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한 챔피언 최원준 “반짝 선수라는 말 뒤집고 싶었다”
첫 우승 슬럼프 4년만에 털어
4년여 만에 털어낸 우승의 ‘저주’. 스스로 족쇄를 풀어낸 그는 울었다. 그리고 마음껏 웃었다. 첫 우승 때보다 훨씬 감격스러운 것은 스스로 성장했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그는 새롭게 태어났다.
프로 원년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최원준(45)이 1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프로당구연맹)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피비에이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를 4-2(15:5 14:15 10:15 15:3 15:9 15: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1억원. 그는 통산 2승 고지에도 올랐다.
우승 순간에는 감격에 눈물이 나왔고, 소감을 말할 때는 복받치는 감정으로 제대로 말을 이어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됐다. “양지에서 음지로, 다시 음지에서 양지로 (더 강해져) 나왔다. 이게 진짜 나다.”
실력파 최원준은 2019년 프로 원년에 개인전 정상에 오르면서 세상이 자기 것처럼 보였다. 그는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표현했다.
실제 개인전 투어에서 우승컵을 따냈다. 팀 리그 출범 당시 블루원리조트에 영입돼 탄탄한 프로 선수의 길이 열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프로는 만만한 세계가 아니었다. 경쟁자들은 치고 올라왔고, 후배들은 그를 추월하는 것 같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년 만에 팀에서도 방출됐다.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 톱10에 5번 들었지만 결승 문턱에는 쉽게 오르지 못했다.
최원준은 이 과정을 ‘반짝 선수’라는 오명의 시기로 지칭했다. 그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주변에서 ‘반짝 선수’라는 식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게 가장 힘들었고 슬럼프가 왔다”고 말했다.
초기엔 큐를 탓하고, 스폰서를 탓하고, 자신을 책망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부족한 점을 찾아다니며 물었고, 멘털 코칭도 받으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비롯해 어머니, 아내, 두 딸 등 자신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가족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블루원리조트의 주장인 엄상필 선배가 종종 건네주는 냉철한 말 한마디 한마디는 큰 자극제가 됐다. 최원준은 “상필이 형이 대충 치고 하늘에 맡기지 말라고 했다. 공을 끝까지 보고 치고, 또 설계한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이날 결승전 상대인 비롤 위마즈(웰컴저축은행)를 맞아, 팔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간결하고 정확한 스트로크로 경기를 지배했다.
최원준의 부인은 남편의 장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확한 스트로크”라고 말했는데, 그의 타격은 일절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없는 아름다운 선 자체였다.
결승까지 최성원(휴온스), 김현우(NH농협카드), 김영섭, 세미 사이그너(휴온스), 박정근 등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제압한 것이 증명한다. 팬들도 그의 저력을 알아보고 “쿠드롱 같다” “최드롱이다” “와우~” 등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패배한 위마즈조차 “나는 최고의 컨디션이었는데, 최원준이 너무너무 잘했다”고 극찬할 정도다.
절치부심 4년간 자신을 채찍질한 최원준은 기술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다만 멘털에서 좋아졌고, 자신감은 더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1억원의 상금이 걸려있는 결승전에서도 그는 결과나 돈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연히 긴장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최성원, 사이그너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배운다. 그는 최성원과의 대결을 무척 기쁘게 생각했는데, “대인배 최성원의 힘을 느꼈다. 서서히 늪에 빠지는 것 같았고, 정말 경기하기가 힘들었다.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고 설명했다. 최성원과의 4강전 여파로 머리가 띵해지고, 팔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지만 마침내 정상에 오른 것은 긍정적 세계관의 힘이다.
최원준은 “4년 전 반짝 우승한 것 맞다. 그리고 밑바닥에 떨어져 4년을 보냈다. 하지만 결승까지 최종 1점을 나 스스로 해결했고, 그래서 탄탄해 졌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반짝 선수가 아니라고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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