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30년간 환경 이주민 15억명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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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튀르키예에선 폭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되고, 미국과 캐나다에선 1년 내내 산불이 꺼지지 않으며 산불이 난 하와이 라하이나는 아예 잿더미가 됐다는 국제뉴스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린 체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대이주'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대신 시베리아는 농사짓기 좋은 땅이 될 것이고, 북극도 수백만 명이 살만한 땅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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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불가리아, 튀르키예에선 폭우로 마을 전체가 침수되고, 미국과 캐나다에선 1년 내내 산불이 꺼지지 않으며 산불이 난 하와이 라하이나는 아예 잿더미가 됐다는 국제뉴스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린 체감적으로 알 수 있다. 매년 조금씩 늦어지는 가을 단풍, 계절별로 달라지는 체감 온도를 통해 기후가 급격히 변하고 있고, 이는 대재앙의 전주곡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학술지 '네이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의 선임 편집자인 가이아 빈스가 쓴 '인류세, 엑소더스'(곰출판)는 기후변화로 촉발된 새로운 환경을 그려보고,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이주'가 불가피하고, 인류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책에 따르면 섭씨 50도를 넘는 날이 30년 전보다 두 배나 많아졌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범지구적 협약을 도출하고 여러 나라가 전기차를 양산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를 쓰려 노력하지만, 탄소 소비를 향해 가속페달을 이미 밟은 지구 문명을 제어하긴 역부족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위인 중국과 4위 인도는 2020년보다 2030년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날에 대한 전망은 더 끔찍하다. 기후모델에 따르면 이번 세기말에는 지구 온도가 3~4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는 '인류의 대이주'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인구 3분의 1이 저지대 해안에 밀집한 방글라데시는 거주하기 어려운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2050년 무렵이면 인구 10%인 1천300만명이 방글라데시를 떠날 것으로 점쳐진다. 수단 같은 사막 국가들도 사람들이 살기 어려워지고, 더위와 가뭄에 시달리는 호주인들도 고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애미와 뉴올리언스 주민 수백만 명은 오리건이나 몬태나 같은 서늘한 주로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도는 10억명 가까운 사람이, 중국 내에서도 5억명,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수백만 명이 이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국제이주기구는 향후 30년간 15억명에 달하는 환경 이주민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환경 이주민은 이미 전쟁이나 분쟁에 따른 피난민보다 10배나 많은 상황이다. 저자는 환경 이주가 이젠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단언한다. "기후는 우리 삶을 조직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적도 부근은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사하라 사막이 남유럽과 중부 유럽까지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대신 시베리아는 농사짓기 좋은 땅이 될 것이고, 북극도 수백만 명이 살만한 땅으로 바뀔 것이다. 이에 따라 가난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유하고 서늘한 북반구로 몰려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 같은 인류의 대이동이 이주 국가의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범죄나 테러 위험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주가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줄고, 인구구조가 노령화하는 북반구 국가들이 특히 그렇다. 스페인과 일본을 포함한 최소 23개국이 2100년까지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이주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존엄하고 안전한 이주를 위한 길이 있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위험하고 가난한 곳에서 안전하고 안락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모두를 위해 더 회복력 있는 글로벌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명주 옮김. 38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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