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유보통합의 길은? "학제 개편은 6-6-3-3-4로, 통합모델은 영유아학교로"

기고=김대욱 2023. 11. 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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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대욱 경상국립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유보통합이 진행되고 있다. 유보통합 당사자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유보통합이 되면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지는지 물어보면, 기존의 학제에 영유아교육과정 6년이 추가해, 6-3-3-4(2)의 단일학제가 6-6-3-3-4(2)로 변화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한다. 개편될 학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통합 영유아교육기관 모델이다. 본 기고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모델로 영유아학교를 제안한다. 영유아학교는 코메니우스가 주장한 0~5세 유아학교를 우리나라 현실에서 구현하기에 가장 좋은 방안이며, 영유아교육기관 이론 중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제일 많이 인용돼 정통성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유보통합을 통해 0~5세 영유아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베이비뉴스

◇ 충분한 재정투자와 함께가야 하는 단선학제

첫째, 학교제도부터 살펴봐야 한다. 학교제도는 단선학제와 복선학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다르게 단일한 형태의 단선학제를 채택하고 있다. 복선학제는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단선학제에 비해 상급학교 진학률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단선학제는 교육확대가 빠르며 사회의 전 구성원들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특징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미국식 학제로 불리는 6(초등)-6(중등)-4(대학) 단선형 학제를 도입했고, 현재 논의를 거쳐 6(초등)-3(중학교)-3(고등학교)-4(대학)의 단선형 학제로 정착됐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시기에 복선학제에서 단선학제로 변경한 나라가 또 있다. 일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모두 미 군정 하에서 미국식 12년 학년제를 도입해 6-3-3-4 학제를 완성했다. 단선학제는 사회계층의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단선학제 도입과 함께 실질적 재정 투자가 병행돼 교육격차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충분한 재정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단선학제가 교육격차 해소로 연결되진 않았다.

일본의 단선학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단선학제의 도입과 충분한 재정 투입이 함께 될 때 교육의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생이 바닥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격차가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동일 연령의 아이들에게 격차가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의 불평등을 해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우리나라 0~5세 영유아는 교육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다"

교육의 불평등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격차 그 이상에서 나타난다. 우리나라 학제에 0~5세 영유아들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0~5세 영유아들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에 비해 차별적인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다. 이는, 취학 전 교육과 돌봄을 가정에서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가소멸의 위기에 봉착했다. 0~5세 영유아과정이 학제에 포함돼 영유아가 출생에서 대학진학 전까지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학제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상교육 혹은 의무교육의 방향성 제시로 연결된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현재 공립유치원은 완전 무상교육 형태이며,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부분 무상교육 형태를 갖고 있다. 0~5세 영유아교육을 의무교육화 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이다. 영유아의 발달 특징으로 인해 정해진 출석일을 지키기에 어려움이 있고, 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이 매우 낮은데 있다. 의무교육을 하려면 초등교육처럼 공립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아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상교육 체제에 들어간 다음 만 5세부터 의무교육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다.

요컨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통합 모델을 적용시켜 학제에 포함시키는 것은 완전무상교육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다. 당연히 재정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게 된다. 재정을 해결하는 것은 국비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활용으로 연결된다. 또 한 가지가 있다. 초저출산으로 인해 영유아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에 39만여 명이 태어났는데, 2023년에 20만 명 정도가 태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산은 그대로인데 줄어든 학생만큼 예산이 남으니 적절히 편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보통합에 대한 완전한 재정투입은 유보통합이 구현되는 2025년 3월에 시행되지 않는다. 점차적으로 재정을 확보하면서 수년동안 충분한 재정투입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유보통합범국민연대 등 60개 유아 교육·보육 관련 단체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

◇ "아직까지 유치원은 완전한 학교체제가 아니다"

둘째, 살펴본 것처럼 유치원은 완전한 형태의 학교가 아니다. 유아교육법 제1장 제2조에 유치원은 유아의 교육을 위해 설립·운영되는 학교임이 명시돼 있지만, 모든 유치원과 관련한 법에서 학교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 유치원이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체제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는 학교이기 때문에 교과전담 3명을 둘 수 있지만, 유치원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교과전담을 1명도 둘 수 없다. 아직까지 유치원은 완전한 학교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초중등에 비해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유치원이 완전한 학교체제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먼저 유아교육계에서는 오랫동안 유치원의 명칭을 '학교'로 변경하려고 노력해왔다. 유치원이 완전한 학교체제로 진입하기 어려워서 명칭만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2020년 10월 29일 강득구 의원은 공교육 체제 안에서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명칭부터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로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022년 3월 8일 교육부와 한국교총은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취지에 맞춘 교육체제 정비와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협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여전히 유치원의 명칭은 유치원에 머물러 있다. 3~5세 유아가 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에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이 돼 통합 모델이 구축될 때 '학교' 명칭으로 체제를 정비하는 방법 이외에 유치원을 학교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이 분명해졌다. 

셋째,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단선학제 시스템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이원화된 문제를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단선학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영유아교육 단계에서는 이원화돼 있다. 영유아교육이 이원화된 체제를 일원화하지 않으면 학제로 들어갈 수 없고, 학교 명칭을 쓰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교육은 단선형 학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영유아교육은 이원화돼 있는 것이 바로 유치원은 학교이면서 학교체제로 제대로 인식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의 단선학제에서는 유보통합이 돼 통합모델이 적용되지 않으면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모두 학제에 들어갈 수 없으며, 학교 명칭을 사용하기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0~5세 영유아 중에서 50만여 명은 유치원에, 100여만 명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이원화된 형태에서 0~5세 영유아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유보통합이 격차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만큼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각각 따로 존재한다. 코메니우스가 17세기에 주장했던 0~5세 유아학교 개념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19세기 프뢰벨은 독일에서 세계 최초의 유치원을 개설해 운영했다. 20세기 초에 몬테소리는 이탈리아에서 세계 최초의 어린이집을 개소해 운영했다. 프뢰벨과 몬테소리는 코메니우스의 교육철학에 영향을 받았으며 코메니우스의 유아학교에 영감을 받아 영유아교육기관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각각 만들었다. 이후, 프뢰벨의 유치원과 몬테소리의 어린이집은 전세계 각지로 퍼져나가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뢰벨의 유치원과 몬테소리의 어린이집은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도 전해졌고, 전국에 8000여 개의 유치원과 3만여 개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애초에 같은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이었는데 동일한 연령에 대해 차등을 두고 영유아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영유아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영유아교육자들과 영유아교육행정가들은 영유아교육의 당사자인 0~5세 영유아의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코메니우스가 0~5세 유아학교를 제안했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 프뢰벨은 유치원을, 몬테소리는 어린이집을 각각 설립 및 운영한 것에 있다. 애초부터 이원화돼 있었다. 유럽은 복선형 학제를 채택하고 있어 병존하는 것이 무리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단선형 학제를 채택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유치원은 어린이집이 있는 한 완전한 형태로 학제에 포함될 수 없다. 유보통합은 유치원을 완전한 학교체제에 안착시켜줄 수 있다. 어린이집도 함께 학제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특히, 프뢰벨 유치원이 시작된 독일은 대표적인 복선학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유치원, 어린이집이 여러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선학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상향되려면 단선학제에 포함돼 하나의 통합 모델 안에서 기능해야 가능하다. 

◇ "학제를 6-6-3-3-4로 개편해야 한다"

넷째, 우리나라의 학제에 영유아교육과정인 0~5세 과정을 포함시켜서 "6-6-3-3-4(2)"로 개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제는 단선학제로 6-3-3-4(2)를 채택하고 있다. 의무교육으로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무상교육으로 고등학교 3년, 그리고 대학교육으로 4년제 대학 또는 전문대학이 편성돼 있다. 이제, 0~5세 영유아교육과정을 초등교육과정, 중등교육과정처럼 6년의 학제로 신설해 '6-3-3-4(2)'의 학제를 '6-6-3-3-4(2)'로 변환해야 한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유치원, 초등학교, 중등학교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유아들은 태어나서 만 5세까지는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재정의 핵심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인데, 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집행되고 있다. 현재 유보통합에서 재정적인 문제가 일어날 때면, 형님들 줄 돈 빼서 동생들 못 준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보통합 전 재정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교육부로 관리체계를 일원화시키는 정부조직법 통과 속도 조절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유보통합이 전개되기 어려운 이유는 0~5세 영유아기를 학제에 포함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논의는 교육부로 관리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으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은 관리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시키고, 이해당사자들 간에 쟁점조율을 해나가는 상향식과 하향식을 섞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다가가야 성공할 수 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0~5세 영유아들에 대한 차별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차별받는 아이들은 죄가 없다. 어른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유보통합에 필요한 재정마련을 2025년까지 마무리할 수 없다. 교육부로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통합 모델에 대한 성격을 명확히 한 후 필요 재정을 분석하고 향후 5~10년 간 재정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 

김대욱 국립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김대욱

◇ "유보통합 모델로 영유아학교가 적정하며, 정통성이 있다"

다섯째, 통합모델로 영유아학교를 제안한다. 코메니우스는 17세기에 0~5세 유아학교를 제안한 바 있다. 실제 영유아학교 설립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후 프뢰벨의 유치원과 몬테소리의 어린이집 설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코메니우스의 0~5세 유아학교는 영유아교육의 출발점이다. 우리나라 실정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떼어놓고 통합모델을 상향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아학교를 영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해 유보통합 모델로 정할 것을 제안한다. 어차피 현재 저출산이 심각해 모든 기관에서 0~5세 영유아를 취학시킬 수 없다. 기관의 상황에 맞춰 0~2세, 1~3세, 2~5세, 3~5세 등 다양한 형태의 연령별 운영 모듈을 적용시키기에 영유아학교가 적정하다. 

유보통합 모델로 제안한 영유아학교는 어떤 명칭보다 더 정통성을 갖고 있다. 프뢰벨의 유치원과 몬테소리의 어린이집은 모두 코메니우스의 영유아학교에서 영향을 받았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통합 명칭으로 영유아학교만큼 적절한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현재 통합모델로 유아교육계에서는 유아학교와 영유아학교를, 보육계에서는 영유아학교를, 학부모 단체들에서는 영유아학교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유보통합의 3주체를 유아교육계, 보육계, 학부모라고 할 때 통합모델로 영유아학교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기고문을 통해, 단선학제에 0~5세 영유아과정을 추가시켜 6-6-3-3-4(2) 학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0~5세 영유아는 동일 연령 안에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이유로 차별받았으며, 초중등학생에 비해 차별받아왔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문제가 아니다. 영유아가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영유아가 초중고 학생에게 받는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유아학교로 학제로 편입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유보통합을 통해 저출생 시대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차별없이 사회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베이비뉴스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는 각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기고를 원하는 분들은 이메일(pr@ibabynews.com)로 기고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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