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급망 회복력 강화, APEC 최우선 과제로 추진”[전문]
디지털·미래세대 역내 연결성 제고도 제안
[샌프란시스코=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APEC 내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등 공급망 회복력을 위한 각 회원국의 경험을 공유하는 등,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APEC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윤 대통령의 기조연설 전문이다.
APEC 경제인 여러분, 반갑습니다. APEC의 주역인 경제인 여러분들을 오늘 CEO Summit에서 만나게 돼서 아주 기쁩니다.
혁신의 아이콘인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APEC 정상회의 30주년을 기념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1993년 시애틀에 모인 아시아 태평양 17개국의 정상들은 ‘안정, 안보, 번영’이라는 공동의 비전 아래 APEC 정상회의의 닻을 올렸습니다.
그 이후 APEC은 무역 투자 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해 1994년 ‘보고르 목표’를 선언하였고, 2020년에는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통해 지역경제의 통합, 디지털 경제, 지속가능 성장에 이르기까지 협력의 외연을 넓혀왔습니다.
이제 APEC은 아태 지역을 넘어 세계 경제의 번영을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로 거듭났습니다.
APEC의 진가는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쳤을 때 더욱 빛났습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APEC은 글로벌 자유무역질서를 수호하는 선봉장 역할을 자청했습니다.
글로벌 팬데믹이 닥쳤을 때에는, 의료물품과 필수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APEC은 글로벌 위기 때마다 가장 먼저 기민하게 움직이며 세계경제의 회복을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경제인 여러분!
오늘날 세계 경제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연결의 힘은 약화되고 곳곳에서 분절의 힘이 세력을 얻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심화되어 가는 기술패권주의와 자원 무기화는 세계 경제의 블록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부각된 공급망 리스크는 특히 자유무역을 통해 발전해 온 아태 지역 국가들에게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경제의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는 데이터의 연결과 이를 통한 가치 창출은 아직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가 다시 역동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APEC이 중심이 되어 세계 경제의 ‘연결성(connectivity)’을 가속화해야 합니다.
오늘 저는 APEC 경제인 여러분과 함께 추진할 세 가지 ‘연결성’ 과제를 제시하겠습니다.
먼저, 교역, 투자 및 공급망의 연결성 강화입니다.
APEC은 아·태자유무역지대라는 경제통합 비전 아래에서 역내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추구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무역장벽을 낮추는 한편, 회원국들이 무역 자유화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도 힘써 왔습니다.
APEC은 기후위기 등 자유무역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해 왔습니다.
APEC 회원국들이 합의한 환경상품 관세 인하는 WTO 등 다자무역체제의 아젠다로 발전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APEC 회원국은 이제 전 세계 무역의 절반을 담당하게 되었으며 APEC 회원국의 1인당 소득도 발족 당시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자무역체제의 수호자로서 APEC의 역할과 위상은 계속 확대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급망 리스크는 국가 차원에서는 안보의 문제이고, 기업 차원에서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제 역내 공급망의 연결성 강화를 위한 보다 선제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대응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APEC 회원국과 역내 기업들이 공급망 대응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APEC 차원의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 과거 위기에서 축적한 경험을 서로 공유하면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APEC의 최우선 협력과제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회복력 있는 공급망이야말로 다자무역체제의 핵심입니다.
다음으로, 디지털의 상호 연결성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세계는 지금 산업혁명과 정보화혁명을 지나 디지털 심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심화 시대는 연결성과 즉시성이 그 핵심입니다.
국가를 넘나들며 데이터가 막힘없이 연결되어야 하고 국가 간에 디지털 격차도 사라져야 합니다.
인류가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근대적 의미의 소유권과 자유계약 질서를 만들었듯이 국내 거래, 국제 거래할 것 없이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보편적 규범과 질서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은 올해 6월 역내 주요 국가 간 DEPA 협정에 가입하는 등 디지털 통상 국제규범에 선도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자유, 공정, 안전, 혁신, 연대의 다섯 가지 원칙을 담아낸 디지털 권리장전도 발표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APEC은 어느 지역보다 회원국 간 경제발전 수준뿐 아니라 사회, 문화, 지리적 특성이 매우 다양합니다.
UN과 함께 APEC은 이러한 디지털 규범을 논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APEC이 디지털 심화 시대의 국제규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제인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APEC 내 미래세대 간 교류를 확대해야 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 또 이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가치 창출은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APEC은 24세 이하 젊은 층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매우 역동적인 지역입니다.
아태 경제가 현재를 넘어 미래에도 연결성을 유지하려면 청년들의 활발한 교류가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은 그간 APEC 회원국들과 교육, 산업, 문화 분야에서 미래세대 간 다양한 협력과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는 양국 각각 2,023명 규모로 청년교류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일본과도 미래세대 교류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캐나다, 호주, 일본 등과는 워킹 홀리데이를 지원하고 있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의 우수 학생을 한국에 초청하는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APEC에서는 일찍이 1997년에 역내 무역, 투자의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APEC 경제인여행카드, ABTC 제도를 도입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한국은 ABTC의 성공적 경험을 토대로 역내 ‘청년 과학자 교류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과학 분야에 일정한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들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을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학회, 워크숍 참석, 연구개발 기획 등을 위해 APEC 회원국을 방문할 경우 비자를 면제하고, 신속한 출입국을 지원하는 방안을 APEC에서 논의하길 바랍니다.
경제인 여러분, 오늘날 APEC이 아태 지역을 넘어 세계 최대 경제협력체로 성장, 발전한 것은 늘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변화를 선도해 온 기업인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APEC의 핵심 비전인 아·태자유무역지대도 APEC 민간자문위원회의 권고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APEC AI 자문그룹’ 구성, 디지털 리터러시 제고 등 이번 APEC에서 경제인들이 내놓은 제안도 매우 시의성이 높은 제안들입니다.
기업인들은 세계 경제가 변곡점에 설 때마다 혁신적인 해법을 쏟아내며 지식창고의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APEC의 진정한 주체는 바로 기업인 여러분들입니다.
대한민국은 2025년 APEC 의장국으로서 기업인 여러분들의 활약을 응원하며, 2025년 APEC도 기업인 여러분들과 함께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이번 CEO summit이 새로운 APEC 30년의 이정표를 정립하는 역사적인 포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미국 APEC센터와 민간준비위원회 공동의장님들, 그리고 경제인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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