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네 개더라’던 처용, 왜 악귀쫓는 신이 되었나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처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가로리 네히어라(다리가 네 개 더라)’라면서 신라때 서역 상인들이 신라 여성을 유혹하는 ‘19금’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처용은 기예로 임금(헌강왕)의 근심을 덜어준 실존인물이다.
처용의 발탁 전후, 신라에 입국한 서역인들은 훤칠한 용모에 잘 생긴 사람들이 많아 신라 여성들 중 일부가 팬클럽 처럼 그들을 좋아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연히 질투를 느꼈을 신라 문예인들은 향가를 통해 그들의 사생활을 비꼬기도 했을 것이다.
처용이 헌강왕의 근심 걱정을 잊게 해주고 맑은 날 시원한 길로 임금을 인도한 공로로 신라 중급 관리로 등용되면서 유명세를 타자, 그를 추앙하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마침내 근심거리와 액을 쫓아내주는 위인으로 다소 신격화한다. 20-30년전 K-팝이 유명해지기에 앞서 한국 소녀들이 외국 아이돌에 열광하던 때에 비춰보면 처용은 신라 후기 ‘뉴키즈 온더 블록급’ 스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 대중들 사이에 신화가 된 처용은 급기야, 역신을 내쫓고 우리의 건강과 안위를 지키는 존재로서,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구현되었다.
새로운 모습의 처용 춤극이 한국문화재재단 예술 전문가들에 의해 탄생돼 국민앞에 선보인다.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은 오는 12월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중구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기획공연 ‘나례희, 처용·樂’을 선보인다.
이 공연은 포르쉐코리아(대표 홀가 게어만)의 후원을 받아 ‘포르쉐 두 드림 퓨처 헤리티지(Porsche Do Dream Future Heritage)’ 사회 공헌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다.
‘나례희, 처용·樂’은 묵은해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의식인 ‘나례’와 우리 민족의 흥을 보여주는 ‘연희’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처용무-농악-탈춤)과 함께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엮어낸 종합예술공연이다.나례(儺禮)는 섣달 그믐날 밤 궁중·관아·민가에서 묵은해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던 의식으로 역병과 같은 나라에 재난이 닥치면 나례를 행하면서 나라의 평안함을 기원하고, 백성을 위로하며 화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공연은 오는 16일 오후 3시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선착순 예매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전석 무료이다. 예매 방법 및 자세한 사항은 한국문화재재단 또는 한국의집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현장에서는 추첨을 통해 대국민 선물 이벤트도 연다.
솟대타기, 땅줄타기, 버나놀이 등 다양한 전통 산악백희를 무대에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와 함께, 진행자가 등장하여 공연을 이끌어 가고, 빠른 전환과 재담으로 출연자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하여 몰입감을 높였다. 산악백희(散樂百戱)는 무용, 음악, 연극, 체육, 무술이 세분화되지 않은 채 연행되던 고대의 총체적인 예술로서 서민적인 연희를 의미한다.
이번 공연은 나례를 소재로 한 다른 공연 뿐 아니라 작년에 한국문화재재단에서 무대에 올린 ‘처용나례희’ 공연과도 차별화된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을 기획한 한국문화재재단 한류문화복합센터 박성호 센터장은 “이번 ‘나례희, 처용·樂’ 공연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서사를 드러내며, 관객이 전통 예술 공연의 다양성을 쉽게 이해하고 유쾌하게 즐기도록 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공연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외에도 현대적 무대 구성과 영상 활용 등을 통해 ‘나례’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쉽고 재미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공연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임금 행차 시 펼치던 나례인 ‘행나(行儺)’로 막이 오르고, 섣달그믐 전날 밤 궁중에서 역신을 쫓던 대(大) 나례인 ‘대나(大儺)’에 이어 궁중에서 처용무-산악백희 등의 연희로 행하던 ‘처용나례희(處容儺禮戱)’로 마무리된다.
제1장 ‘행나’에서는 임금이 궐을 나와 기우제를 올리는 ‘북대문 기우제’, 대취타 연주와 함께 펼쳐지는 임금의 ‘거가환궁’, 임금의 무사 환궁을 위해 진자가 채찍을 휘두르며 부정을 푸는 ‘행나, 진자의 춤’이 펼쳐진다. 진자(侲子)는 나례 의식을 거행하는 사람 중 탈과 붉은 건(巾)을 쓰고 붉은 치마를 입은 소년을 지칭한다.
제2장 ‘대나’에서는 소리를 통해 구나를 행하는 ‘소리구나춤’, 역질을 물리치는 십이지신의 위엄을 보여주는 ‘십이지신구나의 춤’을 선보인다.
제3장 ‘처용나례희’에서는 불꽃놀이를 영상과 조명으로 표현하는 ‘낙화놀이’, 버나놀이-솟대타기-학연화대합설무-땅줄타기 등 백성의 경사를 기원하는 ‘산악백희’, 처용설화를 근간으로 한 탈놀이이자 극중극인 ‘처용우희’, 처용가를 부르며 등장하여 오방의 흐름으로 춤을 추는 ‘처용나례희’의 무대로 태평성세를 기원하는 축제의 장을 선사한다.
학연화대합설무는 궁중에서 악귀를 쫓기 위해 베풀던 의식 다음에 학무와 연화대무를 연이어 공연하는 종합적인 춤을 말하며, 학모습의 탈을 쓰고 추는 학무와 연꽃에서 동기(童妓)가 태어나는 연화대무로 구성된다. 우희(優戱)는 연희자가 어떠한 이야기에 놀이와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를 가미하여 연출하는 즉흥 연극이다.
이번 공연에는 33인의 젊은 전통 예술인이 출연하여 무용, 기악, 타악, 연희, 연기 등 다채로운 전통 예술을 선보인다.
이 중 42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우리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앞장서 온 ‘한국문화재재단 예술단’ 단원들의 출연도 돋보인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남성 무용수 중심으로 추던 십이지신 춤의 일부를 여성 독무로 전환하고, 군무로 구성된 춤을 여성 독무로 변형하여 무대에 올리는 등 십이지신의 위엄을 새롭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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