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위, 숲속, 시청 로비에서… 책장 넘기며 창밖 풍경도 읽는다[박경일기자의 여행]
한옥도서관 ‘연화당’ … 놀이터처럼 밝고 분방
시청엔 ‘책기둥도서관’ … 생일책장이 발길 잡아
너와 지붕의 ‘학산숲속시집’ 은 인스타 명소
파출소 리모델링한 ‘다가여행자’ 엔 독방이 재미
전주역 ‘첫마중길여행자’ 희귀 아트북 감상
한옥마을 ‘동문헌책도서관’ 작가 추천 도서 많아
‘전주시립’ 엔 친구네 집 같은 공간이 아늑
빼곡한 서가보다 쉼에 중점… 젊은세대 인기
전주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전북 전주에는 도서관이 있다. 어떤 도시에 도서관이 없을까만, 전주의 도서관은 좀 특별하다. 전주에는 ‘여행 목적지가 되는 도서관’이 있다. 그런 도서관을 목적지로 하는 여행이 바로 ‘전주 도서관 여행’이다. 여행은 한 달에 네 번, 도서관 여행해설사가 동행해서 진행한다. 도서관 여행해설사는 전국에서 딱 한 곳, 전주시에만 있다. 당연하게 떠오른 질문. 도서관은 과연 ‘해설이 필요한’ 여행의 공간일까. 도서관 여행이 방문하는 전주의 도서관은 10곳이 넘는다. 여행자를 불러 모으는 전주의 도서관은, 다른 도시의 도서관과는 사뭇 다르다. 공간에서부터 창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고 분위기도 특별하다. 숲 한가운데 도서관이 있는가 하면, 관광지 한복판에도 도서관이 있고, 도시 야경 전망이 훌륭한 도서관도 있다. 한옥 건물에 들어선 도서관이 있고, 친구 집처럼 꾸민 청소년 대상 도서관도 있다. 여행, 예술, 시, 추억 등을 책의 주제로 삼고 있는 도서관도 있다. 전주에서 떠나는 도서관 여행이다.
# 유원지 휴게소, 한옥도서관이 되다
전주의 도서관 중에서 가장 이색적이었던 곳은 한옥도서관인 ‘연화정도서관’이다. 연화정도서관은 덕진공원 안에 있다. 덕진공원은 연꽃 그득하게 핀 습지의 연못에 조성된 공원. 불가에서 연꽃은 청정과 정화, 혹은 진리를 상징한다. 연이 흙탕물 안에서 정갈한 꽃을 피워서 그렇다. 덕진 연못은 오래전부터 성스러운 곳이었다. 고려 때는 이곳에서 용왕에게 기우제를 올렸고, 조선으로 넘어와서는 초파일에 용왕제를 올리거나 용왕굿을 하기도 했다. 덕진 연못 기우제의 가장 오래된 기록이 고려 때의 문관 이규보의 글로 남아 있다.
옛사람들의 성지에 가까웠던 덕진 연못은, 일제강점기 뱃놀이 보트를 띄우는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유원지가 됐다. 유원지가 된 덕진공원의 대표 건축물이 연화정이었다. 연못 한가운데 다리를 놓고 3층 높이의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한식 기와를 얹은 팔각정으로 지은 연화정은 그 시절, 전형적인 유원지 건물이었다. 연화정은 20년 사용 후 전주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1980년 지어졌는데, 기부채납 후에도 한동안 휴게소나 음식점 등으로 활용돼 오다 안전진단에서 ‘보수나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와 결국 헐렸다.
전주시는 연못 가운데 섬이었던 옛 연화정 자리를 넓혀 근사한 전통 한옥을 짓고, 주변을 전통 정원으로 꾸몄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전통 담장을 둘렀고, 한옥 대문도 달았다. 그러고는 이전의 ‘연화정’이란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곳이 바로 전주가 자랑하는 한옥도서관인 연화정도서관이다.
새로 지은 연화정은 ㄱ자 형태의 단층건물. ㄱ자의 한쪽이 도서관 공간인 ‘연화당’이고, 다른 한쪽이 문화공간이나 쉼터 역할을 하는 누각인 ‘연화루’다. 사실 이 건물을 지을 때, 도서관을 염두에 두었던 건 아니었다. ‘낡고 쇠락한 옛 연화정을 허문 자리에다 근사한 한옥을 짓는다’는 목표만으로 건물을 우선 완공했다. 그리고 고민이 시작됐다. 과연 한옥 건물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다양한 제안이 나왔지만, 김승수 전 전주시장이 당시 선택한 답은 ‘도서관’이었다. 김 시장은 재임 내내 ‘도서관을 통해 삶을 바꾸고, 삶이 다시 책이 되는 도시’를 말했다. 한옥마을이 전부인 전주에서 그는 ‘도서관으로 여행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인문관광도시’를 꿈꿨다. 그는 도서관에 관해서는 정말로 ‘진심’이었다. 그런 진심으로 전주 시내에 씨앗처럼 도서관을 심었고, 이제 그 씨앗이 싹을 틔워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중이다.
# 늦가을, 한옥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맛
전주의 도서관은 그저 책을 읽거나 조용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시민들에게는 공동체의 거점이고,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키우는 놀이터이며 젊은 청춘에게는 힙한 데이트의 공간이고, 여행자들에게는 색다르고 매력적인 인문 여행의 목적지다. 전주의 도서관 중에서 이런 다양한 역할을 모두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곳이 연화정도서관이다.
연화정도서관은 책장 넘기는 소리와 마른기침 소리만 들리는 장중한 도서관의 느낌과 사뭇 다르다. 도서관은 조용하지만 밝고 분방하다. 비유하자면 ‘책 읽는 공원’의 개념에 가깝다. 도서관 깊은 곳까지 밝은 볕이 들어오고 도서관 주위 잔디밭에는 산책하는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여행지 특유의 가볍게 들뜬 분위기는, 한옥 건물 안 도서관에서도 느낄 수 있다.
창가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는 이들 대부분은 책 속의 활자와 창밖의 연못 풍경을 반반씩 읽는다. 여행 온 커플이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그 건너편에는 산책 나온 듯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중년이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연화정도서관이 품은 주제는 ‘한국의 아름다움’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구현한 한옥 목구조 건축물의 도서관 안에 점, 선, 면, 여백 등 한국의 미를 빗댄 주제의 책을 모아두고 있다. 전주의 문화적 전통과 문화유적의 미학적 의미 등을 다룬 책이 여러 권이라 전주를 여행하는 이들이 쉼표를 찍고 가기 좋다.
연화정도서관에는 휴식공간 겸 문화공간인 누각 연화루가 있다. 책을 읽지 않고 마루에서 뒹굴거나 가벼운 담소를 나눠도 되는 공간이다. 난간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지만, 여기까지 책을 가져와 읽는 이도 많다. 이 가을, 여기라면 책 읽는 게 여행하는 것만큼이나 즐겁다. 청명한 늦가을의 한복판. 누각에 한가롭게 앉아 가을볕 아래 책을 읽는 맛이라니….
# 전주 도서관에 책이 많지 않은 이유
연화정도서관에는 책이 많지 않다. 서가에 꺼내놓은 책은 더 적다. 그래서 책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책이 압도하지도, 시선을 막지도 않으니 창밖으로 덕진 연못의 경관이 꽉 찬다. 한마디로 ‘책이 적은 도서관’이다.
책이 적은 건 전주의 이른바 ‘특성화 도서관’의 특징 중 하나다. ‘전주 도서관이 여행 목적지로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책을 인테리어 도구로 쓰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었다. 말이 도서관이지 실은 ‘돈 안 내는 카페’쯤의 공간일 거라는 지레짐작도 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여행지에서 도서관을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은 빗나갔다. 한 곳 한 곳 도서관을 다 둘러보고 내린 결론이다. 도서관에 비치한 책이 적다는 건, 역설적으로 이용자와 책의 관계를 고민한 결과다. ‘도서관에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둔다 해서 이용객들이 책을 많이 읽는 건 아니다’라는 게 도서관 실험을 한 전주시의 결론이다. 전주의 도서관이 그동안의 경험으로 깨달은 건 ‘책을 치워버림으로써 책에 대한 관심을 이끌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이다. 그래서 전주 도서관은 시선에서 책을 치우고 경관을 펼쳐놓거나, 흥미로운 주제를 앞세워서 책으로 관심을 이끈다. 아주 천천히….
전주의 특성화 도서관에는 하나같이 빽빽한 서가가 없다. 책꽂이는 낮고, 거기 꽂힌 책은 헐렁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치워버리는 전략은, 책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대신, 도서관들은 특성화한 분야의 책만을 사들여서 엄선한 책을 ‘유혹적’으로 배치한다. 서가 곳곳에 타이틀을 달고, 그 주제에 맞는 책을 꽂아두어서 책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이른바 ‘큐레이션’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이란 제목 아래에 답사 여행의 요령과 실제, 문화재 감상법 등에 관한 책을 모아두고, ‘발견의 기쁨’ 제목의 서가에 깨달음과 경청, 철학, 고민, 경제학 강의, 공간정리 비법 등을 다룬 책을 꽂아두는 식이다. 이런 식의 큐레이션은 유혹적이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큐레이션 타이틀 앞에서는 책을 꺼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 전주시청의 기둥을 책으로 세우다
전주에서 가장 ‘뜻밖의 공간’에 들어선 도서관이 ‘책기둥도서관’이다. 책기둥도서관은 3년 전, 전주시청 로비를 복층으로 리뉴얼해 만든 공간이다. 도서관에서 눈길을 붙잡는 건 1층 로비 4면과 기둥 4개에다 2층 높이로 짜서 넣은 책장이다. ‘책기둥’이란 도서관 이름은, 4면을 책장으로 장식한 로비 기둥이 도드라져서 붙여진 것이다. 기둥의 책장이 알록달록한 책표지와 조명으로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화려하다.
책기둥도서관은 시청 로비에 세 들어 있긴 하지만, 사방에 꽉 찬 책꽂이 때문인지 한눈에도 웅장하고 규모도 제법 크다. 보유한 책도 1만 권이 넘는다. 공무원과 민원인들이 수시로 드나들어 시끌벅적한 시청 로비가 과연 도서관 입지로 적당할까 싶었는데, 가보니 도서관에 사람이 제법 많았다. 시청을 드나드는 소음에다 도서관 한쪽의 카페 소음까지 보태져서 시끌시끌했지만, 책을 읽는 데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당한 소음이 책을 찾거나 읽는 데 편안하게 느껴졌다. 최근 도서관이 카페 같은 분위기로 바뀌는 추세.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것도 다 옛날이야기다.
의외로 책기둥도서관을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오래 앉아 책을 읽는 이들도 있지만, 그보다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 찾아오는 직장인이 더 많았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잠깐 책을 읽는 이가 많다는 건, 책기둥도서관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책기둥도서관에는 다양한 서가가 있는데, 인기 있는 게 ‘생일책장’이다. 1년 365일, 날짜마다 그날 태어난 작가를 소개하는 서가다. 날짜별로 진열한 생일책장의 모든 책에는 메모지가 끼워져 있다. 메모지에는 작가의 생일과 이력, 그리고 생일축하 메시지까지 담았다. 아무리 책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든 이 서가 앞에서는 자기와 생일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들춰보게 된다.
‘동네책방 라이브러리’도 눈길이 가는 서가다. 전주의 동네책방이 추천하는 책을 모아 꽂아놓은 서가다. ‘직장인 큐레이션’ 서가도 있다. 월별로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해 놓았다. 책 읽는 공간도 서가나 큐레이션만큼 좋다. 방석이 있는 마루도 있고, 책상과 의자를 놓아둔 곳도 있다. 어떤 자리에서든 아늑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 도서관이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다
전주의 도서관 중에서 여행 목적지로 가장 적합한 딱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지난 2021년 문을 연 완산구 평화동의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이다. 작은 저수지를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 끝에 있는 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학산의 숲속에 있다. 도서관은 산중 별장을 연상케 하는 외관부터가 특별하다. 너와로 지붕과 벽을 이었고, 실내에는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계단식 좌석과 함께 다락방 같은 공간을 두었다. 큰 창으로는 바깥의 자연 풍경이 사진액자처럼 걸린다. 감성 충만한 시를 읽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시집도서관은 다락형 복층 공간으로 지어진 75㎡(22평) 남짓의 작은 공간인데, 호수와 숲을 조망하는 낭만적인 힐링 공간으로 소문나면서 일약 유명 관광지로 떠올랐다. 특별한 공간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스타 명소’로 자리 잡은 것. 사진만 찍겠다고 왔던 이들도 잘 정돈된 산중 별장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 빠져서 책을 읽으며 오래 머물다 가곤 한단다.
전주의 대표 관광지인 한옥마을 인근에는 특성화 도서관이 많다. 지역 도서관이 지역 주민의 복지와 문화시설을 넘어 여행자들의 흥미로운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착안해 문을 연 곳들이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유용할 법한 도서관은, 전주 구도심의 옛 다가파출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다가여행자도서관’이다. 외벽을 타일로 마감한 도서관은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야외 테이블이나 손바닥만 한 야외수영장은 여행자들의 단골 기념촬영 장소. 도서관에는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독방도 있고, 혼자 들어가면 꽉 차는 다락 같은 공간도 있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이름처럼 여행 책을 충실하게 비치해 놓았다. 특히 전주와 주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 다양하다. 공용 노트북도 비치돼 있어 언제든 여행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여행은 음식이지’ ‘어디에서 잘까’ ‘온전히 느끼기’ ‘속도에 따른 풍경’ ‘아는 만큼 보이는’ 등의 제목에 따라 큐레이션 해놓은 책을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주역 인근의 ‘첫마중길여행자도서관’도 들러볼 만한 곳이다. 여행자 라운지 겸 아트북 갤러리로 지난 2021년 조성한 곳인데, 도로 한가운데에 서울 청계천처럼 조성해 놓은 ‘첫마중길’에다 붉은색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붙여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여행 책을 읽거나 여행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희귀하고 값비싼 아트북도 감상할 수 있다.
놀라운 건 아트북 전문출판사가 전 세계에 9000부만 한정 출간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비거 북’이 이곳에 있다는 것. 600여 장에 달하는 호크니의 초기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잭 런던의 사진집 ‘잭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 사진집도 있고, 오스카상을 수상한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가 1971년부터 50년간 찍은 미공개 흑백사진집 ‘바이웨이’도 있다.
# 세심한 배려에서 ‘꽃심’을 보다
이 밖에도 한옥마을 인근에는 ‘동문헌책도서관’과 ‘한옥마을도서관’이 있다. 동문헌책도서관은 헌책의 가치와 지식을 나누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도서관이 들어선 골목은, 지금은 한두 곳만 남았지만 과거에는 헌책방이 줄지어 늘어섰던 거리였다. 동문헌책도서관에서는 유명 작가와 문화·예술·체육계 인사 30여 명이 직접 추천하고 기증한 책을 전시한 서가가 있다. 영화배우 설경구는 조신영·박현찬이 지은 책 ‘마음을 얻는 지혜, 경청’을 추천하고 기증했고, 전도연은 이언 매큐언의 장편소설 ‘속죄’에 사인하고 기증했다. 영화감독 이창동은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J D 샐린저의 ‘아홉가지 이야기’를, 작가 김훈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를 각각 추천했다.
이 밖에도 시대별 베스트셀러와 과거 금서였던 책을 모아놓은 전시도 흥미롭고, 명작 도서와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도서를 비교해 보여주거나, 라이벌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하는 ‘책맞수’, 주제별로 책을 짝지은 ‘책짝꿍’ 등의 큐레이션이 흥미롭다. 레트로 콘셉트로 꾸며진 지하 공간은 오래된 만화책과 교과서, 잡지 등 희귀본 헌책들을 전시해놓아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옥마을 한복판에 있는 한옥마을도서관은 옛 공예명인관을 고쳐 만든 곳이다. 도서관은 중심 영역인 ‘마음곳간’과 ‘꿈방앗간’ ‘대나무숲’ 등 세 개 공간으로 나뉜다. 각각의 공간마다 주제와 뜻이 따로 있는데, 여행자의 입장에서 그걸 다 알아야 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그저 여행하다가 근사한 한옥을 누리고 싶거든 찾아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전주를 대표하는 도서관은 말하나 마나 ‘전주시립도서관’이다. 지난 2019년 뒤늦게 개관한 시립도서관은 열린 마음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지은 창의적인 도서관이다. 시립도서관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공간은 ‘우주로 1216’이다. 어린이와 틴에이저 사이에 낀 12세부터 16세까지, 이른바 ‘트윈세대’를 위해 만든 공간인데, 이용 대상자들의 제안과 참여로 만든 기발한 공간과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원했던 ‘친구네 집’의 편안함을 구현한 공간도 있고, 무얼 만들거나 생각하기 딱 좋은 공간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아이들의 호기심을 독서로 이끌어 내려는 정성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그게 자못 감동적이다.
시립도서관 이름 뒤에는 ‘꽃심’이란 브랜드를 붙여서 부른다. 꽃심이란 전주의 브랜드로 ‘꽃을 피우는 힘’, 다시 말해 새로운 문화와 세상을 열어가는 힘을 뜻한다. 전주 사람들은 전주의 얼과 정신을 말할 때 꽃심이란 단어를 꺼낸다. 전주의 도서관에서 어쩐지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게 다 꽃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 전주 도서관 여행 가는 방법
전주시는 전국 유일의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 기간은 오는 12월 16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세 번의 도서관 여행을 진행한다. 한 번은 도서관 4~5개를 둘러보는 하루 코스이고, 두 번은 쉬엄쉬엄 3개 도서관을 방문하는 반일 코스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야간시간대에 도서관 2~3곳과 전주 문화를 소개하는 여행 코스도 진행한다. 하루 코스는 6000원이고, 반일 코스는 5000원. 참여 인원은 회당 15명으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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