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AM 산업, 가장 빨리 성장할 잠재력 가졌다”

2023. 11. 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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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UAM 제작사 이브에어·국내 모비에이션 공동 인터뷰
‘저고도 항로 교통 관리체계 시스템’ 개발 협업
“헬기 서비스 상업화가 UAM 기초 만들 것”
“국내 사업은 물론 해외 진출도 함께 준비”

[헤럴드경제=박일한·신혜원 기자]국내에서 UAM(도심항공교통)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비에이션 신민 대표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심공항터미널 ‘본에어’ 라운지에서 세계적인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제작사인 이브에어모빌리티(이하 이브에어) 아태지역 총괄 책임자인 어거스틴 타이를 만났다. 한국의 ‘블레이드’(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UAM 기업)를 꿈꾸는 스타트업 대표와 전 세계 UAM 시장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담당자는 한국의 UAM 사업에 대해 “미래가 매우 밝다”고 확신했다. 두 사람으로부터 한국 UAM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모비에이션 신민 대표와 어거스틴 타이 이브에어 아태 사업개발 책임자가 이달 9일 서울 강남구 도심공항터미널 ‘본에어’ 라운지에서 인터뷰 후, 악수하고 있다.

-모비에이션은 내년 3월부터 서울 잠실에서 인천공항까지 20분 만에 헬기로 이동할 수 있는 국내 최초 헬기 상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신생기업이다. 이브에어는 세계3대 여객기 제조기업인 브라질의 엠브라에르 자회사다. 두 회사가 만난 이유는?

신민 대표(이하 신): “지난 10월 이브에어와 ‘저고도 항로교통 관리체계 솔루션(UATM)’에 관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낮은 고도에서 운항하는 항공기 ‘관제’ 시스템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거다. 이브에어는 세계적인 eVTOL 제조회사인데, 도심항공 교통 관제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도심에 항공 사업을 하려면 필수적인 기술이다.”

어거스틴 타이(이하 타이): “우리의 주력 무대인 미국이나 브라질은 워낙 헬리콥터 운항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이 많고 관련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저고도 항로 교통 관리체계에 대한 기술이 많이 축적돼 있다. 이는 향후 UAM 운항에 굉장히 중요한 기초가 된다. 헬리콥터는 eVTOL과 이착륙 방식, 고도, 속도, 운항로 등이 거의 일치한다. 한국에서 헬리콥터를 통해 관련 인프라를 만들어 나가는 걸 먼저 협력하려고 한다.”

(신 대표는 월가 금융맨 출신이다. 뉴욕에서 활성화된 헬기 상업화를 체험하고 국내에도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국내에서 대기업 총수 등 소수만 이용하고 있는 헬기 서비스를 대중교통 서비스로 만들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런 서비스가 UAM 사업의 기초가 된다는 걸 알고 미래 비전을 세울 수 있었다고 했다.)

▶“글로벌 UAM 기업, 한국이 부럽다” = -UAM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먼저 헬기로 운행을 하면서 인프라를 축적한다는 이야기인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신:“하늘을 날아다닐 때는 신호등이나 길이 없다. 따라서 각종 전자 장치로 보이지 않는 길을 만들고 통제해야 한다. 그게 관제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이 이브에어가 보유한 UATM 기술이다. 이 UATM을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개발하려면 저고도 항공 관련 각종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다. 그걸 만들려면 기본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우리가 내년부터 운항을 시작하는 헬기로 그런 데이터를 축적하겠다는 거다. 각각의 항로에서 어떤 고도로 어느 정도 속도로 운항해야 하는지, 날씨 영향은 얼마나 받는지 등 운항 데이터가 쌓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이용하는지 등 수요 관련 정보도 모을 수 있다. 이걸 공유하고 연구해 우리만의 관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향후 이브에서 UAM 기체개발을 끝내면, 우리가 국내 최초로 도입해 운항할 계획도 있다”

타이: “한국은 미국이나 브라질처럼 헬기를 이용한 서비스가 없다보니 이착륙을 위한 ‘헬리패드’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 정부가 현재 그런 인프라를 확대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사실 한국 정부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공격적으로 UAM 사업을 지원하려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지자체별로 무엇을 해야 할 지 자문을 구하는 곳이 많다. 국토부가 주관하는 ‘K-UAM 그랜드챌린지’ 같은 행사에 가면 우리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UAM 분야에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신: “나 같은 경우도 해외 주요 UAM 기업들과 만나면서 ‘한국이 부럽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과장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거다.”

어거스틴 타이 이브에어 아태지역 사업 개발 책임.

-그런데 한국은 남북관계로 인한 안보문제나 용산 대통령실 경호 등으로 서울 도심에 다양한 저고도 항공 노선을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알고 있다. 해결책이 있겠나.

타이: “미국이나 브라질도 초기엔 헬기 노선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고층빌딩이 많은 도심보단 지방을 중심으로 노선을 확장했고 정부, 자자체 등과 신뢰가 쌓이면서 지금은 많이 자유로워 졌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서울권도 초기엔 노선 확보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서울 외에는 훨씬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지 않나? 인천시나 여러 지방 지자체의 관심이 많다. 그런 곳에서 먼저 비행 기록을 쌓아나가야 한다. 그렇게 데이터가 쌓이고, 안전성, 편리성 등이 증명되면 서울권도 조금씩 풀어줄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 “저희는 내년부터 시작하는 헬기 사업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에게 관련 데이터를 언제든 제공하겠다고 했다. 일단 서울 외 지역, 지자체의 관심이 높은 곳부터 노선을 개척할 계획이다. 이 과정은 앞서 언급했듯 UAM 시대로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다.”

▶이브에어, “UAM 기체 양산, 2027년”= -사실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UAM 기체가 실제 도심 항공을 날아다니는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냐는 거다. 이브에어는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서 eVTOL을 개발하는 회사 중 한 곳이다. 개발 현황을 설명해 달라. 상용화 시기, 안전성이 확보되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

타이: “최근까지 양산을 위해 모터, 배터리 등 6개 부품 기업과 계약을 마치는 등 개발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내년 초면 ‘프로토 타입’(초기모델)이 나온다. 이후 계속 시험 운항을 하고 2026년까지 미국 FAA(연방 항공청) 등의 모든 인증 절차를 끝내려고 한다. 우리 모델은 2027년 양산 및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신: “지금 eVTOL 관련 가장 앞서가는 회사가 세 곳 정도다.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 독일의 볼로콥터, 브라질의 이브에어다. 이들은 전부 다른 형태의 비행 기체를 만들고 있는데, 이브에어가 개발하고 있는 ‘리프트 앤 크루즈’가 가장 상용화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eVTOL은 로터(프로펠러)가 어디에 어떻게 설치돼 작동하느냐 따라 ‘멀티로터’, ‘리프트 앤 크루즈’, ‘틸트로터’로 나뉜다. 멀티로터는 드론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봐온 형태다. 독일의 볼로콥터가 주로 만드는데 이름처럼 여러(멀티) 로터가 수평면에 달려 있다. 로터 회전력에 차이를 둬 양력이 약한 방향으로 기울며 전진한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운항 거리가 짧다는 게 단점이다. 이브에어가 개발하고 있는 리프트 앤 크루즈는 이착륙용 로터와 추진용 로터가 따로 있다. 멀티로터보다는 효율성이 높지만 비행단계마다 사용하지 않은 로터가 있어 무게와 항력을 증가 시키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틸트로터는 로터가 움직이며 작동하는 기체다. 로터를 바닥으로 향하게 해 이착륙 하고, 비행 중에는 이를 대각선으로 바꿔 추진력을 얻는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기술이 복잡하다는 게 단점이다. 어려운 기술이 적용된 만큼 인증 절차도 복잡하고 어려워 상용화가 가장 늦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비 에비에이션, 현대차그룹 UAM 업체인 슈퍼널, 한화그룹이 투자한 ‘오버에어’가 이 틸트로터를 개발하고 있다.)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

▶ “내년 이후 UAM 기체 날아다니는 모습 자주 보게 될 것”= -신 대표는 내년 초 국내 최초 헬기 상업용 교통 서비스를 준비하다 보니 모비에이션을 운항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UAM 플랫폼 회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나.

신: “일단 한국에서 헬리콥터 운행 사업을 통해 UAM 사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얻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만의 관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편히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완성할 것이다. ‘부킹앱’, ‘관리앱’ 등을 만들고, 향후 늘어나게 될 운항사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할지, 승객 관리를 어떻게 할지, 어떤 가격 체계를 만들어야 할지 등 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이런 플랫폼을 만든 경험은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동남아나 중동 국가에도 나라별로 여러 헬기 운항사들이 있는데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우리 플랫폼을 수출할 수 있다. 사실 벌써 논의를 시작한 나라도 몇군데 있다. 해외 진출 과정에서도 이브에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이다.”

-UAM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나 관심을 가질 줄 알았다.

신 “개발도상국 중에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일수록 UAM에 관심이 높다. 중동 국가 중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도시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인도 같은 나라는 경제 성장이 무척 빠르다. 이런 국가들은 지출 한도는 커졌는데 교통 등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지하철 등 인프라를 갖추려면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런 국가 상당수가 해결책으로 UAM을 생각하는 것 같다. UAM은 커다란 기초 시설 투자 없이 플랫폼과 기체만 있으면 당장 운행할 수 있다. 항로 개발 등 처음부터 비슷한 경험을 한 우리가 개발한 플랫폼이 그런 나라들에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이면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UAM 시대가 정말 멀지 않은 듯하다. 안전성이 가장 문제일 것 같다. 사람들이 믿고 타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타이: “아무리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기체와 시스템이 개발됐다고 해도 사람들 인식이 좋지 않으면 UAM 사업은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다. 우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UAM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 기체가 운항되는 원리를 배우면 얼마나 안전한 비행체인지 알 수 있다. 한국도 기업들이 각종 커뮤니티 등 잠정 고객과 다양하고 지속적인 소통 수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신:“UAM 기체가 상용화돼 여기저기 날아 다니는 걸 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광화문 빌딩 옥상에서 eVTOL이 뜨고 내리는 시대가 되면 말이다. 빠르면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 볼로콥터가 시범 운전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실제 운행하는 모습이 하나둘 목격되기 시작하면 안전성이나 소음 논란 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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