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 내년 1%P 금리 인하 전망…경기 침체 없이 가능할까

권성희 기자 2023. 11. 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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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금리 선물시장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를 공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15일(현지시간) CME(시카고 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말 금리가 4.25~4.5%로 떨어질 확률을 31.2%로 가장 높게 반영하고 있다. 이는 현재 금리 5.25~5.5%보다 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어 내년 말 금리가 4.5~4.75%로 지금보다 0.7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27.0%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공개된 연준 위원들의 전망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수준의 금리 인하다.


지난 9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5~5.25%였다.

오는 12월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0.25%포인트 1번만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다.

연준 위원들은 지난 9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도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5.5~5.75%로 예상했다.

오는 12~13일 FOMC 때도 금리 동결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금리 결정과 함께 발표되는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의 내년 예상 금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주목된다.

금리 선물시장에 금리 인하가 처음 반영되는 시기는 내년 3월이다. 하지만 내년 3월 금리 인하 전망은 24.0%에 불과하다.

내년 5월 FOMC에서는 금리 인하 전망이 56.9%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다. 내년 6월이 되면 금리 인하 전망이 78.2%로 높아진다.

10월 생산자 물가, 전월비 하락
금리 선물시장이 내년 금리 인하를 좀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한 이유는 이번주 발표된 지난 10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 모두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CPI는 전년비 3.2% 올라 상승률이 전월(9월)의 3.7%보다 대폭 낮아졌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3.3%도 밑돌았다. 지난 10월 CPI는 전월과 동일해 지난 9월의 전월비 상승률 0.3%와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인 0.1%를 모두 하회했다.


지난 10월 PPI는 전월비 0.1% 상승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0.5% 하락했다. 지난 10월 PPI의 전년비 상승률은 1.3%로 전월의 2.2%에 비해 대폭 둔화됐다.

UBS, 내년 2.75%P 금리 인하 전망
투자은행 가운데 UBS는 미국 경제가 내년 2분기부터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UBS는 연준이 금리를 내년 3월부터 인하해 내년 말 2.5~2.75%로 총 2.75%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FOMC는 1년에 8번 열리고 3월부터 금리를 인하하면 연말까지 총 7번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4번은 금리를 0.5%포인트씩 낮춘다는 공격적인 전망이다.

모간스탠리는 연준이 금리를 내년 6월부터 4번에 걸쳐 총 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내년 말 금리는 4.25~4.5%가 된다. 2025년에는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낮춰 2005년말에는 금리를 2.25~2.5%까지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내년 금리 인하 1번뿐
반면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에 연준이 내년 4분기나 돼야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4분기에 금리를 한 번 0.25%포인트 인하하고 2025년에도 한 분기에 한 번씩 총 4번 금리를 내려 내후년 말까지 4~4.25%까지만 낮출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은행들의 내년 금리 인하 전망은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UBS는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는 반면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내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역사적 평균인 15%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하는 경기 침체 확률은 평균 48%다,

결국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경기 소프트랜딩(연착륙)은 동시에 손에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면서도 경제가 침체를 피할 수 있는 "황금길"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금융 조건 완화, 연준의 선택은?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최근의 국채수익률 하락과 증시 랠리로 금융 조건이 다소 완화됐다는 점이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CNBC에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 종결을 예상하면서 금융 조건이 상당히 완화됐다"며 "금리를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환경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소매판매는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전월비 감소하며 경제는 확실히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경제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났다고 선언했다가 인플레이션이 다시 튀어 올랐던 197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으면서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어려운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연준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통제에 더 무게 중심을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내년에 4번의 금리 인하라는 금리 선물시장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거나 UBS가 예상하듯 경제가 다소 큰 폭의 침체에 빠지거나 어떤 쪽이든 증시가 원치 않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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