '민생 집중' 행보 전환
연말 대규모 인사가 '변화 의지' 가늠자
보수 인재풀 한정... 서오남 탈피 등 과제
"큰 방향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피부에 와닿는 사안에서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누구든 기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둬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비공개회의 등에서 대통령실 참모와 국무위원들에게 강조했다는 말들이다. 지난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민심 이반 위기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메시지와 정책에서 '민생 밀착'을 강조하는 것이 눈에 띄지만, 내년 총선을 의식한 구호에 그칠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잇단 해외 순방 이후 진행될 연말·연초 인사가 윤 대통령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념 멈추고 여론 반응성 높인 尹
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윤 대통령의 행보는 생활 밀착형으로 전환됐다. '타운홀 미팅' 방식의 비상경제민생회의 등을 통해 직접 피해 사례를 듣고 세세한 대책을 주문했다. 반면 여론이 등을 돌렸던 이념을 강조하는 발언은 자제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16일 "윤 대통령 주변에서 대선후보 시절 보여준 소탈한 이미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미래 비전보다 세세한 이슈로만 경쟁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한편으로 유권자의 다양한 요구에 빠르게 반응했다는 긍정 평가도 적지 않았다. 여권에서 윤 대통령 행보의 변화를 두고 "이념과 원칙만 고수하기보다는 여론 반응성을 높이고 정치적 효과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신호''라는 기대감을 보이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장미란 차관 같은 인사"… 'MB' '서오남' 비판 벗어날까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정책적 성과로 구현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변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선 인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대통령실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인사와 관련해 '이명박(MB) 정부 시즌2'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기획재정부 엘리트 출신' 등의 비판에서 벗어날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사례처럼, 윤 대통령이 업무 역량과 참신한 메시지를 고려해 기용하는 '열린 인사' 기조는 늘 있었다"면서도 "최근 더욱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인연은 없지만, 70년대생 여성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내각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과 장·차관급 인사는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달 말부터 12월 예산 정국 종료를 기점으로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순차적으로 자리를 떠나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인사 수요로 인해 검증 절차도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참모나 장·차관급 인사 수요를 감안해 전방위 검증을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시민사회수석과 국가보훈부 장관 후임으로 거명된 김정수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과 최원일 전 천안함장 등의 경우 여론을 살피면서 보다 후보군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기존 인사 기조에서 파격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유력한 차기 경제수석으로 거론되던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대신 박춘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급부상한 것을 두고는 '또다시 기재부 관료 출신 중용이냐'는 뒷말이 나올 소지가 있다. 보수 진영의 인재풀이 제한적인 만큼 보다 정치권 외곽과 중도 진영에서 인재를 물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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