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대로, 원하는 대로"…따뜻한 포옹과 기도로 응원[2024수능]
[광주=뉴시스] 변재훈 이영주 김혜인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광주 지역 시험장 곳곳에서는 수험생들을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이 전해졌다.
요란한 응원전은 사라졌지만 가족·교사의 따뜻한 격려에 힘 입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신용동 빛고을고등학교(26지구 21시험장) 정문. 선후배들이 기운을 북돋는 시끌벅적한 응원전이 사라진 자리엔 가족과 교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자녀를 배웅하러 나온 학부모들은 그간 입시 공부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자녀들을 말없이 안아주거나 애써 힘차게 인사했다.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딸을 보내려던 한 일가족은 서로 머리를 맞댄 채 한참 동안 기도하기도 했다.
차량에 놓고 간 도시락을 부랴부랴 다시 전해주는 어머니, 교문 앞에서 서성이며 수험생 자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버지도 눈길을 끌었다.
배웅 나온 어머니의 손을 거듭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애써 태연한 척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교사들도 상기된 표정으로 정문에 들어서는 수험생들을 향해 밝게 미소 짓거나 포옹했다.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럽게 주먹을 맞부딪히거나 가벼운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손수 포장한 간식과 함께 "긴장하지마", "밥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열심히 했으니 어렵지 않을 거야" 등의 진심 담긴 응원도 전했다.
한 교사는 미소 짓는 캐릭터 탈을 쓴 채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떨리는 표정으로 정문에 들어서던 수험생들은 "쌤~", "진짜 우리 담임 선생님 맞아요?"라며 한바탕 미소 지으며 긴장감을 잠시 내려놨다.
밝게 미소 지으며 수험생 딸을 안아줬던 허정화(48)씨는 "아무래도 학교 안에서도 내신시험, 생활기록부 등 여러가지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도 열의를 갖고 수험 생활에 지난 3년을 쏟아부은 만큼 딸을 믿는다"며 "부담 없이 평소 실력대로라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사들과 함께 직접 응원에 나선 최정윤 숭덕고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3년 동안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결과 역시 좋은 성적으로 수확을 거둘 것이다. 각자 흘린 땀방울이 자신의 성적표를 보며 짓는 미소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이번 수능에서 생긴 변화에 대해서도 너무 불리하다고 여기지 말고 자신감 있게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숭덕고 3학년생 김민주 양은 "긴장이 안 될 수는 없다. 선생님 응원에 힘 입어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후회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수험장을 나올 수 있길 바란다"라고 했다.
시험장 정문 곳곳에도 응원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거야' 등 격려 문구가 담겼다.
같은 날 북구 용봉동 경신여자고등학교(26지구 제37시험장). 교문 앞에 모여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교문을 사이에 두고 손길을 어루만지는가 하면 미어지는 목소리로 격려와 안부를 나눴다. 학부모들은 행여나 늦가울 찬 기운이 딸들의 품을 파고들까봐 목도리를 더욱 동여매줬다.
손난로를 꺼내 뜯어주는가 하면 장갑을 낀 손으로 양 볼을 꼭 쥐고 "사랑해"라고 말했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교문에 붙여진 고사장 배치도를 수험생 딸들과 함께 봤다.
수험생들은 연신 "괜찮아, 괜찮다"라고 말하며 시험장으로 씩씩히 걸어갔다. 떠나는 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한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눈시울을 붉히거나 애써 손을 흔들었다.
학부모 김병건(47)씨는 "자녀를 처음 수능 시험장으로 보내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간 열심히 해왔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딸에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사주고 싶다. 시험 치르는 동안 부디 꺾이지 않는 의지로 임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교사 전혜령(29·여)씨도 "그간 지었던 농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느낌이다. 제자들이 아는 문제는 모두 맞추고, 찍은 문제는 운 좋게 모두 맞았으면 한다"며 "수능이 인생의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되, 최선은 다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대 남구 백운동 석산고등학교(26지구 18시험장)도 분위기는 차분했다.
두터운 옷차림의 수험생들은 챙겨온 도시락을 거듭 살펴보거나 요약 필기 내용이 적힌 공책을 읽으며 교문에 들어섰다.
한 학부모는 차량에서 내려 "차분하게 보고 와. 사랑해"라며 자녀에게 힘을 실었다.
지난 3년간 치열하게 공부한 학생들을 응원하고자 나온 교사들은 제자에게 초콜렛·과자 등 간식꾸러미를 건내며 "화이팅", "떨지 말고 차분하게" 등 응원의 한 마디를 건넸다.
한 수험생은 "쌤, 모르는 문제 몇 번으로 찍어요?"라고 했고, 교사는 "5번"이라고 답하며 긴장을 풀었다.
오르막길을 함께 걸으며 교문 앞까지 바래주는 부모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수험표를 놓고 온 자녀를 위해 부모가 급히 집에 들러 다시 수험장에 오기도 했다. 지우개를 깜빡하고 왔다며 문구점을 다녀오는 학생도 보였다.
부모들은 "잘하고 오라"며 자녀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포옹하면서 자녀를 꼭 안아줬다. 한 어머니는 교문을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돌아 서서 눈시울을 붉혔다.
수능에 응시하겠다며 휴가를 나온 해병대 군인도 말끔히 차려 입은 군복 차림으로 씩씩하게 교문에 들어섰다.
현장 교통 관리에 나선 한 경찰관은 오르막길 거동이 불편한 학생을 순찰차에 태워 시험장 근처까지 바래다줬다.
광덕고 3학년생 아들을 둔 이현진(49)씨는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서 재수생 비율이 높아진다고 해 걱정이 많았다"며 "원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실력 발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덕고 국어교사 김지원(32)씨는 "6월, 9월 모의고사에 나온 문제가 수능에 잘 반영될 수 있길 바란다. 준비해왔던 대로 떨지 말고 시험을 잘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험생 임승원(19)군은 "긴장한 나머지 실수할까 걱정이다"면서도 "그래도 준비한 만큼 잘 보고 오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날 올해 광주 지역 수능 시험장 38곳에서는 1만 6089명, 전남은 시험장 46곳에서 1만 3463명이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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