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신호? 그런 것 없어”···인요한과 거리두기

조문희·문광호 기자 2023. 11. 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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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인요한 겨냥 “尹 당 문제에 언급, 바람직 않다”
홍문표 “당과 용산, 다시금 수직관계로 만들어” 비판
조정훈 “혁신위가 ‘핵인싸’ 거침없이 드러낸 것”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 도중 무거운 표정을 코를 만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무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겨냥했다. 인 위원장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공개한 데 대해 비판한 것이다. 혁신위원회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확전을 자제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이 윤 대통령 측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기자들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 혁신 문제에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받은 이후 혁신위에 대해 연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이틀 전인 14일엔 “일부 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면 안 된다”고 말했고, 전날엔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혁신위를 겨냥했다.

당내 의원들도 인 위원장에 대해 “자가당착” 등 비판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인 위원장이 임명 초 “대통령과도 거침없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것과 결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혁신위의 존립 근거인 독립성을 위태롭게 만든 것으로, 당 안팎의 요구 사항인 수직적 당정관계 청산과도 배치된다는 비판했다.

하지만 수직적 당정관계의 원인을 제공하거나 묵인하던 지도부와 중진들이 총선 공천을 앞두고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수평적 당정관계를 주장하는 것 또한 자기모순이란 지적도 나온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인 위원장께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위원장으로서 혁신을 하기 위해서 대통령한테도 당당히 할 얘기를 하겠다, 이게 (인 위원장의) 일성이었는데, 지금 와서 메시지를 받았다니 이건 도대체 앞뒤가 안 맞는 얘기고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이어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당과 용산 (대통령실과의) 수직관계를 수평으로 바꾸겠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는 수직관계를 다시 또 성립되는 이야기를 스스로 한 것”이라며 “인 위원장 한계 아니냐”고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인 위원장을 향해 “(윤 대통령 측 메시지 전달을) 꼭 공개적으로 할 필요 있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선언한 뒤 현재 구체적 합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아니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 속해 민감한 당 인사를 다루고 있다.

조 의원은 “(인 위원장은) 내가 국민의힘의 ‘핵인싸’다, 혁신위가 외인부대가 아니라 핵인싸다라는 것을 거침없이 드러낸 것”이라며 “혁신위의 가치는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또는 국민의힘만을 위한 결정을 하고 제안을 한다는 데 있는 것이지, 뒷배에 누가 있다, 따라서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 이런 힘의 균형을 논하는 순간 혁신위는 정치 공학으로 빠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혁신은) 용산의 의중으로 관철시키는 게 아니고 국민들의 힘으로 관철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전날 YTN 라디오에서 ‘지도부·영남 중진 등 희생 요구는 대통령실과 교감 이후에 나온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대통령 측에서) 소신껏, 생각껏 맡은 바 임무를 끝까지, 당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그냥 거침없이 하라’는 이런 신호가 왔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러한 당내 지적에 대응하지 않았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출입기자단 알림을 통해 “혁신위는 김 대표 발언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혁신위도, 당 지도부도 한마음으로 합심해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 발언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면서 “(혁신위는) 당에서 알아서 하시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인 위원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만남은 김 대표가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과의 소통을 통해 타협점을 찾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의 갈등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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