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아내 덕분에 2승 했지만… 코스 뛰어다니는 모습 안쓰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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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안쓰러워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개인 통산 2승을 올린 양지호(34)는 특별한 캐디를 옆에 두고 있다.
15일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양지호는 "처음에 (아내가) 캐디를 시작할 때 고민할 게 없었다. 캐디를 해줄 사람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라며 "우승을 못 해도 마음이 편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 그때부터 부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양지호가 매주 캐디백을 메고 코스를 뛰어다니는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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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인 2018년부터 호흡
심리적인 안정이 가장 큰 장점
데뷔 15년만인 지난해 첫우승
오늘 JGTO 던롭 피닉스 출전
아내와 마지막 대회 가능성
내년엔 전문캐디로 바꿀수도
미야자키=글·사진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항상 안쓰러워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개인 통산 2승을 올린 양지호(34)는 특별한 캐디를 옆에 두고 있다. 바로 ‘아내 캐디’ 김유정(30) 씨다. 김 씨는 전문 캐디가 아니다. 코스 공략 등 기술적 조언은 건네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선수 심리 안정을 돕고 있다. 아내의 내조 덕일까. 양지호는 지난해 5월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했다.
2006년 KPGA에 입회하고 이듬해 프로 데뷔한 이후 15년 만이고, 무려 133번째 대회만의 감격이었다. 그리고 지난 6월에도 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공동 주관한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또 한 번 정상에 올랐다.
양지호와 김 씨가 처음 호흡을 맞춘 건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인 2018년이다. 당시 군대에서 전역한 양지호는 여자친구였던 김 씨에게 ‘임시직’ 캐디를 제안했다. 15일 일본 미야자키 피닉스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양지호는 “처음에 (아내가) 캐디를 시작할 때 고민할 게 없었다. 캐디를 해줄 사람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라며 “우승을 못 해도 마음이 편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 그때부터 부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양지호는 이후 종종 김 씨에게 캐디를 부탁했고, 2020년 결혼한 뒤인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캐디를 맡겼다.
무명에 그칠 뻔했던 양지호는 아내와 호흡을 맞춘 이후 생애 첫 우승, 그리고 1년 만에 통산 2번째 승리를 챙기며 정상급 골퍼로 성장했다. 하지만 양지호와 김 씨의 ‘동행’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지호가 매주 캐디백을 메고 코스를 뛰어다니는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대회를 마친 후 (아내를 보면) 항상 안쓰럽다”며 “아내가 아직 투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올해까지는 본인이 맡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년엔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신 “아내가 갤러리로 따라다니면 될 것 같다”면서 “너무 안 풀리면 한 번씩 부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6일 피닉스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JGTO의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총상금 2억 엔)는 양지호가 아내와 함께 도전하는 마지막 특급대회가 될지도 모른다.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는 엄청난 상금 규모와 더불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했던 유서 깊은 대회다. 특히 올해로 50회째를 맞아 올 시즌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와 윈덤 클라크(이상 미국) 등이 출전한다. 양지호는 2012년 일본 2부 투어에서 우승한 적이 있으나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 출전은 처음이다.
양지호는 “이번 대회는 예전부터 항상 나오고 싶었지만 (엔트리 제한으로) 출전할 수가 없었다”며 “유명한 선수들이 엄청 많이 나온다. 어제 켑카를 보자마자 사인해달라고 한 뒤 사진까지 찍었다. 달려가면서 체면도 챙기지 않은 건 처음이다. 매우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훌륭한 선수들을 보니 동기부여도 되고, ‘나도 저 선수들과 경기를 함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강하게 먹게 된다. 그러나 욕심부리면 안 되더라. 우선은 30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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