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인요한 '지지율 상승 도움'…'현실 정치는 달라' 우려도
지도부·친윤 반발 속 불출마·험지출마 전략 적절성 의문도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중진 의원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권에서는 인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정치쇄신으로 이어지면서 당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현실 정치를 반영하지 못한 조치로 당내 분란이 발생해 오히려 총선 준비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16일 여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오는 17일 발표 예정인 4호 혁신안에 '험지 출마·불출마' 권고를 정식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일 인 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친윤, 중진 의원들 향해 '권고' 형태로 험지 출마·불출마를 제안한 이후 2주가 지나도록 이들의 반응이 없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인 위원장은 자신의 권고 이후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초 최고위에서 논의될 정식 안건이 아닌 권고 형식으로 제안해 개개인의 '결단'에 의존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인 위원장은 "개별 인사들과 통화했다" "권고안 수용을 확신한다"며 이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생각껏 맡은 임무를 끝까지, 당과 우리가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해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혁신위는 '조기해체' 카드로 압박에 힘을 보탰다.
여권에서는 인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당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도부와 친윤계 등을 대상으로 '쇄신'을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당의 변화라는 민심에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업체 미디어리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2.6%포인트(p) 상승한 35.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은 5.4%p 하락하며 38.6%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같은 기간 전국 남녀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내년 총선에서 어느정당에 투표할 것이냐'는 물음에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3.8%p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은 5%p 하락했다.
반면 혁신위 행보가 여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10월2주차 대비 2%p 하락한 37%로 집계됐다.
여권에서는 인 위원장의 거듭된 압박이 현실정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불출마는 개개인의 정치생명에 직결된 사안인데 쉽사리 결정하고, 험지 출마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데 총선 전략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이유로 권고 대상들의 숙고가 필요한데, 인 위원장은 압박 수위를 거듭 높이고 있어 오히려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한 인사는 "불출마나 험지 출마는 정치인생, 자신의 삶을 바꿔야 하는 선언과 같다"며 "열흘, 보름 안에 결정하라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이번 결정이 총선에 얼마나 도움되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권고 대상들은 인 위원장의 압박에 맞서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험지 출마 압박에 대해 "당대표의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인 위원장의 ‘윤심’ 거론에 대해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에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5선 중진 주호영 의원 등은 "서울로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다른 친윤계 의원들과 중진 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누리집)를 참고하면 된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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