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산림과학과 시민을 잇는 '홍릉 시민 아카데미'
(대전ㆍ충남=뉴스1) = 국립산림과학원은 도심 속 보물인 홍릉숲 안에 있다. 1897년 명성황후가 묻힌 ‘홍릉’이 청량리 천장산 자락에 터를 잡은 이후 126년간 홍릉 주위의 숲은 ‘홍릉숲’이 되었다. 1919년 고종이 승하한 후 명성황후는 고종과 함께 경기 남양주시 금곡의 홍릉에 합장되었다. 천장산 자락의 홍릉은 사라지고 터만 남게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곳의 숲을 홍릉숲으로 부르고 있다.
홍릉숲은 41.5ha(약 12만 5000평)의 면적에 2000여 종의 나무와 풀이 있다. 국내외 다양한 식물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 중 문배나무는 국제기준표준목으로 선정되었다. 매년 12만 명의 시민이 홍릉숲을 찾고 있다. 특히 봄을 알리는 풍년화가 피기 시작하는 2월부터 진달래, 철쭉, 왕벚나무가 꽃을 틔우는 4월에는 절정을 이룬다.
홍릉숲은 제1호 국가산림문화자산이자 서울시의 미래유산이며, 올해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품숲 중 하나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993년부터 홍릉숲의 가치를 시민과 나누고자 일정 구간을 개방하고 있다. 시민들은 평일에는 사전 예약을 해 홍릉숲 해설을 들을 수 있고 주말에는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다. 홍릉숲을 찾는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숲과 나무, 산림 생태계, 목재를 더욱 잘 알고 싶은데,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아쉬워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과학을 연구하는 국가기관이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를 수행했으며, 특히 홍릉숲을 조사하고 실험한 연구과제도 120건에 달한다. 하지만 임업인이나 산림관련자가 아닌 시민이 어려운 용어로 쓰인 연구 결과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국립산림과학원은 올해 처음 홍릉숲을 주제로 우리의 연구 성과와 지식을 시민과 쉽게 나눌 수 있는 ‘홍릉 시민 아카데미’를 기획하게 되었다. 우리의 연구 성과를 시민의 관점에서 공유하는 적극행정을 추진한 것이다.
총 4회차로 진행되었던 홍릉 시민 아카데미는 홍릉숲을 주제로 해 국립산림과학원의 전문 연구자가 직접 강의를 진행했다. 첫 번째 강좌는 ‘홍릉의 사계’라는 주제로, 홍릉숲의 사계절을 대표하는 나무와 꽃, 생태계 특성을 쉽고 친근하게 설명했다. 두 번째 강좌의 주제는 ‘숲을 즐기는 방법’이었다. 숲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고 삶의 질 개선 등 숲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사람들이 숲을 즐기는 방법 등을 안내했다. 특히 홍릉 숲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세 번째 강좌는 ‘홍릉숲에서 만나는 버섯’이라는 주제로 버섯의 식용가치뿐 아니라 탄소 저장, 낙엽 분해 등 우리가 잘 몰랐던 숲속 버섯의 역할에 관해 자세히 소개했다. 또한, 홍릉숲에서 볼 수 있는 버섯 종류와 위치를 알려주어 홍릉숲을 탐방하는 또 다른 재미를 유도했다. 네 번째 강좌는 ‘홍릉숲, 터 이야기’였다. 홍릉숲이 가진 역사와 시대의 변화에 따른 홍릉 터의 변천사를 다루었다. 왕릉의 숲으로 시작해 이후엔 나무를 심고 가꾸고 실험하는 연구의 공간으로, 이제는 시민과 과학이 만나는 장으로 변모한 홍릉숲의 가치를 다루었다.
시민 아카데미에 참여한 시민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강의 내용에 대해서 ‘만족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88%였으며, 강의 내용의 유익성 평가에서는 97%가 ‘만족 이상’이라고 답했다. 또한 참여한 시민들은 시민 아카데미를 계속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홍릉숲을 대상으로 산림과학을 시민과 연결해 보자는 우리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내년에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먼저 주제를 홍릉숲에서 산림과 목재로 확대하고, 강의 수를 4회에서 8회로 늘릴 계획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강의로 들은 내용을 홍릉숲과 산림과학원 내 연구시설을 활용해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다.
다시 돌아올 2024년 홍릉 시민 아카데미에서 많은 시민과 더욱 재미있는 주제로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pcs42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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