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가득 국내증시… 개미는 떠나겠습니다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바람 잘 날이 없네요." 요즘 취재원들과 만나는 점심, 저녁 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바람 잘 날이 없을 만도 합니다.
우선 올 초 이차전지 '광풍'부터 시작해 양자컴퓨터·초전도체 같은 테마주 열풍이 증시를 들썩이게 했고요. 일부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해 '빚투'(빚내서 투자)를 늘리는 등 무분별한 투자 행태가 나타나며 우려를 키웠습니다.
지난 4월에는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매도 폭탄으로 6개 종목이 며칠에 걸쳐 폭락하는 사태가 일어났죠. 이와 관련해 주가 조작 의혹을 받는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 등 15명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말부터는 역시 주가 조작에 휘말린 영풍제지가 7거래일 연속 하한가로 곤두박질 치면서 2015년 한국거래소가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를 시행한 이후 하한가 최장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 여파로 키움증권은 고객 위탁계좌에 미수금 약 4943억원이 발생, 반대매매로 회수한 610억원을 제외하고 4333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했습니다. 상반기 순이익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사기 상장' 논란이 커지고 있는 파두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지난 8일 장 마감 이후 3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한 때 주당 4만7000원까지 거래됐던 파두 주식은 이후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피해 주주들이 파두와 파두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면서 법적 공방으로도 확대될 전망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에 이러한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신뢰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주식 커뮤니티나 종목 토론방에서는 '국장(국내증시)은 이제 못믿겠다', '이제라도 미국장으로 가야겠다' 같은 글들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개인 투자자의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초 52조2467억원에서 이달 14일 47조73억원으로 5조원 넘게 줄었습니다. 월간 기준 3년치 평균인 58조원도 한참 밑도는 수준입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 시장을 보면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최근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는 올해 최고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공매도 전면 금지로 인한 변동성 등이 작용하면서 커플링(동조 현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미국 시장은 기업 실적이나 금리 같은 이슈에 정직하게 오르내리는 반면 한국 증시는 '왜곡'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단 이야기였습니다. 호재나 악재 외 다른 요인들에 자꾸 영향을 받는다는 거지요.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을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공매도만이 그 이유는 아닙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가 지수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시장을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매도 금지 이후 하루를 빼고는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자 전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공매도 금지 관련 루머 유포에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며 엄포를 놨습니다.
불법 공매도 단속과 금융소비자 보호, 물론 찬성합니다. 하지만 떨어지고 있는 시장 신뢰를 다시 회복 시키려면 앞뒤 생각 않는 단순한 공매도 금지가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저평가 요인들을 해소하기 위한 더 깊은 고민과 폭 넓은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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