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환호, 이게 공격축구라고?[김세훈의 스포츠IN]
공격축구를 하는 건 참 쉽다. 재능이 있는 공격자원들을 전방에 많이 배치하면 끝이다. 축구는 궁극적으로 숫자 싸움이다. 테크니션들이 많다면 경기 장면은 다이내믹하다. 골이 되든, 안 되든 슈팅도 많다. 관전하는 재미도 수비 축구보다는 더 있다.
그런데 공격축구를 한다면 기억해야 하는 게 있다. 승리를 거두지 못해도 최소한 적잖은 골로 전략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국 17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미국, 프랑스에 패했다. 미국에 1-3으로, 프랑스에 0-1로 졌다. 골이 많았다면 2패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이 넣은 골은 고작 1골이다. 한국은 미국전에서 슈팅 22개(미국 8개)를 때렸다. 프랑스전 슈팅수는 6개(프랑스 12개)다. 무려 슈팅을 28개나 때렸다.
한국은 현재 조 3위다. 조 3위 6개 팀 중에서 꼴찌다. 부르키나파소를 대파해도 상위 4개 팀에 들어가 16강에 가는 건 쉽지 않다.
공격축구를 해야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한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수비를 할 줄 아는 상태에서 하는 공격축구가 의미가 있지, 수비에 대한 개념이 약한 선수들로 공격축구를 하는 것은 무모하다.
한국이 실점한 장면을 살펴보자. 대체로 우리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보다 수적으로 많았다. 그래도 상대 패스는 우리 수비진 사이를 쉽게 뚫었다. 패스가 들어갈 틈을 최소화하는 우리 수비진의 촘촘한 위치 선정이 약했다. 수비진 커버 플레이, 역할 분담도 허술했다. 선수들 대부분 공만 따라다닐 뿐 침투하는 공격수를 자주 놓쳤다. 문전에서 압박도 약했고 공을 갖고 노는 상대를 바라만 보며 뒷걸음질쳤다. 수비진의 결정적인 볼 컨트롤 미스도 잦았다. 문전에서 공을 클리어하는 장면에서도 안일하게 발을 갖다 대다가 실점했고 위기를 자초했다. 솔직히 수비 훈련을 제대로 하기는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어이없는 장면들이 많았다. 어린 선수들이니까 괜찮다고? 그럼 다른 국가 선수들은 17세가 아닌가. 그들은 수비도 하고 공격도 해서 골도 넣고 승리도 한다.
축구 전술은 작은 담요와 같다. 머리를 덮으려고 하면 다리가 드러난다. 다리를 덮으면 머리가 노출된다. 결국 공격적으로 나가 많은 골을 넣어 불안한 수비를 커버하든가, 수비적으로 하면서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것 중 하나를 대체로 택해야 한다. 그걸 둘 다 잘하고 싶다면 몸을 웅크려야 한다. 웅크린 몸은 빈공간을 최소화한 1~3선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플레이를 의미한다. 좋은 팀은 1~3선이 콤팩트하며 11명이 한 명처럼 움직인다. 멘탈, 팀스피리트, 체력, 조직 없이는 만들 수 없는 플레이들이다.
한국은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로 준우승했다. 아시아에서는 1골 정도 내줘도 한국 공격력이면 역전까지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세계 강호를 상대하는 건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아시아대회처럼 수비를 열어놓고 공격적으로 나가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한국은 올해 아시아선수권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했다. 볼 점유율에서도 45%-55%로 밀렸고 슈팅 수에서도 5개(유효 2개)-18개(유효 9개)로 크게 뒤지지 않았나.
수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하는 공격축구는 의미가 없다. 숭숭 뚫리는 수비력으로 화끈한 공격축구를 한들 골이 없다면 선수들이 얻는 게 무엇일까. 무모한 공격축구를 통해 우리 어린 선수들이 과연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수비를 할 줄 안다는 절대 전제하에 모든 선수들이 수비와 공격을 모두 공격적으로 하는 게 진정한 공격축구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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