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실패" 그냥 변비인 줄 알았는데…질병 알려준 의외의 신호

정심교 기자 2023. 11. 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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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변비 환자는 일상이 괴롭다. 일주일에 대변을 2번 이하로 보느라 늘 아랫배가 묵직한 데다, 어쩌다 배변해도 딱딱한 변이 나오느라 항문이 찢어지는 고통도 뒤따르기 일쑤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변비로 진료받는 환자는 6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흔하다. 이런 변비는 흔히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과민성 장 증후군의 유병률은 9.5∼25%에 달한다. 남성(5∼19%)보다는 여성(14∼24%)이 더 많다. 이 가운데 변비 증상만 놓고 보면 산업화한 국가의 변비 유병률은 20%대로 높다. 평균적으로는 15% 수준이며 우리나라는 평균 16.5%로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윤재 교수는 "변비는 '대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그 외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숨은 변비 환자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비의 다양한 증상에는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준다 ▲딱딱한 변을 본다 ▲대변을 보고 싶지만, 배출이 잘 안된다 ▲배변 횟수가 적다 ▲완전하게 변이 배출되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 등이 해당한다.

변비의 정의는 2016년 4번째로 개정된 로마 표준(Rome criteria)에 따라 '완화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단단한 변이 지속해서 있으면서 과민성장증후군의 기준에는 합당하지 않은 경우'로, 6개월 전부터 최근 3개월까지 다음 6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있을 때 진단한다.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가 4회 가운데 1회 이상 ▲단단한 변이 4회 중 1회 이상 ▲불완전한 배변감이 4회 중 1회 이상 ▲항문 폐쇄감이 4회 중 1회 이상 ▲배변을 위해 손가락을 이용하거나 골반저 압박 등 부가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4회 중 1회 이상 ▲일주일에 3회 미만의 배변 등의 증상이 그것이다.
물 적게 마시고 운동 안 하는 여성·노인에 흔해
변비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성별·식사량에 따라 발병률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변비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한데 성호르몬이나 임신, 심리적 영향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식습관도 변비 발생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변비는 일반적으로 하루 식사 횟수가 적고, 먹는 칼로리가 적을 때 발생한다. 또 물을 덜 마시거나 섬유소 섭취가 적을 때도 나타나기 쉽다. 신체 활동이나 운동하지 못해도 발병률이 높아진다.

만성 변비 환자 대부분은 기질적 원인이 없는 특발성(원인불명)이지만 드물게는 이차적 원인으로 변비가 유발될 수 있다. 변비를 일으키는 전신 질환으로는 당뇨병, 갑상샘 기능 저하증, 고칼슘혈증을 초래하는 질환 등이다. 파킨슨병, 다발 경화증, 척추병 등의 신경 질환도 변비를 일으킨다. 또 우울증·조현병 같은 정신질환도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현재 먹는 약물이 변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항콜린성 약물, 마약성 진통제, 항고혈압제 등이 있다. 정신과 약물, 항히스타민제, 철분제, 칼슘 제제, 제산제, 경구용 혈당 강하제 등도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물·식이섬유 섭취하며 운동·복부 마사지 병행 권장
변비는 다양한 원인과 증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므로 치료하려면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먼저 대장암 같은 기질적 질환, 다른 전신 질환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원인 질환이 있으면 이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무엇보다 변비 치료 시 약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환자가 습관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거나 관장해왔다면 약물을 점차 줄여야 한다.

변비는 대장 통과 시간, 직장 내압 검사, 배변 조영술 등의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대장 통과 시간 검사는 통과 속도가 느린 것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할 때 시행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가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건 아니다.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바꿔 정상적인 배변을 볼 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변비를 극복하려면 물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식사 후 규칙적으로 배변을 시도하고, 가능한 아침 식사 후 규칙적으로 배변을 시도하는 게 좋다. 식이섬유는 변을 부드럽게 하고 부피를 크게 해 배변 횟수, 대변의 양을 늘려준다. 변비 증상을 완화하려면 식이섬유를 하루에 20~25g 먹는 게 권장된다.

규칙적인 운동도 변비 탈출에 도움 된다. 특히 노인 변비 환자의 경우 증상을 완화하는 데 운동이 효과적이다. 복부 마사지가 변비 호전에 도움 된다는 보고도 있다.

대변량 늘리고 대변 부드럽게 하는 약부터
약물치료로는 부피 형성 완화제, 삼투성 완화제의 순서로 사용한다. 부피 형성 완화제는 물을 함유할 수 있어 대변량을 늘리고 대변을 부드럽게 한다. 따라서 충분량의 물과 함께 먹어야 하며, 가스를 형성하므로 복부 팽만감이나 방귀를 유발할 수 있다. 삼투성 완화제엔 마그네슘 제제, PEG 제제, 비흡수성 다당류 하제 등이 있다. 그중 마그네슘 제제는 장내 수분 저류 효과를 나타내 변비 환자에게서 많이 사용되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와 어린이는 주의해야 한다. PEG 제제는 장에서 흡수되지 않으며 액체 상태로 배변이 되게 해줘 장기간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다.

이들 약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자극성 완화제를 사용할 수 있다. 단, 자극성 완화제는 일부 환자에서 전해질 불균형, 복통, 오심, 팽창감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단기간 투여하는 게 권장된다. 최근 개발된 세로토닌 수용체 작동제는 장관의 연동운동을 중계하고 장관에서 분비를 자극하는 약제로 기존 약에 반응이 없는 환자에게 효과가 기대된다.

김윤재 교수는 "최근엔 과거와 달리 변비 치료에 좋은 약제가 개발돼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준다"며 "자극성 완화제를 투여하기 전엔 대장 통과 시간, 직장내압 검사, 배변 조영술 등의 검사를 시행해 기능성 배변 장애인지 감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반저 조율 장애로 변비가 생겼다면 '바이오피드백'이란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항문 내 근육 압력을 측정하는 전기 또는 기계적 장치를 이용해 환자가 배변 시 골반저 횡문근이 이완되게 훈련하고 복압을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훈련하는 방법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실조성 배변(항문 주위의 근육·신경이 원활히 작용하지 않아 배변이 힘든 상태) 환자에게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하지만 대장 무력증(장 신경세포가 둔해지거나 죽어 장 연동운동이 잘 안되는 상태)이 심하면 대장 절제술 같은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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