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수돗물서 기준치 넘는 녹조 독성물질”···끊이지 않는 수돗물 불안

김기범 기자 2023. 11. 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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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북 고령 수돗물의 취수원인 중화저수지에 창궐한 녹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경북 고령의 한 저수지에서 취수한 수돗물에서 기준치를 2배 가까이 초과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앞서 고령과 낙동강 수계 일부 수돗물에서는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도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과 고령군 주민 등은 16일 오전 대구지방환경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령 지역의 수돗물에서 기준치를 넘긴 녹조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경북 고령군 주민과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16일 오전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들은 이날 회견에서 고령 지역 수돗물의 원수로 쓰이는 중화저수지에 녹조가 심각하게 창궐한 이후 이 저수지 물을 정수 처리한 수돗물에서 기준치 1ppb(기체나 액체의 농도 단위로 10억분의 1을 나타냄)를 훌쩍 넘긴 약 1.9ppb의 녹조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승준 부경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지난 9월14일과 10월24일 중화저수지와 수돗물을 채수해 분석한 결과 대가야읍의 수돗물에서 이 같은 수치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녹조 원인인 유해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물질로 간독성, 신경독성, 생식독성이 있으며 독성이 청산가리의 수천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들은 국내 기준치 1ppb는 WHO 기준치를 따른 것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비하면 매우 느슨한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는 생식독성 문제에 주목하면서 더 엄격한 수치인 0.03ppb를 기준치로 삼고 있다.


☞ [단독]대구·경북 수돗물서 기준치 초과 발암물질···낙동강 ‘먹는물 위협’ 현실화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310261738001

이날 회견에서 환경단체와 고령 주민 등은 총트리할로메탄과 마이크로시스틴 검출의 근본 원인은 강을 흐르지 못하게 만드는 4대강 보와 댐이라고 주장하면서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근 문제가 되는 고령군의 회천 고령취수장과 고령정수장은 모두 수자원공사가 위탁 관리한다.

이들은 또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중화저수지를 비롯한 농업용저수지에 대해서도 녹조 독소 조사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령군민과 환경단체, 전문가 등은 회견에서 “수돗물 안전성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고령군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독립된 전문가의 정기적인 조사 참여와 모니터링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했던 곽상수 고령군 우곡면 포리 이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번에 마이크로시스틴이 높게 검출된 수돗물의 취수원인 중화저수지는 오늘도 녹조가 있을 정도로 녹조가 심한 곳”이라며 “그런데도 마이크로시스틴은 고령군청 조사항목에서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군청, 농어촌공사, 수공 등이 물을 가둬만 두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도록 한다든지, 고도정수처리를 한다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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