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세계 첫 플라스틱 재활용단지 ‘서든데스’ 해결사로

2023. 11. 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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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22개 규모 ‘울산ARC’ 착공
열분해·해중합 등 기술 한곳서 구현
2026년부터 연간 32만t 재활용
“위기의 화학산업 르네상스이끌것”
나경수(왼쪽 다섯 번째부터) SK지오센트릭 사장과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성민 국회의원 등이 15일 울산시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에서 ‘대한민국 순환경제 미래를 열다’ 주제로 열린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울산 ARC(어드밴스드 리사이클링 클러스터) 기공식’의 시작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SK지오센트릭이 울산에서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의 첫 삽을 떴다. 화학산업의 위기를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SK지오센트릭은 15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ARC(어드밴스드 리사이클링 클러스터)’ 기공식을 열었다.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21만5000㎡ 부지에 지어지는 울산 ARC 공사에는 총 1조8000억원이 투자된다. 오는 2025년 말 완공돼 2026년 상업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울산 ARC는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을 한 곳에 구현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했다.

열분해는 폐비닐 등에 고온·압력을 가해 원유를 추출하는 기술로 ‘도시유전’으로도 불린다. 해중합은 촉매를 활용해 고분자를 해체해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기술로 페트(PET)를 재활용하며, 고순도 PP 추출은 폐플라스틱에 용매를 넣어 PP를 빼내는 기술이다. 이들 기술은 SK지오센트릭의 파트너사인 영국 플라스틱에너지, 캐나다 루프,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와 협업해 확보했다.

ARC가 본격 가동되는 2026년부터 매년 32만t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한 해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t)의 약 9% 규모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페트병부터 자동차 범퍼 등 내장재, 화장품 용기 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에 쓰인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울산 ARC 착공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기술을 보유한 울산 ARC를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화학산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든데스’(돌연사)에 직면해 있고 더 이상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라며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다시 쓰임새를 찾도록 하는 재생·부활, 즉 르네상스를 통해 화학산업에도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에도 재차 경고한 서든데스의 돌파구로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다.

나 사장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플라스틱을 쓰면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시 원료로 만들어 쓰게 하고 나아가 고기능 플라스틱을 통해 적은 양의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SK지오센트릭은 ARC 상업 가동 시점을 기준으로 연간 700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과 2500억~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선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추정한 수치로 실질 수익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자신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공급이 수요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과 마진이 더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글로벌 주요국 기업은 이미 환경 규제로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넣어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앞으로 그 비율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컨설팅기업 매킨지에 따르면 2050년 글로벌 플라스틱 수요(10억t)의 60%가 재활용 제품으로 구성되는 등 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재활용 제품 공급은 제한적인데 특히 기계적 재활용과 달리 고기능 플라스틱 소재화가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가진 기업은 손에 꼽힌다. 공급 부족 상황은 100%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전 세계 브랜드의 수요가 충족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나 사장은 “아직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글로벌 시장에는 우리의 기술과 역량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이미 ARC 생산물량의 약 30% 정도를 선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완공 전 전체 물량의 70%를 판매하겠다는 게 목표인데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SK지오센트릭은 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나 사장은 “프랑스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는 등 공장 설립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간담회에는 플라스틱에너지와 루프, PCT 대표가 모두 참석해 울산 ARC와 함께할 미래 성장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폐플라스틱을 무한대로 순환하면서도 폐플라스틱을 섞지 않은 버진(원래 그대로의) 플라스틱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며 “SK지오센트릭과 협력해 아시아 지역 추가 확장을 논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기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김두겸 울산시장, 박성민 국회의원,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덕수 총리는 “플라스틱은 새로운 경제질서인 순환경제 전환의 핵심”이라며 “정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탈플라스틱 사회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준 부회장은 “울산 ARC는 SK이노베이션에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SK그룹의 핵심가치인 지속가능성을 관통하는 프로젝트”라며 “울산은 미래 플라스틱 순환경제의 중추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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