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처리, 재건축 희망고문의 출발점 될라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11. 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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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비용 조달 방안
시뮬레이션도 안 한 채
선거에서 표 얻겠다고
법안 처리만 달랑하면
끝없는 희망고문될 수도
대통령·민주당 끝까지 책임져야
1기 신도시로 조성된 성남시 분당 전경. [사진 = 연합뉴스]
1기 신도식 재건축 특별법의 연내 처리가 확실시된다. 지난 13일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약속하자, 그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이 꼭 그렇게 해달라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특별법 처리는 사실상 당론”이라며 거들었다.

그러니 특별법 처리가 1기 신도식 주민들에게 희망 고문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특별법안은 사실상 재건축의 원칙만 담고 있는 정도이며, 허술한 구석이 여럿이다. 지난 2월 정부가 특별법의 내용을 제안하고, 3월에 여당 의원 이름으로 발의가 됐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그 자신이 1기 신도시에서 18년을 살았다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소위 회의에서 희망 고문이 될 위험을 강하게 제기했다.

“만일 이 법이 통과되는 경우에는 대상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굉장히 부풀게 됩니다. 내일이라도 당장에 이 법에 따라서 개발돼서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과도한 선전과 과도한 희망고문이 될 개연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도 없는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장밋빛 전망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 중 하나는 기반 시설 건설 비용이 얼마나 들고,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빠져 있다는 것. 분당은 재건축이 되면 인구가 현재 30만명에서 45만명으로 증가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추산이다.

인구가 15만 명이 늘어나면 당연히 인프라 시설도 그에 맞추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소위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용적률 증가분의 70%를 회수해서 인프라 출자를 하는 것”이라고 했을 뿐, 관련 비용이 얼마나 들지 시뮬레이션도 끝내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당연히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도대체 여기서 어떤 간선망을 놓을지를 전혀 사례도 내용도 없이 그냥 간선교통망을 사업자 부담으로 한다,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는 식의 이렇게 추상적인 법을 만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재건축으로 10만 가구가 증가한다면) 교통량이나 기반 시설의 디테일한 내용을 보고 법을 만드는 게 순서”라고 했다.

맹성규 의원 역시 “최소한 분당에 가장 먼저 진행을 할 수 있으니까 가능성이 큰 지역에 시뮬레이션해서 가장 빨리하면 어느 정도가 되겠다는 계산 정도는 하고 있어야 추계 되는 비용이나 이런 게 나올 수가 있는데 그런 거 전혀 안 해놓고”라면서 “계산은 했는가?”라고 물었다. 국토교통부 담당자가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용역을 줘서 계산 중”이라고 답하자 맹 의원은 “그런 용역이 끝나고 법안을 가져와야지”라며 어이없어했다.

주민 이주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재건축을 위해 집을 헐면 주민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 몇 년을 지내야 한다. 분당만 해도 10만 가구의 이주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희국 의원은 “특별법안 이주 책임을 성남 시장에 지우고 있다”라면서 “(이주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성남시 안에서 이 정도나 되는 이주를 소화해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럴 만큼 주택이 많지 않다. 당연히 다른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개입과 책임 없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자칫 1기 신도시의 여러 마을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만 제한되고, 실제 재건축은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그냥 10년, 20년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채) 묶여 버리면 그 동네가 거의 폭탄 맞는 일이 정말로 장기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를 예방하려면 법안에 특별정비구역 지정과 해제 요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특별법안은 면적이 100만㎡ 이상인 노후도시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가 기반 시설 비용 조달방안과 이주대책, 구역 지정과 해제 요건 등 각종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도시 주민들은 지울 수 없는 ‘ 희망 고문’의 고통을 떠안을 수 있다. 선거에서 표를 얻자고 무턱대고 법안만 처리하고 나 몰라라 할 경우, 그 고통은 주민들이 지게 된다.

맹성규 의원의 다음 언급은 정부가 꼭 새겨 들어야 한다. “그냥 정치권에서 법 던져 가지고 대통령 후보들 공약했으니까 한번 해 봅시다(는 식으로 하면 안 됩니다.) 뒷감당을 할 수 있 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윤 대통령과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그 뒷감당의 무게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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