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 드는 ‘연동형 사기극’ 정치[시평]

2023. 11. 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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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성정당 만든 엉터리 선거법
근간 유지 전제로 온갖 움직임
조국 송영길 이준석 창당 모색
전국 3%이상 득표 미지수지만
비법률적 명예회복 발상 황당
야바위 선거법 편승 꼭 막아야

요즘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새 정당 출현이다. 과거 총선 때보다 훨씬 다양한 창당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비명계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창당을 통해 총선에 참여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창당의 성공 여부는 선거 결과로 결정된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지지 정도에 달렸지만, 아울러 선거제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선거구마다 최다 득표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전체 의석 배분이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에 따라 각 정당이 확보하는 의석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의석 배분이 병립형에서 연동형으로 바뀌었다. 연동형에서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각 정당이 득표한 비율을 기준으로 정당들에 할당되는 총의석수가 우선 결정된다. 각 정당이 지역에서 획득한 의석수를 제외한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워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의 지지율에 따라 50석 의석 확보가 결정됐는데, 지역구 45곳에서 승리했다면 나머지 5석은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아 총 50석을 갖게 된다. 만일 55곳에서 이겼다면 이미 50석을 넘었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 할당은 없다.

간단히 말해서 정당이 확보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합이 애초 비례대표 선거에서 결정된 총의석수에 일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위에서 예를 든 정당이 극단적으로 지역구 선거에서 단 하나의 의석도 얻지 못했다면 50석 할당이 모두 비례대표 몫에서 이뤄진다.

지난 총선에서는 이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를 공천하지 않았다. 대신에 위성정당을 만들고 이 정당은 지역구 공천을 한 명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거대 정당과 연결된 위성정당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 정당들은 지역구 의석이 없으니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을 최대한 얻을 수 있었다. 선거가 끝난 후 위성정당은 합당했다. 거대 정당들은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의석 극대화를 이뤘지만, 제도의 원래 목적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심한 질타를 받았다.

연동형의 의석 배분 방식을 도입한 것은 병립형보다 소수 집단을 대표하는 군소 정당이 의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 대표 선출 방식으로는 다분화한 사회에서 다양한 소수 집단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국 또는 권역별 정당 지지율에 기반해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면, 군소 정당은 지역구 한 곳에서도 최다 득표자를 내지 못해도 할당된 의석을 모두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다.

선거법을 개정하면 내년 총선에서는 지난번과 같은 위성정당 전략은 금지될 것이다. 하지만 창당을 도모하는 정치인들 중 연동형에 따른 의석 획득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격인 자매정당 창당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조 전 장관도 창당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신당을 만들어 본인들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하고 비례대표 봉쇄 조항인 3% 이상의 득표를 하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될 것으로 계산하는 듯하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잖다. 지난 총선과 달리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공천하게 되면 위성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을 수 없다. 연동형 아래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송 전 대표나 조 전 장관의 신당에 투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비례대표 선거 결과가 전체 의석수를 결정하므로 신당에 대한 투표는 민주당 의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당이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다면 의석을 할당받지 못하고 그 지지는 사표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의 의석 감소만 초래할 뿐이다. 신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라도 3% 득표를 확신하지 못한다면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총선은 정치인 개인의 비법률적 명예 회복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또한, 사법적 처리를 대비하는 보호 장치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어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보려고 한다면 창당을 통해 연동형 선거제도에 편승할 게 아니라, 본인이 자신 있는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을 권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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