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에게도 아침이 와요[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11.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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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나이가 들어도 어려보이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전복해야한다는 부담도 한때 그를 억눌렀다.

“하지만 이젠 그런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어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행히 올해 공개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나 OTT플랫폼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그 갈증을 많이 해소한 것 같아요. 사랑스러운 이미지도 어느 정도 걷어냈다고 생각하고요. 이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이에요. 안해본 캐릭터가 생각보다 많은데요. 다음 작품이 뭐가 될 지 모르겠지만, 저와 만나서 어떤 모습을 끌어낼지 기대가 돼요.”

배우 박보영에게도 근심이 사라지고 아침이 왔다. 그 중심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도 분명 존재했다. 극 중 명신대 병원 정신병동 간호사 정다은으로 분한 그는 12화 에피소드를 끌고가면서 그 역시도 작품에 힐링을 선물받았다고 침착하게 말했다.

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신병동’은 항상 따뜻했어요”

그의 ‘정신병동’은 따뜻했다. 이재규 감독부터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노재원 등 함께한 팀원 모두 온기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따뜻한 사람들만 모아서 캐스팅 했을까요? 서로 진짜 배려해주더라고요. 제가 촬영 현장에 가면 간호팀 언니들이 ‘우리 다은이 고생한다’라며 안아주는 게 첫 인사였고요. 그렇게 안기면 큰 힐링을 얻어서, 늘 그 시간만 기다렸어요. 아, 빨리 와서 안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만 했다니까요. 이상희, 이이담이 안아주면 진짜 위로받는 것 같았고요.”

이정은 역시 그에게 믿음과 안도감을 안겨준 선배였다.

“제가 뭘 해도 다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 계산하거나 대비하지 않아도 됐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해도 다 받아주겠지’란 안도감도 있었어요. 그래서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고요. 언니가 주는 힘이 있는데요. 그 눈만 봐도 울컥해서 연기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정다은’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역시도 깨달은 바가 있었다.

“정다은이 하얀병원에서 상담을 받으며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공감이 많이 됐거든요. 극 중 다은이 ‘싫다고 하면 어때요? 싫다고 말해보세요’라는 말을 듣고는 ‘그랬다가 그 사람 기분이 나빠지면 어떡해요’라고 답하거든요. 굉장히 와닿았어요. 저도 친구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는 알면서 제가 좋아하는 건 정작 몰랐거든요. 그래서 주변 권유로 칭찬 일기도 쓰고 있고요. 그게 절 많이 나아지게 만들었어요. 오늘도 가서 칭찬일기를 쓴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고, 이겨내고, 마무리한 그 모든 것에 대해 칭찬해’라고 쓰고 싶네요.”

배우 박보영, 사진제공|넷플릭스



■‘착한사람 콤플렉스’를 걷어내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이후 18년째 배우로서 달려오며 의도치 않게 대중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재규 감독이 절 보고 ‘천사’라고 하는데, 그건 진짜 아니거든요. 절 두고 화를 한번도 안 낸 사람처럼 말하지만,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저도 화를 내요. 그런 것처럼 그동안 해온 작품 때문에 절 친절하고 착하기만 한 사람처럼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예전엔 그런 시선을 조금 힘들어했어요. 한번은 친구를 만나서 그런 고민을 토로하다가 카페 주문대에서 생긋 웃으며 커피를 주문하는 걸 보고 친구가 놀란 적이 있거든요. ‘너 그럴 기분 아니라면서 왜 그렇게까지 활짝 웃어? 불쌍해보이기까지 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저 사람이 날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라고. 그랬더니 친구가 ‘그럼 뭐 어때? 그럼 안 돼?’라고 하는데 그때 뭔가 딱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요.”

실수했을 때 자신을 책망하기만 하는 버릇도 고쳤다고 했다.

“이젠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려 노력해요. 엎질러진 물이라면 담을 수 없잖아요. 자책만 할 바엔 사태를 빨리 이해하고 수습하려고 하는 게 더 좋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러지도 못하는 거라면 실수했다는 걸 깨끗하게 인정해야 하고요. 예전엔 걱정부터 하고 ‘망했어’라고 괴로워만 했는데, 이게 오히려 절 더 괴롭게 하더라고요. 저도 이제 어느 정도 선배의 위치가 되어보니 책임감도 생겼고, 빨리 판단하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좋은 어른이 되는 법’도 고민한다는 그다.

“다행히도 주변에 좋은 어른의 표본이 정말 많아요. 전배수, 이정은 선배들도 그렇고요. 그래서 전 그냥 그 선배들만 잘 따라하면 될 것 같아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좋은 선배들을 따라한다면 언젠가는 저도 좋은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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