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그들을 움직일 비밀무기 남았다”…여당 향한 경고

김종일·박나영 기자 2023. 11. 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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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국민의힘은 귀족당…시방 변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적절한 시점에 대통령 만나 필요한 부분 건의할 것”

(시사저널=김종일·박나영 기자)

파란 눈을 가진 의사. 집권여당에 변화를 불러올 혁신위원장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인사였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당 안팎의 '그가 과연…'이라는 물음표에 답하기 위해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참석, 이준석 전 대표 부산 토크콘서트 깜짝 참석, 친윤(親윤석열) 험지 출마 권고 등 거침없는 행보로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가 어떤 성적표로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향후 여권은 물론 야권에게까지 미칠 영향이 상당한 만큼 지금 여의도의 모든 시선은 그에게 쏠려 있다. 

인 위원장은 구한말에 들어온 미국 선교사 유진 벨의 4대 후손으로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자랐다. 한국과 미국 이중 국적을 가졌지만 양국의 스포츠경기가 열리면 한국을 응원한다. 1991년부터 현재까지 32년간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교실 교수 겸 국제진료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위원장직을 거절했지만, 선조의 값진 희생을 본받아 한국을 더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받아들였다고 한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당내 저항세력들을 상대로 칼을 빼든 인 위원장이 얼마나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시킬 수 있을까. 시사저널이 인 위원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인터뷰는 11월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됐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국민을 위해 정치인이 희생해야"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달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어 희망적이다. 휘파람 불면서 출근한다. 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어려운 나라에 많이 가봤는데, 그 나라들은 한국의 '한강의 기적'을 닮고 싶어한다. 우리 정치도 한강의 기적을 이뤘으면 좋겠다." 

최근 여당 지지율 하락이 멈췄다. 혁신위의 성과라고 보나.

"(단호하게) 지지율에는 관심 없다. 할 일을 하러왔을 뿐이다. 병원에서도 늘 환자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 고민했지, 환자를 통해 수입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체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올바른 길을 가면 돈을 벌게 된다. 혁신위원장으로서도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국민 상식'을 많이 언급했는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살아야한다. 그런데 왜 여태까지 국민이 정치인을 위해 희생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당이 가장 바뀌어야 할 부분은.

"(책상을 내리치며) 현재 국민의힘은 귀족당이다. 고리타분한 데다 타성에 젖어 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그러나 이제 국민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망하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현재 유권자 정치지형은 20%가 보수, 20%는 진보, 나머지 60%는 정치에 관심 없다. 애들 공부 시키느라 힘들고, 시장에 만원 들고가면 살 게 없다. 그들이 뭘 얘기하고 있는지 잘 판별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선거를 좌우한다." 

변화를 위해 '와이프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메시지를 던졌는데 어떤 의미인가.

"간단하다. 모두 바뀌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와 통합, 희생 3가지이다. 지금의 대통령을 누가 만들었나. 윤석열 검사 시절 정권의 핍박을 받아 불쌍하니까 동정표를 많이 줬고, 한편으로는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뽑아줬다. 저 역시 정치인도 아니고 아무 자격 없이 이곳에 와있는데 (기존 정치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환영받는다. 민초의 얘기를 듣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말 안 들으면 매 들겠다'는 메시지도 있었는데.

"'우유 마실래? 맞고 마실래?'였다 모두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는 수능이 있으니 공부하는 학생들을 생각해 조용히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음 주는 더 세게 나갈 것이다. 비밀 무기가 있는데, 다음 주에 공개될 것이다."

중진 불출마 등 계속해서 희생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국민의힘은 더이상 경상도당이 아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가 순천 출마로 그것을 깼다. 계백 장군처럼 안 되는 걸 해냈다.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을 넘나드는,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선거가 돼야한다."

혁신안에 역행하는 인사라는 말도 했는데, 누굴 겨냥한 것인가.

"세 부류(당 지도부·중진·친윤)다. 한 번도 누구 이름을 거명한 적은 없다. (언론에) 자꾸 거명이 되는데 제가 한 것은 아니다. 저는 온돌방 아랫목에서 예의를 배웠다. 우리에겐 법도 있지만 지켜야할 예의도 중요하다. 제가 누군가를 지적해서 막 잡아내진 않는다."

당 내외에서 공격하는 목소리도 많을 것 같은데.

"많은 공격이 있다. 민주당이 지금 내 뒤를 캐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그 사람들이 얼마나 다급하면 나를 캘까 하는 생각에 오히려 즐겁다. 저는 선교사 후손이지 선교사는 아니다. 살면서 잘못한 일들도 있다. 지금은 부동맥 때문에 6개월째 술을 못 먹고 있지만 과거에 술도 많이 먹었다. 재혼도 했다. 하지만 왜 그런 것들로 본질을 흐리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순천 시청과 병원에 오는 공문들을 보면 개탄스럽다. 병원 징계위원회에 올라갔느냐, 갑질을 했느냐, 불법 건축물 아니냐 등 연락이 온다. 우리 조상들이 순천에서 결핵환자와 노인복지를 위해 죽어라 도왔는데…. 저도 화나서 공격하고 싶지만 참는다. 정도를 가야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기자

"야당 인사 받아들이는 것도 통합"

혁신위의 처방대로 하지 않았을 때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

"약을 안 먹으면 어떻게 될지 모두가 안다. 갈 길은 정해져 있다. 누구는 천천히 해도 된다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빨리 해야 한다. 옳은 결정을 해서 변하든지 아니면 죽든지. 지금 해야 한다. 나우, 현재, 시방!"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끌어안기에 공을 들이는데, 계속 시도할 것인가.

"기회가 닿으면 또 만날 것이다. 서울에 환자가 있다고 했지만 이 전 대표 본인 마음이 많이 아프다. 왜 이렇게 불필요하게 손을 내미느냐는 사람도 있지만, 의사는 아픈 사람에게는 진심을 다한다. 보통 사람에게보다 더 여유를 보이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돌아와서 해야 한다."  

신당 추진설은 어떻게 보나.

"신당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 사람들을 위한 일도 아니고 우리를 위한 일도 아니다.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신당을 위해 모이는 사람들끼리도 조금씩 생각이 다 다른 것 같다."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만났는데.

"유승민 전 의원은 만남을 언론에 숨기지 말자는 생각이 나와 같았다. 아주 소박하고 진솔한 분이다. 대화내용을 다 말할 순 없지만 국가와 당을 많이 걱정했고,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제가 혁신위 출발할 때 그 말이 많은 위안이 됐다. 또 기회가 되면 만날 것이다. 홍 시장은 처음 15분간 저를 앉혀 놓고 본인 생각을 거침없이 얘기했다. 그 분 유머 속에 언중유골 같은 메시지가 있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 인사들에게도 열려있다고 했는데, 당외 인사를 끌어안을 계획이 있나.

"지난 주말 내내 고민했고 아직도 고민 중이다. 지금의 야당에 불만 있는 사람들을 만나도 될 것 같다. 그분들 비판을 우리가 모르는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 야당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겠다고 하면 그것 또한 통합이다. 왜 못 받아들이겠나."

"수도권 나와서 당선 안 된다고 인생 끝나나"

혁신위의 성패는 결국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느냐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어느 시점에는 대통령과 만나 방문 닫고 '이런 목소리가 있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라고 건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당 대표도 가끔 그런 얘기를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결정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건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다. 혁신위원장으로 들어와서 (대통령 위로) 기어 올라가 이래라 저래라 절대 그렇게는 안한다. 당 대표에게도 그렇게는 안한다. 콩가루 집안을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저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는 의원들부터 태도를 고쳐야 한다." 

예의를 중시하는 것은 소신인가.

"지구상에서 한국을 가장 사랑한다. 미국과 한국이 경기하면 제가 미국을 응원하겠나. 절대 아니다. 한국을 응원하고 손흥민 선수가 하나라도 골을 더 넣기를 바란다. 나는 여기서 태어났고 온돌방 아랫목에서 예의와 체면을 배웠다."

온돌방의 기억이 강렬한 것 같은데.

"크리스천으로 예배당을 다니지만, 어릴 때 온돌방 아랫목에서 할머니에게서 인생의 가르침을 배웠다. 전라도의 어른들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도덕이다. 다른 사람이 룰(규칙)을 이탈해도 나는 인간의 됨됨이를 지키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도덕이고 체면 문화다." 

이순신·계백 장군을 자주 언급하는데.

"저에겐 예수님이 제일 중요하지만, 한국 역사에서는 이순신 장군과 계백 장군에게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구하고도 감옥에 갔고, 계백 장군은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침략했을 때 군사 5000명을 이끌고 황산벌에서 5만 명의 신라군과 전투를 벌였다. 저도 이 일을 끝내고 핍박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까지 하고 있다. 그런 리스크까지 안기로 한 것이다."

선교사 가문이었던 게 혁신위원장을 맡는 데 영향을 끼쳤나.

"제 할머니의 아버지인 친외조부 유진 벨은 조선의 독립을 마치 '출애굽'(이집트의 지배를 받던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로부터 탈출한 성경 속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일제 강점기로부터의 출애굽이다. 할아버지는 3.1운동을 밖으로 알리고 신사참배도 반대했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아버지는 원산전투에서, 외삼촌은 장진호전투에서 싸웠다. 당시 한국인 300만 명이 나라를 지키려다 죽었다. 아버지와 외삼촌을 떠올리며 한국을 더 잘 지키고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을 위해, 국가를 위해) 당선 안 되고 서울에서 떨어지면 어떤가. 인생 끝나는 거 아니지 않나."  

아내와 재혼하게 된 스토리도 인상 깊은데.

"이혼 후 혼자 지낼 때 한 기획사 작가로 저를 취재하러 와서 서로 알게 됐다. 대화 중에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때 선교단 일원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얘기를 듣게 됐다. 탈레반이 긴 구멍을 파놓고 사형을 시키려했는데, 그저 담담했다고 한다. 한방에 고통 없이 죽게해달라는 기도만 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남은 인생을 같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1980년 광주 항쟁 때 (주동자라며) '기무사 리스트'에도 올랐던 사람이고 한국에 없었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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