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염 감독이 감독하소" 그 전화 한통에 29년의 한이 풀렸다. 염갈량이 직접 밝힌 1년전의 비하인드 스토리[SC 코멘트]

권인하 2023. 11. 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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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 LG가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염경엽 감독이 행가레를 받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13/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 3회말 1사 2루 LG 김현수의 내야땅볼때 득점한 박해민이 염경엽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13/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2차전. LG 염경엽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08/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자네가 하소. 염 감독이 하소."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통화. 그것이 29년 만에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의 염원을 푸는 시작이었다.

지난해 11월 4일 LG는 2년 계약이 끝난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운 감독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6일 염경엽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발표했다.

류 감독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게 되면서 여러 감독 후보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염 감독은 LG 새 감독 후보로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이미 LG에 2군 코디네이터로 내정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염 감독은 당시 "LG에서 육성 총괄을 맡기로 했었다"면서 "그때 육성 총괄을 맡기로 할 때 차명석 단장과 얘기를 나눈 부분은 선수들을 키우는 부분에 대해 코치들을 교육하고, 캠프에 가서는 류지현 감독에게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역할을 하기로 했던 상태였다"고 했다.

류지현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21년 72승14무58패로 1.5게임차 3위에 올라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2년 차였던 지난해엔 LG구단 역대 최다승인 87승2무55패를 기록하며 2게임 차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다. 이 때만 해도 류 감독의 재계약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플레이오프에서 LG가 키움 히어로즈에 1승 후 3연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LG가 플레이오프 4차전서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뒤 일주일 만인 4일 류 감독과의 결별이 전격 발표됐다.

바로 그날, 염 감독은 구본능 구단주 대행의 전화를 받았다.

염 감독은 "구 회장님이 갑자기 전화를 하시더니 '자네가 하소. 염 감독이 감독 하소'라고 말씀 하셨다"면서 "내가 놀라서 '네?'라고 하니 회장님이 '그냥 감독 하소'라고 말씀 하시곤 전화를 끊으셨다. 그리고 다음날 구단측과 만나 계약을 하고 다음날 발표가 됐다"라고 감독 계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염경엽 LG 트윈스 신임 감독 취임식이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염경엽 감독이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14/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SSG전. 10회초 1사 1, 3루 정주현 타석. 1, 3루주자가 더블스틸을 시도했지만 문보경이 홈에서 아웃됐다. 염경엽 감독이 주먹을 내리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8.18/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SSG전. 12회초 2사 문보경이 역전 솔로포를 치자 염경엽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8.18/

"처음에 육성 총괄을 맡기로 할 땐 감독 얘기는 없었고, LG 감독은 생각도 안했다. LG에서도 '1년 뒤엔 다른 구단으로 갈 수 있으니 1년만 도와 달라'고 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한 염 감독은 "난 목표가 우승인 사람이니. 이렇게 좋은 멤버가 있는 팀을 맡게 됐으니 나에겐 행복한 일이었다. 감사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맡은 LG 사령탑. 하지만 염 감독은 준비된 리더였다.

쉬는 동안 감독으로 실패했던 경험을 되짚어보며 바꿔야할 부분을 스스로 바꿨다.

LG도 바꿨다. 경기 중 화를 내고, 환하게 웃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부터 달라진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감독이 어떤 상황이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염 감독은 LG에서 표정부터 싹 다 바꿨다.

2020년 SSG 감독 당시 스트레스로 쓰러지기까지 했던 과거 아픔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한 절제이자 자기 관리였다. 가족을 위해 집에선 야구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생활 패턴까지 바꿨다.

LG에게 부족했던 디테일과 과감함을 불어 넣기 위해 스프링캠프부터 코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했다.

염 감독은 시즌 전부터 공격적인 주루를 강조했고, 엄청난 도루 시도와 실패로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 후 인터뷰에서 오지환은 "팬분들이나 기자분들께서는 이게 뭐냐고 하실 수 있지만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이 좀 도전적으로 바뀐 것 같다. 마음이 약한 친구들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플레이를 하게 된 것 같다"며 "이런 시리즈에서 부담을 가질 수 있는데 고참, 후배들 가리지 않고 모두 도전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염 감독의 의도대로 '노 피어(No Fear)'로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 가을만 되면 위축됐던 선수들이 씩씩해졌다.

1차전 패배 후 2차전 선발 최원태가 1회 무너지며 0-4로 뒤졌지만, LG 선수들은 포기 없이 차근차근 따라가 결국 5대4로 뒤집어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벤치도 1회부터 불펜 필승조를 총동원하는 승부수로 승리에의 의지를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한국시리즈의 분수령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지난 1년 간의 의미 있는 변화. 그 속에서 LG는 진정한 강자로 거듭났다.

이젠 9개 팀이 모두 꺾어야 하는 최강팀이자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세번째 우승까지 무려 29년이 걸렸지만, 네번째 우승은 엄청 짧아질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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