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투혼' 군인 수험생에 '박수'…반려견도 '응원'(종합)

최대호 기자 남승렬 기자 박소영 기자 이성기 기자 이현동 기자 배수아 기자 이수민 기자 서충섭 기자 엄기찬 기자 2023. 11. 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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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응원' 없었지만…'수능 대박' 간절한 수험생·부모
포옹·주먹인사 "힘내 아들·딸"…50만 수험생 차분히 입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제27시험지구 제16시험장인 대전 서구 한밭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어머니와 포옹을 하고 있다. 2023.11.16/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전국=뉴스1) 최대호 남승렬 박소영 이성기 이현동 배수아 이수민 서충섭 엄기찬 기자 = "딸, 긴장하지말고, 평소대로만."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6일, 전국 50만여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은 '간절함'으로 가득했다.

예전의 요란한 응원전은 사라졌지만, 시험에 임하는 긴장감은 여전했다.

해마다 찾아오던 '수능한파'도 없었다. 수험생들은 부모님이 챙겨준 핫팩을 손에 들고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실으로 향했다.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 오전 6시40분쯤 경북대사대부고 앞. 자녀들을 배웅 나온 부모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50대 여성 학부모는 "아침밥으로 딸이 좋아하는 소고기뭇국을 끓여주고 '평상시처럼 침착하게 시험을 치르라'는 말을 해줬다"며 "코로나 시기 등 힘든 과정이 많았지만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빌고 있다"고 말했다.

승용차로 수험생들을 태우고 온 부모들은 한결같이 "우리 OO이 힘내, 오늘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등의 격려의 말을 건넸다.

사상 처음 수능시험이 치러진 충북 증평 형석고등학교(청주56지구 21시험장) 앞에서 재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2023.11.16/뉴스1 ⓒ News1 엄기찬 기자

인천 제25지구 제5시험장 선인고등학교에도 수험생 자녀를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응원과 격려가 줄을 이었다.

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수험장 문 앞까지 자녀를 배웅한 모습, 자녀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며 꼭 안아주는 학부모의 모습도 보였다. ‘파이팅,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외치며 차 창문을 열고 응원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모씨(50대)는 "아이가 외동이라 더 신경이 쓰인다"며 "오늘 아내와 저 모두 연차를 냈다. 이따 끝나고 나면 데리러 와 맛있는 음식을 먹일 예정"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학생들을 응원하러 온 교사도 보였다. 제물포고등학교 영어교사 신민경씨(35)는 오전 6시40분부터 학교 앞에 도착해 학생들을 기다렸다. 신씨는 "매년 학생들을 응원하러 온다”며 “긴장하는 아이들 있고 아닌 아이들도 있는데, 모두 자신이 한 만큼 시험을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17시험장인 효원고등학교 역시 과거 교문 앞을 가득 메웠던 선후배들의 '힘찬 응원'은 없었다.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수험생들의 입실이 이어졌다. 한 휴대전화 통신 업체 관계자만이 나와 "핫팩이에요 파이팅!"이라며 수험생들에게 핫팩과 사인펜, 호박엿이 든 꾸러미를 나눠주고 있었다. 정문으로 향하는 학교 담장에는 '그대 여정의 끝 찬란히 빛나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학부모는 "딸 파이팅, 잘할 수 있어"라며 포옹과 하이파이브로 자녀를 응원했다. 이 부모는 "휴대전화에 딸 이름 대신 '미대생'으로 번호를 저장했다"며 "실수 없이 시험에 임해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사상 처음 수능시험이 치러진 충북 증평 형석고등학교(청주56지구 21시험장) 앞에서 한 수험생이 응원을 나온 선생님과 포옹하고 있다.2023.11.16/뉴스1 ⓒ News1 엄기찬 기자

경기도교육청 제37지구 15시험장 교통지도를 맡은 호평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A씨는 "우리 ○○이 시험 잘 보고 와. 선생님이 응원한다"며 시험장에 도착하는 제자들을 반기며 '수능 대박'을 응원했다.

A씨는 "3년 동안의 결실을 맺는 시험인데 아이들이 얼마나 긴장했겠느냐"며 "모든 학생이 수능을 잘 봐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김수연양(19)은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어 3년간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불안하다"며 "그래도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보고 오겠다"고 말했다.

수능생을 향한 반려견의 응원도 있었다. 광주광역시 상일여고 앞에서 한 수험생이 차에서 내려 교문에 들어서기 전 키우던 반려견에 코를 파묻었다.

같은 시각 부산진구 경남공업고등학교 역시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였다.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자 이른 아침부터 수험장 입구에 나선 학부모와 교사들이 긴장된 분위기에 연신 밝고 힘찬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었다.

인근 동성고등학교 교사들은 학교 정문 앞에 나와 수험장에 입장하는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줬고, 또 다른 교사들은 자신감을 가지라는 의미로 ‘너에게 자신 줄게’라는 피켓을 흔들며 응원을 건넸다.

현재 군 복무 중이라는 한 수험생은 근무 중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목발을 짚고 수험장으로 입장해 교사·학부모들의 격려를 받기도 했다.

한 40대 여성 학부모는 "아이한테 천천히 착실하게 문제를 풀고, 모르는 건 빨리빨리 넘어가라고 말해줬다"며 "내신 위주로 준비하긴 했는데, 막상 수능이 되니 긴장하는 것 같더라. 무사히 시험을 잘 치르고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고사장이 마련된 부산 부산진구 경남공업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교사의 응원 문구를 바라보며 입실하고 있다. 2023.11.16/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충북교육청 56지구 2시험장인 충북고등학교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도 그랬지만, 요즘 아이들은 요란스럽게 모여 단체로 응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라며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수능시험을 치를 수 있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했다.

지난 2003년 출범한 이후 20년 만에 사상 첫 수능이 치러지는 증평군에서는 이날 형석고 8개 교실에서 149명의 수험생이 청주 원정이 아닌 홈에서 시험을 치렀다.

한편 올해 수능 응시 지원자는 작년보다 3천442명 감소한 50만4천588명이다.

올해는 2020년부터 이어진 네 번째 '코로나 수능'이지만 방역기준이 완화되면서 코로나19 확진자나 유증상자도 일반 수험생과 동일한 교실에서 수능을 치른다.

이번 수능은 원서접수자 기준으로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등 이른바 N수생 비율이 28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여러차례 강조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없을지도 관심사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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