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실적’ 낸 식품기업에… 끓어오르는 가격인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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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빵·과자·아이스크림 등 식료품 가격을 줄줄이 올린 식품기업들이 지난 3분기에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식품업계는 해외시장에서의 사업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대다수 식품기업은 해외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 인상 효과를 본 국내에서도 실적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대부분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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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수출증가 성과”라지만
국내매출은 그보다 더 크게 늘어
“용량 줄이기 등 행태 자제하고
원재료 하락 맞춰 가격 내려야”
라면·빵·과자·아이스크림 등 식료품 가격을 줄줄이 올린 식품기업들이 지난 3분기에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식품업계는 해외시장에서의 사업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대다수 식품기업은 해외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 인상 효과를 본 국내에서도 실적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소비자단체들은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 인하를 통해 먹거리 물가 안정에 협조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럴수록 고물가에 제품 가격은 유지하고 용량만 몰래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제품이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등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문화일보 11월 6일자 20면 참조)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대부분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거뒀다. 빙그레는 3분기 영업이익이 6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9% 증가해 주요 식품기업 중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영업이익이 43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7% 늘었다. 농심(103.9%), 오뚜기(87.6%), 매일유업(63.7%), 풀무원(55.2%), 대상(50.3%), 롯데웰푸드(40.9%), 오리온(15.6%) 등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폭증하자 식품기업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따른 수출 증가에 힘입은 성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식품기업들의 국내 실적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빙그레는 1∼3분기 우유, 아이스크림 등 제품 내수 매출이 8414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7729억 원)보다 약 685억 원 증가했다. 반면 수출은 같은 기간 818억 원에서 1043억 원으로 225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농심은 1∼3분기의 라면 내수 매출이 1조8571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7077억 원) 대비 1494억 원 늘었지만, 수출은 같은 기간 5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뚜기는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이 2조370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957억 원)보다 2746억 원 늘었지만, 해외 매출은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정부와 소비자단체들은 식품업계가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원재료 함량을 줄이는 등 편법, 꼼수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제품 가격 인하 등 물가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일부 식품기업의 슈링크플레이션 움직임에 대해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며 경고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품기업들이 정작 원재료 가격 하락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가공식품 소비자 가격 역시 원재료 하락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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