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군사회담 재개 합의...軍 고위급 소통 복원키로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11. 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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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산책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머테이오 카운티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군사 소통 채널 복구와 마약 퇴치, 인공지능(AI) 협력 등에 합의했다고 1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신화통신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을 회복하고 중·미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 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양국 군 전구 지도자(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면서 “인공지능(AI) 정부 간 대화 채널 설치, 중·미 마약 퇴치 협력 실무그룹 구성에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중 교육, 유학생, 청년, 문화, 체육, 비즈니스 교류, 기후 협력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시진핑의 미국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 4월 이후 6년 7개월 만이고, 양국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1월 ‘발리 회담’ 이후 1년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이 중·미 관계의 전략적·전반적·방향성 문제와 세계 평화·발전의 중대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 무역 분쟁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대만 문제는 언제나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진핑은 아울러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고, 대만을 무장시키는 것을 멈추고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수출 통제, 투자 심사, 일방적 제재 등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엄중하게 훼손했다”면서 “중국 과학기술을 탄압하는 것은 중국의 고품질 발전을 억압하는 것이고, 중국 인민의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의 발전과 성장은 내생적 시스템을 통해 이뤄낸 것이고, 외부의 힘이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행동을 취해 일방적 제재를 취소하여 중국 기업에게 공평, 공정하고 차별 받지 않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은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추세는 여전히 부진하고, 산업과 공급망은 여전히 단절 위협에 놓여 있고, 보호무역주의는 고조되고 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인 중·미 관계는 백 년 동안 없었던 대변국(大變局)이란 큰 배경에서 인식되고 구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민족에게 이익이 되고, 인류의 진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관계의 새로운 미래와 개선을 위한 ‘5가지 기둥[支柱]’도 제시했다. 시진핑이 제시한 원칙에는 올바른 인식의 공동 수립, 이견의 효과적 공동 관리·통제, 호혜적인 협력 증진, 대국(大國) 책임의 공동 부담, 인적·문화 교류 촉진 등이 포함됐다. ‘올바른 인식 수립’은 중국의 레드라인·핵심이익을 침해하지 말라는 의미고, ‘대국 책임’은 국제, 지역 문제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이다.

시진핑은 회담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거나 대체하려는 계획이 없으니 미국도 중국을 탄압하고 억제할 생각 말라”고 했다. 또 “중국과 미국 같은 큰 나라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한쪽이 다른 쪽을 개조하려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갈등과 대립은 양쪽 모두에게 참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이어 “중·미 관계는 지난 50년 동안 결코 순탄한 항해를 한 적이 없으며, 항상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왔다”면서 “(양국 관계는) 우여곡절 속에서 계속 전진해왔다”고 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역사, 문화, 사회제도, 발전경로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면서 “양국이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협력 상생을 추구한다면 차이점을 충분히 극복하고, 두 주요국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정상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미 관계의 지휘봉을 잡은 나와 바이든 대통령은 두 민족, 세계, 역사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미·중 정상회담은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장선상에서 열렸다. 다자회의에서의 약식 정상회담과는 다르게 별도의 양자 회담 형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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