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차분하게 문제 풀고 밝게 나오길" 전국서 수험생 한마음 응원(종합)
비 예보에 우산 챙기고 급성 맹장염 수험생 병원서 시험 치르기도
(전국종합=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6일 수험생들은 가족과 후배들 응원 속에 전국 84개 시험지구 1천279개 시험장에 입실했다.
'수능 한파'는 없었으나 비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툼한 외투에 우산과 도시락을 챙긴 수험생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사라진 응원전은 예년만큼 찾아볼 수 없었다.
입실 5분을 남겨두고 순찰차에 태워 이송한 경찰관부터 안경을 두고 갔다는 학부모의 다급한 연락에 제자 응원을 나왔다가 안경을 건네받아 시험장으로 달려간 교사, 교문 앞의 가족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수험생을 응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라진 수능 응원
올해 수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치러지는 네 번째 수능으로 강력한 방역 조치는 사라졌지만, 대부분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수험생 입실이 진행됐다.
전북도교육청 전주지구 제13시험장이 마련된 전주기전여자고등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박모(51)씨는 "마냥 어리게만 봤던 딸이 이제 다 커서 수능을 본다"며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동안 노력한 만큼 차분하게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가야고 3학년 김예진(18)양은 "준비하고 있는 대학에 가려면 최저등급이 필요해 수능을 잘 치고 싶다"며 "부모님께서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는데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부터 육지로 나와 마지막 시험 점검을 한 인천 옹진군 섬 학생들도 숙소에서 일찍이 나와 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옹진군 백령고 김모(18) 수험생은 "숙소에서 편하게 머물며 마무리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며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믿기에 담담하게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보고 올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효원고등학교에서 만난 40대 학부모는 "아들 앞에서는 안 떨리는 척을 하려고 애썼는데 아들보다 내가 더 떨고 있는 것 같다"며 "실력대로만 후회 없이 치르고 나왔으면 좋겠다"도 응원했다.
충북 청주 서원고와 청주고, 형석고 일대에서는 교사와 후배 학생들이 '샘들이 응원한다', ' 내 사전에는 재수 없다', '선배님 파이팅!' 등이 적힌 문구를 들고 수험생을 응원했다.
대구에서도 수험생을 응원하는 교사들의 미니 응원전이 열렸다.
대구여고 앞에는 혜화여고, 정화여고, 대구중앙고 교사들이 학생들을 향해 "파이팅", "잘하고 와", "잠은 잘 잤어" 등의 말을 건네며 응원했다.
김대윤 혜화여고 교사는 "우리 학생들이 그동안 잘 열심히 준비했으니 오늘 충분히 실력을 잘 발휘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 한밭고 교문 앞을 지키고 있던 여대생 삼인방은 두 번째 수능을 치러 온 친구 황모(19)씨를 보자마자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큰절과 강강술래를 하며 친구에게 밝은 기운을 전했다.
교문 밖 교사·학부모 응원
자녀들이 시험장에 입실하고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교사와 학부모도 많았다.
충북 청주시 서원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성택(50)씨는 "평소 공부를 잘했는데, 오늘 실수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혹시 시험 시작 시각 전까지 아이가 아프거나 두고 온 게 있을까 봐 정문 앞에서 자리를 지킬 예정"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대구 수성구 제9시험장 대륜고등학교에서 만난 50대 학부모는 "막내아들이 12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평소 실력대로만 했으면 좋겠다"며 "나올 때 밝은 모습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며 교문 앞을 지켰다.
수험생 가족 최지민(21)씨는 "준비해온 만큼만 긴장하지 말고 잘 치고 나왔으면 좋겠다"며 "나보다 더 잘 쳤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광주 남구 석산고등학교에서는 시험장으로 향하는 딸의 뒷모습을 한참 지켜보더니 눈물 흘리는 어머니도 있었다.
이 어머니는 "그동안 고생했는데 대견하기도 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며 "안쓰럽기도 하지만 실력만큼 잘 보고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 등 지역 교육감과 지자체 단체장들도 이른 아침부터 시험장을 찾아 수험생을 격려했다.
입실 마감에 '헐레벌떡'…환자 수험생 병원서 응시
울산의 한 학부모는 입실 시간이 다 됐을 무렵 자녀가 놓고 간 시계를 가져다주러 헐레벌떡 도착하기도 했고, 수험표를 놓고 온 학생이 학교 밖으로 나와 학부모에게서 수험표를 받아 가기도 했다.
제주중앙여고 시험장에서는 수험생 자녀가 안경을 두고 갔다는 학부모의 다급한 연락에 제자들 응원을 나왔던 교사가 안경을 건네받아 시험장 안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인천지역 한 시험장에서는 교문 앞에 수험생의 발길이 잦아들 때쯤 순찰차 1대가 사이렌 불빛을 뿜으며 교문 앞으로 도착하기도 했다.
순찰차에서 내린 수험생은 경찰관들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한 뒤 고사장으로 향했다.
미추홀경찰서 학동지구대 관계자는 "수능에 늦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했다"며 "지도를 검색해보니 도착 예정 시각이 오전 8시 22분이었는데 주변의 협조로 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시계를 가져오지 않은 한 수험생은 교문 밖에서 초조하게 부모를 기다린 뒤 시계를 전달받기도 했다.
경남 창원에서는 시험장과 100m 떨어진 고사장을 헷갈려 급하게 달려가는 수험생 모습도 보였다.
강원 속초 보광병원에서는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 후 입원 중인 설악고 3년 수험생을 위해 교육청과 학교가 병실에서 수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병원에서는 수험생이 시험에 지장 없도록 시험 끝날 때까지 해당 병실 주변에 직원이나 환자, 면회객들이 다니지 않도록 조처했다.
(정경재 변우열 양지웅 형민우 윤관식 박세진 김상연 최종호 권준우 김솔 전지혜 심민규 김선호 이주형 김동민 기자)
ima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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