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덮친 개물림 사고 주의보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2023. 11. 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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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댕댕이는 없다. 나쁜 주인만 있을 뿐. 

집을 오래 비우는 보호자들은 반려견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면 서둘러 산책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보상 심리가 함께 작용한다는 점이다. 강아지 목에 산책 줄을 채우지 않고 집 밖을 나서는 보호자가 여전히 많다. 이런 걸 '오프리시 산책’이라고 부른다. 오프리시 산책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필자는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오프리시 산책에 대해 묻는 보호자를 만나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에 대해 짚어보겠다.

‘오프리시 산책’은 엄연한 불법

반려견의 몸집이 작은데도 산책 중 반려견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보호자들이 있다. 반려견과 호흡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덩달아 반려견 컨트롤이 안 되는 건 당연지사. 더 심각한 건 여기저기서 산책 줄을 풀어주는 경우다. 산책 줄을 착용하지 않은 반려견은 어디든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각종 사건 사고로 이어진다.

당장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늘어난다. 보호자가 야외에서 자주 산책 줄을 풀어줘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이 습관이 된 반려견은 밖에만 나가면 흥분도가 상승하고 보호자와의 소통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반려견을 보고 무작정 달려들거나 짖고 위협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초범’이 아니다. 매번 비슷한 시간과 장소에서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가 없다.

설령 오늘 당장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내일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려견이 갑작스럽게 뛰어나가 영영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도로로 뛰어들어 교통사고가 나거나 물림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절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요즘 SNS나 뉴스만 봐도 오프리시가 원인인 사고가 너무 많다. 안전을 위해 방어운전을 해야 하는 것처럼, 강아지도 꼭 산책 줄을 하고 주변을 살피며 다녀야 한다.

많은 사람이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오프리시 산책은 엄연한 불법이다. 놀라운 점은 아직까지 오프리시 산책을 하다가 벌금을 냈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유명무실한 법이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1조(안전조치)에 따르면 2022년 2월 11일부터 강아지 산책을 할 때는 목줄이나 하네스를 반드시 착용시켜야 하고, 산책 줄 길이는 2m로 제한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차는 20만 원, 2차는 30만 원, 3차는 50만 원까지 과태료가 늘어난다. 더불어 아파트, 빌라에 많이 거주하는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건물 내부에서는 산책 줄을 짧게 잡아야만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형견은 엘리베이터에서는 안고 있어야 하고 중·대형견은 산책 줄을 짧게 잡은 채로 한쪽 모서리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즉, 산책 줄을 하지 않고서는 집 밖에 나갈 수가 없다는 얘기다.

처음 이 법을 제정할 땐 반발도 있었다. "오프리시를 하면 애들이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지 알아요?" "사람 없을 때 풀어놓는 것이 뭐가 잘못이에요?" "자연스럽게 다니는 게 좋은 데 왜 통제해요?" 등 여러 이유에서다. 아마 이들 중 상당수는 안전조치 규칙에 명시된 대로 산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반려견 교육에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 이를 그저 '자유’나 '행복’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순간 '방종’이 된다.

반려견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려면 인간 사회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 규칙을 반려견 스스로 배울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보호자가 가르쳐줘야만 한다.
우리나라 반려견 관련 사건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매년 2000건을 가볍게 돌파한다. 모두 오프리시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겠지만, 근본적으로 반려견 보호자가 반려견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반려 문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단속을 매우 강화해서 반려견 관련 사건 사고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반려견을 가르칠 수 있는 기본 지식과 능력이 없는 보호자가 많다. 심지어 반려견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한 사람도 있다. 산책 줄을 채우는 것이 법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어린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쓰레기를 집까지 가지고 가기 싫다고 떼쓰면, 부모는 쓰레기를 대신 들어주거나 아이 스스로 참고 들고 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정상이다.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걸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반려견과 산책할 때 산책 줄을 착용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반려견이 산책 줄을 불편해한다면 익숙해지도록 교육해야 하고, 뛰고 싶어 하면 줄을 매고 보호자와 같이 뛰거나 오프리시가 가능한 반려견 전용 운동장에 가는 것이 옳다. 반려견이 산책 줄을 한 채 보호자와 교감하며 걷는 것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당연한 규칙으로 만들어놓아야 한다. 안전과 더불어 반려견의 교육 측면에서도 순기능이 많으니 산책 교육은 꼭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유럽의 많은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반려견이 오프리시 상태로 보호자 옆에서 잘 걷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심지어 마트나 카페도 주인과 함께 들어간다. 이는 반려견이 낯선 자극에도 보호자에게만 집중하고 보호자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런 유형의 반려견들은 보호자만 졸졸 쫓아다닌다. 또 보호자가 자리에 앉으면 그 밑에 엎드려서 휴식을 취한다. 산책 시 반려견이 느끼는 다양한 자극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보호자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또한 유럽의 반려인은 반려견이 너무 활발한 천방지축형이라면 보호자 스스로 알아서 산책 줄을 착용시킨다. 낯선 자극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거나 짖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려견이라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애초에 데려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핫한 반려견 유행어 중 하나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다. 진짜 안 무는 것이 아니라, 산책 줄을 팽팽히 당기고 있음에도 "애가 짖긴 하는데 물진 않아요!"라고 외치는 사람을 조롱하는 뜻에서 생긴 일종의 밈이다. 이런 사람은 비반려인에게 반려인에 대한 혐오감을 조성하는 빌런 중 하나다. 진짜 안 무는지 확인도 안 될뿐더러 혹시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좁은 인도, 복잡한 아파트나 빌라가 즐비한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체중 2kg의 치와와도 사람을 물면 교상이 크게 생기고 심한 경우 파상풍에 걸려 사망할 수도 있다. 어쩌면 광의의 범위에서는 '살인미수’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반려견 보호자들이 유럽 보호자 정도의 수준까지 성장하는 시점에나 오프리시 산책에 대해 이야기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날이 꼭 오길 빌어본다.

서상원
현) 세종시 팀플독 반려견센터 운영
미국 그리샤 스튜어트 인증 트레이너 (CBATI-KA)
IDFA 독 피트니스 코치
미국켄넬클럽 (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개물림사고 #오프리시 #오프리시산책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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