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에서야 포퓰리즘적 ‘정책전쟁’…전문가들 “정치 혁신도 중요” [이런정치]
“정치권이 국민 요구 받고 정책화…긍정적”
“이슈 ‘나 몰라라’는 안돼…현실성 담보” 조언
[헤럴드경제=이세진·양근혁 기자]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민심 잡기에 조급해진 여야가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정쟁에 몰두해 정치 본연의 임무를 뒷전에 두던 정치권이 모처럼 정책 경쟁을 펼치는 데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포퓰리즘성 정책과 설익은 공약이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한 정책 제시와 양당의 정치 혁신이 선행돼야만 성숙한 정책 경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후끈 달아오른 여야 정책 경쟁이 ‘총선용’ 반짝 공약에 머무르지 않도록 견제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포의 서울 편입 주장과 노후신도시 재생 등 수도권 개발 경쟁, 공매도 제도 개선 등 자본시장 공정성 강화, ‘근로시간 유연화’ 대 ‘주 4.5일제’ 논쟁 등 최근 여야가 쏟아내고 있는 정책 이슈들에 대한 정치권의 진지한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여야 정책 대결이 일견 포퓰리즘성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책 경쟁으로 여야 공방도 거세지는 있는 상황이지만, 근본적으로 그동안 사람들이 원해 왔던 것들을 정치권이 캐치해서 던지는 현재의 정책 싸움 자체는 긍정적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차재원 부산카톨릭대 특임교수는 “국민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정치적 싸움이지만, 각 당이 주요 공약을 활발히 제시하고 누가 이슈 경쟁에서 앞서느냐도 총선 표심을 좌우하는 데 상당히 주요한 변수”라면서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에 따라 정책 이슈가 선거를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야는 최근 상대 당이 꺼낸 총선용 공약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일부 발전시키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포의 서울 편입 주장을 꺼내자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관련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안으로 맞불을 놓았고, 민주당은 또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김포 도시철도망 계획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비와 5호선 연장 추진을 위한 예산 등을 신규 예산으로 편입시키기도 했다.
또 정부여당 발(發)로 깜짝 실시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야당이 주장해 온 공매도 제도 전반의 개선 시도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추진 방침에 윤석열 대통령도 공감을 나타내 법안 통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주52시간제’ 완화·보완 과제와 민주당의 노동시간 단축 주장이 대립하며, 노동시장을 바라보는 양 진영 간 정치 철학 대결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정책 제시를 넘어 여야가 ‘실행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직은 제대로 된 정책 경쟁 단계에 들어서지는 못한 것 같다. 민생을 살핀다는 구호는 있지만 후속 조치가 구체화되지 않았다”면서 “활발하게 서로 논쟁이 되고 의견이 수렴되고, 정책화 해 나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재원 교수는 “아젠다를 선점하고 이슈몰이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자칫 잘못해서 뜬금없는 것으로 비춰지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경쟁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여당은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 야당은 이슈를 던지기에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고 자유롭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고 말했다.
신율 교수도 “최근 정치 지형을 보면 이슈를 던져놓고, 총선이 끝나고 ‘나 몰라라’ 하면 큰 일 난다”며 “이슈를 던질 때 논란이 되는 것을 던지는 것은 좋지만, 논란이 되기 위해서도 어느정도 현실성이 보장되는 이슈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당의 정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공통적이다. 차재원 교수는 “총선에서의 정책 경쟁도 중요하지만, 결국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우리 정치가 갖고 있는 후진성을 어떻게 혁신하고 변화할지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이 민심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도 “두 당의 혁신 경쟁이나 인물 영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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